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열매는 흰데 가지는 붉은색… 말 채찍으로 썼대요
흰말채나무
▲ /위키피디아
한겨울 황토빛으로 변한 산과 들에 유난히 붉게 보이는 식물이 있습니다. 이 식물은 여러 갈래의 붉은 가지를 하늘로 길게 뻗으며 자라요. 그래서 불이 났다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재미있게도 이토록 붉은 나무의 이름은 '흰말채나무'입니다.
이 식물은 늦은 가을까지 푸른 잎으로 무성히 덮여 있어요. 가을 무렵이 되면 가지가 서서히 붉어지지만, 잎에 덮여 잘 보이지 않아요. 그러다 겨울이 되면 달걀꼴의 넓은 잎을 떨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붉은 가지를 드러내지요.
흰말채나무는 말채나무와 형제인 식물입니다. 말채나무는 북한과 만주 등 동북아시아에 사는 나무인데요. 나무의 가지가 말의 채찍으로 쓰기 적당했다고 '말채'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봄이 되면 가느다란 가지에 물이 올라 탄력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흰말채나무도 말채나무와 비슷하게 가지가 가늘고 흰색 꽃을 피워요.
하지만 두 식물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높이와 가지의 색깔인데요. 흰말채나무는 크게 자라봐야 3m쯤 자라고, 가지가 붉어요. 하지만 말채나무는 10m까지 자라면서 가지도 흑갈빛이에요. 열매 색도 달라요. 두 나무의 열매는 모두 손톱 크기보다 작은 둥근 모양이지만, 말채나무는 열매가 검고 흰말채나무는 희지요.
흰말채나무와 비슷한 분류의 식물도 있어요. '붉은말채나무' '노랑말채나무' 등인데요. 붉은말채나무는 가지는 붉지만, 열매는 검은색이에요. 가지는 흰말채나무를, 열매는 말채나무를 닮은 거예요. 노랑말채나무는 흰말채나무처럼 열매가 희어요. 하지만 가지는 노란색이죠. 붉은말채나무와 노랑말채나무는 가지 색을 기준으로, 흰말채나무는 열매 색을 기준으로 이름이 붙여진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이름이 이렇게 붙여진 이유를 라틴어 학명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요. 붉은말채나무의 'sanguinea'(핏빛), 흰말채나무의 'alba'(흰색)를 직역했다는 거예요. 노랑말채나무라는 이름은 학명과 무관하게 우리나라에 소개된 품종의 노란 가지색을 보고 붙였다는 설명이 있어요.
흰말채나무는 다양한 종류의 관상용 품종으로 개량되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봄과 여름에는 풍성한 잎과 꽃무리를 이룬 꽃이 아름다워 보기 좋고요, 겨울에는 빼곡히 뻗은 붉은 가지가 보금자리를 찾는 새들을 불러 모은다는 거예요. 우리나라에는 주로 동네 어귀나 마을 숲, 공원에 심어져 있답니다. 늦은 봄에 피는 자글자글한 흰색 꽃이 아름답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본래 말채나무처럼 추운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라 씨앗이 땅에 떨어져도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사람이 한 그루의 포기를 뿌리까지 반으로 잘라 나누어 심거나, 가지를 자른 뒤 땅에 심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죠. 이렇게 하면 번식이 잘되기 때문에 공원이나 식물원에서는 흰말채나무를 촘촘하게 심어 울타리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한대요.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