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지인들과 여행을 갔다가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며 별자리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럴 때 사람들에게 별자리를 알려 주고 그 별자리에 있는 신기한 천체들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나다. 하나 과학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지인들은 이내 피곤한 기색을 내보이며, 그러지 말고 탄생 별자리와 그에 해당하는 운세를 알려 달라고 한다. 자기 생일을 줄줄 읊는 이들에게 나는 대답한다. "나는 천문학을 공부했지 점성술을 배운 게 아니니, 그런 것은 잘 몰라!" 물론 지인들의 눈빛에는 실망이 가득하다. 이런 일을 반복하고 나니, 과학을 공부하지 않은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하려면 별자리와 운세를 슬쩍 연결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전히 사교를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점성술적 관점으로 황도 12궁을 공부해 보았다. 아, 그런데 시작부터 막혔다. 황도란 천구상에서 태양이 1년에 걸쳐 지나가는 길을 이른다. 날마다 해가 뜨기 직전 성도를 펼쳐 놓고 해의 위치를 점으로 찍으면 1년 뒤에 제자리로 오는데, 이 길이 황도다. 12궁은 황도에 놓여 있는 12개의 별자리라는 뜻으로, 태양이 1년 동안 들렀다 가는 12개의 별자리다. 하지만 태양은 별자리 13개를 지나간다! 황도 12궁에 포함되지 않은 13번째 별자리 이름은 뱀주인자리. 눈에 띄는 별이 없어 그렇지 매우 큰 별자리이며, 태양은 11월 30일부터 12월 17일까지 무려 18일 동안 이 별자리를 조금씩 이동한다. 그렇다면 이 별자리가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오래전 점성술사들은 춘분, 하지, 추분, 동지를 기준 삼아 각 구간을 삼등분하고, 그 구역에 있는 별자리를 모두 모아 황도 12궁이라 불렀다. 이 기준은 국제 천문 연맹이 하늘을 88개의 별자리로 나누기 전에 정해진 터라, 실제로 태양이 별자리 사이를 지나가는 시간과 잘 맞지 않는다. 게다가 서양에서는 13을 불길한 숫자로 여겼기 때문에, 황도에 13개의 별자리가 있는 것을 두고 보지 않았다. 1년은 12달이니 12개의 별자리를 정하는 것이 깔끔하다. 그래서 뱀주인자리는 슬쩍 빠지고, 오늘날 별자리는 12개가 되었다. 태양은 뱀주인자리에 오기 전 전갈자리를 지난다. 태양이 전갈자리에 머무르는 기간은 11월 23일 부터 11월 29일까지 고작 일주일에 불과하지만, 점성술사들은 이 멋진 별자리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뱀주인자리보다 전갈자리에 신비로운 이야기가 더 많이 담겨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이처럼 점성술에서 탄생 별자리로 삼는 황도 12궁과 천문학에서 실제로 태양이 지나가는 황도 13궁은 많이 다르다. 상황이 이러하니 재미 삼아 보는 탄생 별자리와 실제 황도 별자리가 크게 어긋나는 경우도 있다. 한 지인은 전갈자리에 태어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처녀자리였다며, 그동안 믿었던 내 운명은 어찌 된 것이냐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라. 그렇게 잘못 알았어도 잘 살아오지 않았는가. 우리가 별자리 운세를 보는 이유는 하루를 헤쳐 갈 힘과 용기, 꼬인 문제를 풀어 갈 실마리를 얻고 싶어서다. 중요한 것은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주저앉지 않고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러니 우울함에서 벗어나고 일도 잘 풀렸다면, 이는 별자리가 주는 운이 나를 살린 것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든 한 존재, 바로 나 자신이 해낸 것이다. 우리는 모든 문제를 극복할 힘을 이미 가지고 있다. 다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통로가 막혀 그 힘이 밖으로 나오지 않을 뿐이다. 탄생 별자리가 주는 기운은 나다움을 찾는 도우미일 뿐 실제로 내 운명을 바꾸진 못한다. 오직 나만이 내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이지유 작가
여섯 살 아이의 지혜
조선 중종 때 영의정 홍언필의 일화. 어느 여름에 홍언필이 사랑채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한참을 자다기 무엇인가 배가 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뜨이지 않는 눈을 겨우 뜬 그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배 위에서 커다란 구렁이 한마리가 똬리를 틀고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홑적삼으로 전해오는 큰 구렁이의 차가운 느낌이 섬뜩했지만 몸을 움직이면 구렁이가 물것은 뻔한 이치여서 무섭고 두려웠지만 구렁이가 스스로 내려갈 때까지 꼼짝 못하고 누워 있었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 구렁이는 그대로 있고 두려움은 점점 커지고 소리 지를 수 없으니 속만 바싹바싹 타 들어갈 때였다. 사람이 오는 소리가 나더니 이제 여섯살이 된 아들 섬이 대문 동쪽에서 아장아장 걸어 와서 그 무서운 광경을 보았다.
섬은 아버지에게 일어난 일을 잠시 보더니 그냥 왔던 문으로 나가버렸다.
홍언필은 아버지의 위급함을 보고 구하지 않고 사라진 아들이 야속했다. 그러나 여섯 살 아이가 무엇을 하리라고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런데, 잠시 뒤에 아들 섬이 다시 문을 빠끔히 열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아들 섬의 손에는 뒤뜰 연못가에서 잡은 듯한 개구리 서너 마리가 들려 있었다.
섬은 살금살금 다가오더니 아버지를 향해서 개구리들을 던졌다. 개구리를 던지는 순간 구렁이는 잽싸게 아버지 홍언필의 배 위에서 내려와 개구리를 잡아 먹으려고 쫓아갔다. 그때서야 홍언필은 일어나서 숨을 쉬게 되었다. 여섯살 아이의 슬기로운 지혜가 아버지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훗날 섬은 명재상이 되었고, 대제학을 지내고 영의정을 세번을 했다고 한다.
~옮긴 글~
▲ 새해 첫 날인 2025년 1월 1일 독도에서의 일출. (사진=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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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을사년 새해를 맞이하여
기쁨과 사랑, 행복이 충만한
만사형통의 한해보내세요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오늘도 감동방에 좋은 글 고맙습니다...
더 많이 건강 하시고 행복하세요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핑크하트 님 !
새해 첫 주말,,
편안하고 여유로운
힐링시간 보내시고
늘 평강하시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