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이다. 난 애초부터 이브스킨지? 아담스킨지 도통 몰랐다. 그저 남들 가는 장에 똥지게 지고 따라 갔을 뿐이다. 근데 결말은 내 생애 최고의 대회였다.
코스는 전반의 내륙 산악지대와 후반의 해안 지대로 이어지더라. 산악지대는 이름 그대로 약간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허나, 제주도 중산간 도로를 가보셨는가? 도로 양쪽의 원시림에 가까운 울창한 삼림지대. 그러니 공기는 월매나 청정하겠는가? 또 산간지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들이 한 폭의 그림이더라! 이런 지리학적 특징뿐 아니라 인문학적으로 보아서도 감탄할 만하더라. 주로 주변의 온 주민들이 몽땅 나오신 것 같더라. 공식 급수대 외에, 이들 주민들이 각자 나름대로, 오렌지·삶은 고구마·육포·전통 차·어묵 탕 등속을 … 특히 댓살쯤의 어린 아기들은 플라스틱 쟁반에 사탕을 담아서 … 더 어린 아가들은 고사리만한 손에 사탕 하나를 내밀면서, “나에게도 한번쯤 사랑을 주셔요” 라면서, 애타게 응시하더라. 바로 이거다. 어릴 적부터의 이런 자원봉사 경험들이 성인 이후의 탈 자기중심적 사고와 행동을 만드는 핵심 토대가 되었을 것로 의심치 않는다. 여기에다 개인적으로, 놀라운 일은 아가들 손을 함 잡아주고 또 주민들과는 하이파이브하면서 쉼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다보니, 어느새 20k 지점이더라. 야~ 그러니, 일체유심조인 게다. 그러다가 어디에선가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왜 아니겠는가? 주는 대로 받아 마시다가 배탈이 난 이전 경험이 있어서 이젠 목을 헹구기만 하니, 금방 갈증이 난다. 그래서 요번 급수대에선 벌컥 벌컥 마셔야지! 하면서, 26k 정도의 어느 안부를 막 올라서니 공장 작업복 차림의 웬 꺽달진 남정네가 호각을 막 불면서 주자들을 길 한쪽의 공장 안으로 유도한다. “아니, 이게 뭔 시츄에이션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따라가 보니, 긴 테이블에 소갈비 구운 것과 음료수가 한상 떠억~ 차려져 있다. “히히 …” 먼저 한 컵 벌컥 마시는데 물맛이 아니더라. “그럼~ 차를 끓였구나!” 하고 석 잔을 거푸 마셨다. 근데 마시고선 그 옆을 보니, 정종 댓병이 떠억~ 버티고 있잖은가? 야~ 주로에 술을 제공하다니 … 캬~아, 노가다는 노가다다. 역시 무식하다. ㅋ. 이게 소위 ‘철공소 구간’이라더라!
이후 30k를 지나고부턴 역시 힘이 떨어진다. 일일이 손 맞짱치기에는 지쳐가고 있다. 그래도 특히 꼬맹이들의 손 흔듦을 외면한다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 주자들 한복판으로 숨어서 걷다 뛰다를 반복했더랬다. “숨어지나?” 하겠지만, 천만에 말씀, 그래도 이 몸이 (대략) 6,000/15,000 정도였으니, 내 뒤에도 엄청 엄청 많았다. 믿기시는가? 국내에선 제한시간 5~6시간이 부담스러워 출전을 포기하는 달림이들이 많기에, 요즈음 내 뒤는 만주벌판처럼 허전하기 짝이 없었다(인정머리 없는 것들! 경노의식이라곤 도통 … ㅋ). 근데 이 대회의 6~8시간 주자들은 유람性 건달型 주자들이 많더라! 그래서인지 대회 출전 사실을 사돈 팔촌한테도 광고하는 모양이다. 억수로 왔더라. 그럼 이들이 대회 후 그냥 가는가? 예컨대 먹자 코너에선 한 손엔 꼬치구이를 다른 한 손엔 종이컵을 들고선 막 먹고 마셔댄다. 게다가 토산품 코너도 문전성시더라. 이제 우리도 제한시간에 대해선 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엘리트주의에서 더 벗어나야 한다. 또 이들은 왕복 2 차선 도로의 한쪽을 차량 통행시키고 있더라. 대신 경찰 등 감독관들이 철저하게 통제하고 또 운전자들은 10K 정도로 서행하더라. 서로가 윈윈하고 있는 거다. 우리보다 더 합리적이더라. 예컨대 고속도로에서도 주행차로와 추월차로를 철저히 지키기에 참 부럽더라.
