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 최재영
새빨간 거짓말은 내게 맡겨요
오전과 오후가 빨갛게 익었잖아요
겉과 속이 똑같으니 믿음직스럽지 않나요
세상의 거짓을 모조리 키우는 중이거든요
표리부동하지 않을 것
한 계절 내내 우리들의 좌우명이죠
통속이 붉다 한들 나만 하겠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형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매력이죠
최근엔 내 모습을 흉내 내느라
여기저기서 추파를 던지기도 하지만
어림없는 일이죠 크기부터 압도적인걸요
완숙이란 더 이상 붉어지지 않을 때까지
속울음을 익혀야 하는 법
울음의 끝은 메마른 줄기로 마무리해요
오늘도 나를 지나는 태양은
걷잡을 수 없이 맹렬해지네요
그야말로 감정에 충실하다는 증거죠
어때요 감쪽같이 익어버렸죠
당신, 붉은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회의적인가요
제발 나를 좀 믿어주세요
완벽한 불신을 완성해 드릴게요
— 시집 『통속이 붉다 한들』 (시산맥, 2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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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영 시인
1965년 경기 안성 출생.
2005년 강원일보,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루파나레라』 『꽃피는 한 시절을 허구라고 하자』 『통속이 붉다 한들』.
2014년 방송대문학상 대상, 2018년 성호문학상 본상, 2020년 김포문학상 대상, 아차산 문학상 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