프로야구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선수협의회의 구성과 관련해 선수협과 구단측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선수협의 사단법인화를 논의할 선수협 총회가 열리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를 현장에서 중계한다. - 편집자 주
<4신> : "선수협이여, 팬들을 껴안아라" / 이봉기 기자
18일 오후 1시 23명의 선수들이 선수협 총회를 위해 올림픽 파크텔에 모였다.
2000년 1월 22일 72명의 서명을 받으며 창립총회를 열었던 선수협의회가 약 300여일이 흐른 이날 단 23명이 1차로 자릴 채웠고, 위임장을 내고 외국으로 훈련을 떠난 선수들에, 방출당해서 미아의 설움을 받는 강병규까지 포함해서 29명이라는 초라한 숫자로 한국프로야구선수 500여인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이들은 용감히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송진우 회장은 정기총회를 마친 후의 기자회견에서 이날 정기총회의 의의를 창립총회의 미비성을 법률상으로 회복하고, 사단법인 신청에 필요한 적법절차 규정요건을 채운 것에서 찾고 1차적으로 올해의 목표를 이룬 것으로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냉정히 본다면 이 정기총회의 의의는 구단의 불합리하고 상식적이지 못한 억압에서도 약 1년동안 29명이 살아 남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사단법인 설립의 기본 요건충족이라는 비수를 품고서. 이것은 굉장히 대단한 일이지만 그것 뿐이다. 더이상의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일이다.
이들은 전사나 열사가 아니라 팬들과 호흡하며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이다.
선수협 선수들의 인터뷰나 대화내용을 보면 원론적이고, 교과서의 정답적인 대답만을 반복한다. "우리는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한다. 구단과 반목하고자 하는게 아니고 협력해 프로야구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라고 되풀이해서 말한다.
강병규 선수는 "자신이 받는 불이익에 대해 선수협의 책임은 없다. 옳은 일을 하면서 예상할 수 있는 불이익이었고, 모두 자신이 책임지는것이다 그런 의식이 없다면 순수한 선수협 활동을 할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박수를 받았던 강병규선수의 말을 비롯해 선수협 선수의 말들은 이상적인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견 듣기엔 가슴 뭉클하지만 현실성이 결여돼있다. 강병규 선수의 실질적인 불이익을 보면서도 선수협에 참여해야 하는 건지 나머지 선수들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낄것이다.
물론, 100% 선수전원이 선수협에 참여한다면 구단과의 교섭권은 강해지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현실적인 행동력이 필요한 법이다.
강경 투쟁의 행동력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아니 기초적인 행동력을 말함이다.
프로스포츠의 바탕은 항상 말하지만 바로 팬이다.
선수협의회는 이 가장 기본적인 명제를, 소홀히 또는 너무믿는 듯 하다. 창립총회때 선수들을 지지했던 수많았던 팬들은 이 날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인원만이 이 자리를 찾았다.
선수협의 공식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면 그곳은 자유게시판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디를 가도 선수협의 구체적인 목표나 피부로 느낄 수있는 주장을 찾아 볼 수 없다. 선수협은 팬들과의 거리를 스스로 좁혀서 지지력을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상론에 얽매여 현실적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듯하다.
선수협의 사무국장은 이 부분에 대해 미흡성을 인정하고 팬들의 지지를 당부하는 한편 앞으로의 개선노력도 하겠다고 말했다. 송진우 회장도 선수들 속으로 스며들수 있는 선수협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혀 상식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못하고 납득할 수도 없는 KBO 이사회의 제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선수협이 굴복하지 않고 현실과 이상을 탄력적으로 조절해 오늘의 난관을 헤쳐나가기를 기대한다.
KBO 이사회가 선수협을 반대하며 내놓는 주장은 현 프로야구의 고질적인 적자운영이다. 선수들의 무리한(?) 요구를 대등한 입장으로 탁자에 앉아 들어주기엔 현재의 적자폭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출범후 18년동안 이 적자를 주도한 것이 바로 그들이라는 아이러니를 이미 KBO 이사진은 잊어버린 듯하다.
선수협은 파국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주장대로 보다 나은 프로야구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사장님들이 왜 테이블에 마주앉기를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3신> 12월18일 오후 5시30분--"사단법인화 절차상 문제는 끝났다" / 취재 이봉기, 정리 김경년 기자
선수협의회 가입신청서에 싸인하는 송진우 선수협 회장(왼쪽, 한화)과 마해영 부회장(롯데) ⓒ 임유철
구단들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 선수협 2기 집행부가 출범했다.
송진우 선수협의회 회장은 12월 18일 오후 올림픽파크텔에서 총회를 마치고 난후 "오늘 회의에는 현재 SK로부터 방출된 상태인 강병규 선수를 포함 총 24명이 참석했지만 전지훈련중인 5명을 포함하면 29명이 참석한 셈"이라며 "앞으로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지속적으로 협의회를 운영하고 회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회견 일문일답.
너무 적은 인원이 참여해 대표성이 문제되지 않나.
