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거리는 식감과 달콤하고 개운한 맛, 그리고 다양한 색상이 식욕을 돋우고 요리에 생기를 불어넣는 파프리카는 외국 요리는 물론 한식에서도 그 존재감이 대단하다.
대형마트나 전통 시장에서도 빨강, 초록, 노랑, 주왕색 파프리카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많이 저렴해져서 감자나 당근, 양파처럼 갖춰 두고 먹는 기본 채소로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과일처럼 생으로 먹기도 하고, 고기나 해물 그리고 파스타 등 어떠한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파프리카는 전 세계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슈퍼 푸드다.
영어로는 '스위트 페퍼' 또는 '벨 페퍼' 라고 하는데 우리보다 파프리카를 먼저 재배한 일본에서 피망과 차별화하기 위해 매운맛이 나고 껍질이 질긴 것을 피망, 아삭하게 씹히는 맛 좋은 개량종을 파프리카로 불렀다.
하지만 모두 같은 것이다.
처음에 북유럽에서만 애용되던 파프리카는 네덜란드의 재배 기술에 힘입어 검정, 보라, 갈색, 흰색 등 컬러 혁신은 물론 영양과 맛도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전 세계로 수출됐다.
온실 재배로 일 년 내내 즐길 수있어 그 쓰임새도 다양하고 수요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파프리카는 '비타민 캡슐' 이라고 불릴 만큼 비타민A와C 함량이 높고, 항산화 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특히 미타민C는 체내의 활성산소를 없애 암을 예방하며, 약간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과 비슷한 성분은 제지방을 분해하고 열량을 소모해 다이어트와 디톡스(해독)에 효과적이다.
파프리카는 색상에 따라 주요 영양소나 함량이 조금씩 다르다.
클로로필이 풍부한 초록색 파프리카와는 달리 빨간 파프리카에는 초록색보다 두 배의 비타민C와 100배 이상이 베타카로틴, 그리고 5배 이상의 비타민E가 들어있다.
파프리카 속에는 커다란 씨주머니가 있어서 조리할 때는 세로로 반으로 잘라 씨와 꼭지를 없애고 원하는 크기와 모양으로 썰어서 사용한다.
◈ 파스타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
필자가 캐나다 요리학교에 다니던 시절, 노란 프프리카를 사과처럼 통째로 베어 먹던 중국인 동기생을 보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나다.
필자도 따라서 생으로 먹어봤더니 그 과즙이 과일 못지않게 달콤하고, 아삭아삭 기분 좋은 식감과 그 상큼함에 놀랐다.
빨간 파프리카는 샐러드로 먹어도 좋지만 베타카로틴과 비타민E의 흡수를 높이기 위해 기름에 살짝 볶아서 먹는 것이 좋다.
파프리카는 다른 채소들과 함께 즐기거나, 고기나 해물을 바비큐 할 때 같이 구워 먹으면 맛 궁합은 물론 영양의 균형이 완벽하다.
서양의 유명 셰프들은 파프리카를 토치나 가스불로 새까맣게 태워 껍질을 깨끗하게 벗겨낸 후 불향을 입어 촉촉해진 파프리카 과육을 올리브유나 버터, 우유와 섞어 믹서로 갈아서 다양한 향신료로 맛을 낸 다음 파스타나 해물 요리에 많이 응용하고 있다.
혹은 스크램블로드에 그와 섞어서 볶아 가벼운 브런치로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갈은 소고기나 참치 등에 파프리카를 잘게 다져서 볶아 간을 한 다음 삶은 달걀의 흰자에 채워 핑거 푸드와 카나페로 즐기기도 한다.
한국식으로는 동그랑땡 소를 만들어 속을 파낸 파프리카에 채워 찌거나 구워서 격식을 차리는 손님맛이나 명절 음식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센 불에서 채를 썬 삼색 파프리카를 굴소스로 볶고 삶은 면을 넣어 마저 섞어 중국식 잡채로 즐겨도 좋다.
잘게 다진 파프리카에 올리브유와 허브를 넣어 살사소스로 만든 다음 샌드위치나 토르티아, 혹은 옥수수 나초 스낵에 얹어서 먹으면 가벼운 와인 안주나 간식으로도 즐길 만하다.
◈ 파프리카 살사소스 & 토르티아
- 재료(4인분 기준)
토르티아 4장, 컬러 파프리카 1/2개씩, 생바질 채 썬 것 1작은술, 적양파 1/2개, 애플민트 1작은술(생략 가능), 다진 마늘 2작은술, 올리브유 2큰술, 소금·후추 약간
- 만드는 방법
1. 토르티아는 잘 달궈진 팬에 바삭해질 정도로 노릇하게 양면을 구워 낸다.
2. 파프리카는 모두 꼭지를 떼어내고 씨를 발라낸 다음 1cm 크기로 네모나게 썰어 둔다.
3. 생바질은 잘게 채로 썰고 적양파는 껍질을 벗겨내고 파프리카와 같은 크기로 네모나게 썰어 둔다.
4. 커다란 볼에②, ③을 넣고 다진 마늘과 올리브유를 먼저 끼얹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5. 생바질을 ④에 넣고 섞어 살사소스를 완성한다. 이때 애플 민트를 추가해서 넣어도 좋다.
6. 접시에 파프리카 살사소스를 담아내어 바삭하게 구워 낸 토르티아에 얹어 먹거나 싸서 먹는다.
정성숙 / 푸드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