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름에게 / 김남조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까
검은 벽의 검은 꽃 그림자 같은 어두운 향로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한겨울 밤 고독 때문에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
불신과 가난 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어딘지를 서성이는 고독한 남자들과 허무와 이별 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때로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 채 돌아갑니까
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에 고독도 과해서 못 가진 이름에 울면서 눈감고 입술을 대는 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는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김남조>
김남조시인, 대학교수 출생1927년 9월 26일, 대구사망2023년 10월 10일 (향년 96세) 가족배우자김세중 데뷔1950년 연합신문 시 '성숙', '잔상' 등단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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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시, 좋은 사람.
먼저 가는 인생.
좋은 곳에서 편히 쉬소서.
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영원안 안식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