송진우 "오늘 참여인원이 적은 것은 구단의 상식적이지 못한 압력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
문화관광부가 사단법인화 신청을 받아 줄 것이라 보는가.
변호사 "문광부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사단법인화에는 통상 2-3개월이 걸리므로 내년 3월을 목표로 설립을 추진할 것이다. 한국마사회의 기수협회가 사단법인화 되어있기 때문에 선수협의 사단법인화에 대한 정당성은 문제가 없다."
삼성과 현대 선수들이 빠진 것이 문제되지 않을까.
변호사 "2명 이상만 되면 사단법인화는 문제가 없다."
구단에서 KBO산하의 또다른 선수협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변호사 "KBO가 이미 사단법인이므로 또다른 사단법인은 말이 안된다. 다른 선수협이 생긴다면 그것도 기본적으로 우리와 같은 입장일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본다. 또 어느 단체가 진정으로 선수들을 위한 것인지 선수들 스스로 잘 알 것이라 본다."
회원선수들을 확대할 방안이 있는지.
송진우 "강요하지 않고 선수협이 정당성을 보여준다면 더 많이 참여할 것이다."
KBO에 대한 법적 대응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송진우 "사무국장이 전담할 것이다."
작년엔 선수협 선수들끼리 훈련하는 일이 있었는데..
송진우 "우리는 구단에서 막지만 않는다면 지금 당장 팀으로 복귀해 같이 훈련하고 싶다."
대변인이 없는데..
송진우 "현재 부회장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 없다."
구단이 대화를 거부한다면.
곽채진 선수(해태) 가입신청서 ⓒ 임유철
송진우 "현재로선 구단과 대결할 특별한 계획이 없다. 우선을 총회를 연 것으로 만족한다."
선수협 선수들의 불이익에 대한 대책은.
강병규 "내가 입은 피해는 선수협이 책임질 것이 아니다. 나 자신에 한한 문제이다."
예산 문제가 있을 텐데.
양준혁 "주위에서 도와주는 게 있고, 우리들 스스로도 계속 노력중이다."
오늘 총회의 의미는.
송진우 "올초에 있었던 창립총회는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 오늘 총회로 사단법인 신청에 필요한 절차상 문제가 해결됐다."
다음은 총회참석 선수 명단이다.
해태 : 박충식 이대진 곽채진 곽현희 장성호 최상덕 이원식 성영재 이병석
엘지 : 양준혁 김재현 최익성 최향남 서용빈
롯데 : 마해영 박정태 박석진 강상수 조경환
S K : 최태원 강혁
두산 : 심정수
한화 : 송진우
전지훈련 : 두산 - 김동주 정수근 박명환, 롯데 - 문동환 김민재
명예회원 : 강병규
<2신> 회장 송진우 유임 결정
선수협 총회장에 도착한 롯데 마해영 선수 ⓒ 임유철
선수협의회는 오후 3시30분경 회의를 마치고 약 20분간 기자회견을 가졌다.
송진우 선수협 회장은 이번 총회의 의미에 대해 "선수협의회를 사단법인화하기에는 올초 열렸던 창입총회가 너무 미흡한 면이 있으며, 이러한 회의는 구단과의 협상을 하기 위한 필요한 절차"라고 말하고 "이번 회의에서 사단법인을 신청하기로 했으며 내년 3월 설립인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수협은 송진우 현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재선출했으며 부회장에 양준혁, 마해영 선수를 선출했다. 그리고 박정태 선수를 감사로 뽑았다.
선수협은 또 각 구단 선수 대표를 선출했다. 다음은 구단대표 명단이다.
두산 : 심정수
롯데 : 마해영
엘지 : 양준혁
해태 : 박충식
S K : 최태원
한화 : 송진우
<1신> 비디오 상영땐 숙연한 분위기
서울 올림픽파크텔 선수협 총회장은 오늘(18일) 낮 12시가 넘으면서 기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중요한 행사가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그러나, 행사 예정시간을 10분 밖에 안남긴 12시 50분이 다 되도록 행사장은 10여명 안팎의 진행요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썰렁한 분위기다.
그러나, 거의 1시 정각에 해태의 박충식 선수가 행사장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이어서 해태 롯데 한화 두산 엘지 SK선수들이 잇따라 들어왔다.
이 때까지 입장한 선수들은 모두 23명. 그러나 선수들 규모가 매머드급인 현대나 삼성 선수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간단한 개회식후 선수협 사무국장은 선수협 경과보고를 하면서 KBO(한국야구위원회)의 비이성적 방해공작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선수협활동을 방해하는데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곧이어, 선수협의 그간 활동을 정리한 비디오 상영이 이어졌으며, 선수협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강병규가 나오는 장면에서 장내가 숙연해졌다.
1시 30분경부터 기자들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선수들만의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선수들이 도착하기 전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총회장 ⓒ 임유철
2시경 선수협 총회장에 강병규가 도착했다. 강병규는 "선수협을 산하기구로 전락시키려는 KBO의 음모에 분개한다"며 "자유계약선수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이 자리에 왔으며 앞으로 더 많은 선수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한뒤 급하게 회의장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