그렇더라도 “에이구 쯔쯧 …” 싶은 것도 있더라. 골인 후 우리 모두는 대회장(휴양지임) 내의 한 콘도 부설 사우나에 갔더랬는데, 아휴 말씀 마시라. 딱 우리의 6~70년대 수준이더라. 우선 옷장 수가 너무 적어 플라스틱 통에 옷을 담아 평상 밑이고 옷장 위이고 간에 널부러져 놓았더라(지갑은 어쩌는지?). 그 뿐인가? 또 목욕하고 나오니 몸의 열기를 식혀야겠는데, 그깟 선풍기 한 대 없더라. 에효~ 짠돌이들!(식당과 술집에는 ‘워러~’를 아예 안 내놓더라!). 더더욱 가관은 탕이 달랑 온탕 하나뿐이더라. 근데 내가 잘 가는 녹천탕은 열탕 1, 온탕 1, 마사지 온탕 1, 폭포수 냉탕 1, 아이스 냉탕1 등 무려 5 개나 되지 않은가? 그럼에도 요금은 우리의 2 배이더라! 다시는 가는 가 봐라~
오늘은 늦게 일어나 예의 그기에서 주위 눈치를 못 본 척 마사지 온탕을 즐기고 나니, 피로가 거의 다 풀렸다. 탕의 열기 속에서 곰곰이 생각하니, (님들, 이런 말을 한번만 이해해 주시고 용서해 주시구랴!) ‘이 나이에 풀코스를 뛴 내가 너무 너무 자랑스럽다.’ 다시 함 강조하지만, 6000/15,000! ㅋ. 내년에는 좀 더 잘 기획해서 함 더 갔으면 좋겠다. 꿈의 코스에다 우리의 초가을 날씨 환상적이지 않은가? 특히 이상완/박순혜 내외분이 좋아할 대회겠더라. 참말이다! 뛰는 중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 인근의 함 선생은 인자 할 일도 업고허니 철공소 구간에서 물컵 들고 자봉하시면 딱!이겠더라! ㅋ. 우리 집 사람도 “인자는 그런 델 가몬, 여자들도 좀 데리고 가세요!” 카더라.
역시 우리 클럽의 보물이더라. 가이드로 수고해 준 김호진, 운전기사로 힘을 보탠 최욱준 등 젊은 아우들에게 많은 경의를 표한다.
피에수〉 난 다른 아우들 2차 갈 때, 혼자 일찍 들어와 먼저 잤더랬다. 한참 자다가 요의를 느껴 일어나니, 웬 남정네가 이불도 안 덮은 채 손수건만한 빤쯔만을 한 장 걸치고 뻗어 있더라. 아휴~ 징그러~ 시껍했따~ 샤모님! 다음 여행 때는 잠옷도 꼭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ㅎㅎ. 웃지 마오!
이제는 7시간 가까이 뛸 자신이 없어 머나먼 전설이 되어버린 풀코스!!! 완주 축하드립니다. 대회주로는 만족, 기타 대회장밖 돈내고 받는 서비스는 엉망이란 말이죠. 다음에 갈때는 꼬맹이들 줄 조그만 선물들고 가면 애들한테 평생 있지못할 보물이 되겠네요.
색다르고 멋진 마라닉 하셨네요.
다음엔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재미가 있었네요. 한번은 가봐야지.
달린후에 여행사 사장님을 우연히 만났는데 카멜리아 선박으로 금요일 밤 출발 월요일 저녁 부산 도착 상품 65만원이라고 합니다.
이정도면 비용도 괜찮은 듯 하니 혹 다음에 가실 때 참고 바랍니다. 우리가 인원이 많으면 협상해서 할인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ㅋ
한동안 이브스키 후기에 시달릴듯한 이 느낌...
안가본 분들은 일본의 촌에서하는 마라톤 대회 한번 참가해보시길 권합니다.
우리나라와는 또다른 마라톤 대회 분위기를 느낄수 있습니다.
2004년 이브스키 사탕 자봉하던 이 애들, 이번 대회에 참가했던가요?
수고하셨습니다.
저 나름대로도 가장 좋았던 대회인 것 같습니다.
단지 아쉬운 건 섭-5를 못했다는 게 아쉽네요.(그래도 15,200명중 4,000등 정도 했습니다 ㅋ)
교수님도 회복 잘 하시기 바랍니다.
최악의 기록! 최고의 기분! 인 대회였습니다.
읽으며 반추하니 주로의 고사리 손이...
주로의 자연 풍광이 스치네요.
초 봄의 날씨와 청정한 자연이,,,
또 가야지.
그대회가 그런분위기였네요 가고싶어지네요,. 그리고 풀 완주 축합니다.
한사람만 불행한 대회이고 나머분들 모두는 해피했던 대회인가 봅니다.ㅎㅎ... 저도 언제 점빵에서 프리하게 되어 이런데 갈수있을까요...부럽습니다.
뭘해도 우리보다는 한수 위라는 생각이... 내년에는 토달에서주관해서?
교수님 글을 보니 구미가 팍 땡깁니다.
회복 잘 하시고요!!
이브스키라 처음에는 스키장에서 달리기 하는 줄 알았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