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기도 합니다. 아비가 착하다고 자식이 착한 것도 아니고 아비가 악하다고 자식이 악한 것도 아닙니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꼭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기야 아비가 도둑이라고 해도 자기 자식이 도둑이 되기를 바라는 아비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자신이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아마도 자기 자식까지 도둑으로 되는 것을 그리 개의치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마피아처럼 아예 대를 이어 악행을 하는 가문도 있습니다. 그들의 전통이고 문화일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대를 이어가겠지요.
비록 남들 보기에 그리 정도(正道)의 길을 걸으며 집안을 키운 것은 아니더라도 자리를 잡고 나서는 그래도 반듯하게 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과천선이라고까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과거보다는 바르게 살고 싶다는 욕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신념에서 비롯될 수도 있고 어쩌면 종교적 이유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특히 자신의 자식만큼은 제대로 사람답게 살기를 바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바람과 자식의 현실이 틀어지는 데 있습니다. 자기 자식이라고 해도 자기 마음과 희망대로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아비와는 전혀 다른 길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아비보다 더 악해질 수도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코로나도’라는 작은 마을은 ‘에릭’이라는 노인이 거의 지배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견제대상으로 있는 사람은 그의 옛 약혼자였던 ‘케이트’라는 할머니입니다. 에릭이 왜 파혼을 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였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처음 사회적 기반을 위해 돈 있는 편을 택하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사실 늘 마음에는 케이트를 두고 있었으니까요. 사실 그래서 케이트가 대들어도 다른 사람들에게처럼 막 대하지를 못하였습니다. 그 마을에 ‘록하트’라는 전 기병대 장교가 주문한 물건을 배달해주려고 들어옵니다. 일을 마쳤음에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가게 주인은 젊은 여인 ‘바바라’인데 그만 한 눈에 빠집니다. 그러나 이미 약혼자가 있는 사람입니다.
록하트는 배달을 마치고 돌아가는 일꾼들에게 빈 수레로 가지 말고 거저 얻을 수 있는 소금이나 싣고 가라고 합니다. 딱히 누구의 영토라고 할 수도 없는 곳에 얼려있는 소금을 수레에 싣고 있는데 에릭의 아들 ‘데이브’가 자기 목장의 목동들과 몰려와서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며 행패를 부립니다. 마차는 불사르고 나귀는 사살하고 록하트는 마구 다룹니다. 모욕을 주며 그곳을 떠나라고 말합니다. 마침 에릭 밑에서 아들처럼 대우 받으며 일하는 ‘빅’이 나타나 말립니다. 록하트는 일단 자기 사람들에게 충분한 사례를 하여 떠나보냅니다. 그리고 자신은 마을로 돌아옵니다. 코로나도 마을은 푸에블로 인디언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파치 인디언들과는 다르게 온순합니다.
록하트가 그 마을로 온 것은 목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개 소대에 가까운 기병대가 아파치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아 무참하게 살해되었습니다. 한 가지 수상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아파치 인디언들이 연발 소총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백인만 소유할 수 있었던 총기가 어떻게 인디언들에게 넘어갔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학살 사건이 그냥 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밝혀야 하고 그 사건 때 목숨을 잃은 동생의 원수도 갚아주어야 합니다. 꼭 아파치 인디언의 짓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사건의 진상을 찾으려고 온 것이지요. 그래서 이래저래 달래고 위협을 가해도 마을을 떠나지 않는 것입니다.
빅이 아무리 충성스럽고 성실하게 에릭을 도우며 일한다고 해도 에릭의 아들은 아닙니다. 데이브를 지키고 가르치고 돌보라고 부탁하여 뒤를 살펴주지만 데이브는 자신이 상속자라는 사실을 알기에 빅에게 순순하지 않습니다. 빅은 사랑하는 바바라와 결혼도 해야 하고 자신도 자립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이 마음과 뜻 같이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아파치 인디언과 뒷거래를 꾸몄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데이브가 알아채고 있는 것이고 말입니다. 록하트와 갈등을 빚은 데이브는 살해할 심산을 가지고 일을 꾸밉니다. 게다가 잘 안 되자 숨겨둔 연발소총들을 인디언들에게 넘기려 합니다. 빅이 알아채고 말리다 그만 데이브를 살해합니다. 자기 재산을 건드리다니.
데이브를 살해한 혐의를 록하트가 받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음을 깨닫고 현장을 찾아 나섭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빅이 따라나서다가 주인 에릭을 낭떠러지에서 밀쳐냅니다. 다행히 죽지는 않고 케이트의 보살핌으로 회복합니다. 그리고 진상을 알게 됩니다. 록하트가 찾아 나서지요. 나이 늙어 첫사랑으로 돌아온 에릭은 조용하고 평안한 노후를 보낼 것입니다. 록하트는 떠나면서 바바라에게 말합니다. ‘라라미’에 올 기회가 있다면 어디서 자기를 찾으면 된다고 말입니다. 전통서부영화의 끝을 그대로 따릅니다. 떠나는 것으로. 영화 ‘라라미에서 온 사나이’(The Man From Laramie)를 보았습니다. 1955년 작품입니다.
첫댓글 아비가 도둑이라고 해도 자기 자식이 도둑이 되기를 바라는 아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맞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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