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金杏·54) 청와대 대변인이 31일 사의(辭意)를 표명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님들과 언론계 선후배님들께'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박근혜 정부 집권 1년차의 대변인직을 마치고 잠시 쉼표를 찍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변인은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윤창중 전 대변인과 함께 지난 2월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돼 활동해 왔지만 두 사람 모두 사임하면서 대변인 자리는 공석이 됐습니다. 김 대변인은 지난 6월 이정현
정무수석이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역할이 축소됐으며, 이 때문에 이 수석과의 갈등설 등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결국
사의를 표명했지만 최근 상당한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대변인의 사임은 어느 정도 예상됐습니다. 이 수석이 홍보수석이 되면서 “김 대변인이 안보인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돌았습니다. 어찌보면 이 이 수석과 불편한 동거가 계속된 것이지요.
최
근까지 청와대에는 “김행 대변인이 요즘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나요?”라는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왔습니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한
직원도 외부로부터 김 대변인에 대한 근황을 묻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하더군요. 대부분이 “요즘 김 대변인 얼굴을 좀체 볼 수가
없다”며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김 대변인이 청와대의 결정 사항이나 정책,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습니다. TV는 물론 신문 지상을 통해서도 김 대변인 얼굴을 본 지 꽤 오래됐습니다. 존재감이 사라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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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행 대변인이 지난 3월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하지만 6월 이후 김 대변인이 이렇게 브리핑 하는 모습은 사라졌다.
인터넷 포털에서 ‘김행 대변인’으로 뉴스 검색을 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나온 기사 가운데 김 대변인의 이름이 들어간 청와대발(發) 기사는 몇 건 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김 대변인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요.
김
대변인 사임 하루전에도 청와대 출입기자 등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김 대변인은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나가지 않았고, 여전히 대변인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TV카메라 앞에 서서 하는 공식적인 브리핑 등을
하지 않아 잘 보이지 않는 것 처럼 보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김 대변인이 카메라에서 사라진 시점은
이정현 홍보수석이 임명된 이후여서 여러 해석들이 나옵니다. 이 수석은 원래 박근혜 정부 출범과 더불어 정무수석을 하다가 지난 6월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이남기 전 홍보수석이 물러나면서 이 수석이 이 자리로
옮긴 것이지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는 윤창중·김행 공동 대변인 체제로 운영됐습니다. 이남기 전
홍보수석은 아예 기자들 앞에 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윤 대변인이 미국 순방 중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물러난 뒤 김행 단독 대변인
체제가 한 달 가까이 유지됐습니다. 이 때가 김 대변인으로서는 가장 바쁜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수석이 등장하면서 이번엔 김
대변인의 모습이 사라진 것입니다.
김 대변인과 달리 이정현 홍보수석은 요즘 맹활약 중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기자실을
찾아 브리핑을 한다고 합니다. 청와대의 각종 입장은 이 수석의 이름을 달고 나옵니다. 중요한 인사나 정책은 이 수석이 마이크를
잡고 직접 발표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앞장서 대변하다 종종 욕을 먹기도 합니다. 얼마 전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언어살인이며 국기문란”이라고 논평을 하던 중에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원칙대로 하는 것에 손가락질하고 불통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랑스런 불통”이라고 했다가 또 비판의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만기친람(萬機親覽) 홍보를 하고 있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