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킹을 잘합니다. 남들보다 습득력이 강합니다.
따라할 수 있는 건 열심히 따라 제칩니다.
눈썰미가 있습니다.
10년을 이렇게 무료급식만 파헤쳤습니다.
이랬더니 달인이 돼 가는 듯 합니다.
식판 위에 식판을 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균형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조심하면서도 신속히 쌓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봉사자들은 이걸 합니다.
경주에 있는 13층 석탑보다 더 높게도 가능합니다.
또 도시락용기를 셀 때도 한 번에 잡는 게 정확한 숫자가 됩니다.
마치 은행직원이 지폐를 쥐면 정확히 100만원이 되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습니다.
무료급식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오늘은 어떤 메뉴인지 금방 알아챕니다.
100m거리에서도 다 압니다.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온 동네를 가득 채웁니다.
더 나은 곳, 더 좋은 자리를 기웃거리지 않고 한 우물만 팠더니 생활의달인이 됐습니다.
매일 묘기가 난무하는 신기한 무료급식소가 됐습니다.
하루에도 많은 사람과 만나고 또 헤어집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도 있고, 내가 도와줘야 할 사람도 존재합니다.
후원자도 있고 소외계층도 있습니다.
나에겐 모든 사람이 새롭습니다.
간혹 해코지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쨌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그들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면 철저히 내 것으로 만듭니다.
또 아닌 것이 있다면 아닌 것 대로 경험이나 노하우로 바꿔서 저장해둡니다.
나는 급식소에서 있었던 일들을 글로 옮깁니다.
그날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적습니다.
모든 글이 미담으로 각색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무료급식소 안에서 뛰어다니는 실무팀들은 미담이 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용자들끼리 싸움도 일어나고, 봉사자들끼리 미묘한 긴장의 순간도 찾아옵니다.
여러 경우의 수가 산재한 곳이 이곳입니다.
그것을 빨리 알아채서 중재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중재의 달인 맞습니다.
우리 급식소가 미흡하고 볼품없어도 나는 만나무료급식소를 사랑합니다.
우리 급식소에 대해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잘 안다는 말은 그만큼 애정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비만 오면 천정에서 물이 샙니다. 양동이를 받쳐야합니다.
지붕이 점점 가라앉아서 중간에 건설자재인 쇠파이프로 받쳐 놔야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 급식소가 전국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너무너무 좋아서 죽을 지경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뽑으라면 세종대왕을 말합니다.
미국사람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뽑으라면 1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뽑습니다.
그래서 1달러 지폐에 조지 워싱턴을 새겨놓은 것입니다.
1달러가 하찮아서가 아니라,
1달러는 가장 낮은 단위의 지폐이니 남녀노소 누구나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겠다는 의미에서입니다.
우리도 1달러가 되고 싶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올 수 있는 곳, 벽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 되고 싶습니다.
경주최씨 가문은 대대로 부자였습니다.
돈만 많았던 가문이 아닌 인덕이 겸비된 가문,
독립운동 자금도 후원했던 훌륭한 가문이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100리 안으로 밥 굶는 거지가 없도록 하라”던 말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돕니다.
우리 무료급식소도 사방 40km 안으로 소외계층이 없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