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수능 발언에 대한 고3 수험생의 화답
오락가락하고 근시안적인 윤석열식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정부와 여당이 수능 킬러 문항을 없앤다는 교육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출처 : YTN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으로 인한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난 19일엔 이규민 평가원장이 6월 모의고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기에 이르렀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인해 교육정책이 혼선을 빚는 모습을 보여 학부모들은 물론 고3 수험생들까지도 술렁거리고 있다. 참고로 고3 수험생들도 선거 당일 기준 생일이 경과하면 만 18세가 되기에 선거권이 있다.
필자도 오늘날 고3 수험생들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아마 1989~1990년생 독자들은 크게 공감을 할 것이다. 바로 수능등급제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2008학년도 대학수능시험부터 표준점수와 백분위 표기를 하지 않고 오직 등급만 표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수능변별력을 낮춰 수능의 영향력을 줄여서 향후 중장기적으로 '자격 고사화'하며 대학 서열화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 때문에 1989년생과 바로 그 다음 해에 수능을 치러야 할 1990년생들은 모두 그 등급제에 맞추어서 수능을 준비했다. 그러나 2007년 12월에 치러진 제17대 대선으로 인해 정권이 교체되었고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단 1년 만에 수능을 다시 종전의 표준점수제로 환원해버렸다. 물론 등급제 수능에도 부작용은 있었고 표준점수제에도 나름의 장점은 있었다.
그러나 신중해야 할 교육 정책을 단 1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 정책마저 싸그리 바꿔버리니 수험생들과 학부모들, 교사들은 대혼란을 겪어야 했다. 그 당시 우리들은 모두 스스로를 ‘정부의 실험용 쥐’라고 자조하곤 했었다. 그 때와 같은 오락가락 교육 정책이 또 다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수능'이라는 기치로 킬러문항에 칼을 빼 들면서 교육계에서는 커다란 혼돈을 야기했다. 그러면서 최근 참모들에게 킬러 문항과 관련해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즉, 킬러 문항은 족집게 수능기술로 배를 불려 온 사교육 시장의 ‘이권 카르텔’ 산물이며 그걸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공정한 대학수학능력평가(수능)이 되도록 공교육 과정 내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겠다.” 킬러문항 없애는 것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정확하게 ‘킬러 문항’이 어떤 것이며 그리고 그걸 없애는 것만이 능사인가 하는 것이다. ‘쉬운 수능’이 현실화되면 최악의 경우 수능 만점을 받고도 서울대학교 입시에서 탈락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설익은 수능 발언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수험생.(출처 : YTN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낳게 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교육 시장의 ‘이권 카르텔’ 운운하는 것 또한 문제다. 대통령이 교육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검사 티를 벗지 못한 채 세상 모든 일을 범죄와 비범죄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바라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런 오락가락 아마추어 행정에 대해 고3 수험생이 직접 유튜브 댓글창에 장문의 편지를 올린 것이 딴지일보 등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직접 그 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 학생은 “현역 고3 수험생입니다.”고 말하며 운을 뗀 뒤 “지금 위대하신 윤석열 대통령님의 저 발언 덕분에 저희 수험생은 대혼돈에 빠졌습니다. 제대로 아는 것도 하나 없으면서 뭘 하겠다고 저렇게 난리를 피우는지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대표적으로 국어 영역의 독서 파트)’는 사교육을 장려하기 때문에 출제를 배제하라고 한 말에 대해 독서 파트는 수능 전체에서 가장 사교육이 필요 없는 파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한 애초 독서 교과목 학습 목표만 살펴봐도 수능 독서 파트가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킬러 문항 관련 발언에서도 킬러 문항이 없으면 변별력이 떨어지게 되고 오히려 그 때문에 기존 출제되는 비킬러, 준킬러 문항이 어려워지게 되어 오히려 기존 킬러 문제보다 더 수능 목적에 부합하지 못할 것이라 지적했다. 또 이규민 평가원장 사임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6월 모의고사는 평소보다 더 쉬웠으며 작년과 비교해서 1등급 커트라인이 10점 더 높았다는 사실 또한 상기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의 설익은 교육 정책에 대해 유튜브 댓글창에 비판의 말을 남긴 고3 수험생.(출처 : 딴지일보 게시판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그리고 이 학생은 윤석열 대통령의 문제점이 변화를 줄 것이라면 유예기간을 두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당장 9월 모의고사와 수능부터 자신의 고집을 적용시키려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사교육으로 인해 발생한 교육 격차에 대해서도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메가스터디나 대성마이맥 등 주요 인강 사이트는 1년에 30~40만 원만 내면 모든 강의를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패스 요금제를 시행 중이며 학원은 수능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쓴이 본인 또한 학원 하나도 다니지 않고 인강도 오직 화학 과목 하나만 들으며 전 과목 1등급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5살 초등학교 입학, 주69시간 근무 발언 등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서 변화를 주겠다고 계속 엉뚱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 당부했다.
과연 킬러 문항을 없애는 것이 능사인지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현재 수구 언론들은 소위 일타강사들의 재력 등을 걸고 넘어지며 윤 대통령의 언행에 무조건적으로 찬동하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육 정책이란 것은 중장기적으로 해나가야지 단기적으로 바꾸려고 하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농업 정책도 그렇고 교육 정책도 그렇고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은 모두가 근시안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