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흠 토마스 신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탈출기 24,3-8 히브리 9,11-15 마르코 14,12-16.22-26
“그리스도의 몸”, “아멘”
미사 때마다 사제의 축성 기도를 통해 빵과 포도주가 참으로, 실제로, 실체적으로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해 친히 머물러 계신다는 믿음이 가톨릭교회의
믿을 교리입니다. 오늘 교회가 이 대축일을 특별히 제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그리스도의 현존 체험입니다. 성체 안에 계시는 주님을 직접 보고 느끼며 기도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큰 사랑과 흠숭의 표현입니다. 더불어 예수님을 닮고자 하는 이 표현을 통해 우리는
성화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둘째, 성체신심 행위는 완전한 기도입니다. 미사는 공동체가 함께 하는 기도이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공동체적인 만남을 원하시지만, 개인적인 만남도 원하십니다.
더 가깝고 친근한, 더 사랑할 수 있는 관계, 개인의 기도, 주님께 대한 개인적인 일치는
우리의 기도를 완전하게 이끌어줍니다.
셋째, 성체와 성혈은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만찬을
거행하시며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당신의 행위와 말씀을 계속하라고 하셨음은
단순한 반복이 아닌 언제 어디서나 당신과 함께 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심입니다.
예수님을 모시면 우리는 예수님과 하나가 됩니다. 이는 단순한 믿음의 변화가 아니라 참되고
실제적이고 실체적인 변화, 즉 먹고 소화된 음식이 갖가지 양분이 되어 살과 피로 되듯,
모신 성체로 주님과 하나가 되어 우리 자신이 그리스도가 되어 세상으로 파견되는 것입니다.
이로써 예수님처럼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세상의 구원을 위해 일할 힘과 지혜와 용기,
영적인 에너지를 충만히 받아 그 소명을 다하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자신을 비우는 일이 먼저입니다. 움켜쥔 손으로는 그 어떤 것도
잡을 수 없듯이 ‘나’라는 존재가 가득 차면 주님과 동행하는 삶은 불가능합니다.
그분은 자기 살과 피를 우리에게 내어주겠다고 약속하신 그 시점부터 당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성부의 뜻에 철저히 순종하셨습니다. 나아가 성체성사의 기원이 주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하셨던
최후의 만찬인데 이 만찬은 다름 아닌 공동체 형제들의 식사입니다.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이 성체 성사의 나눔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오늘 실제적인 이 신앙의 신비를 더욱 뜻깊게 묵상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영적인 통찰력과 믿음을 통해 이 신앙의 은사가 깊어지는 데 마음을 열어
여러분의 신앙이 자라나게 되길 바랍니다.
부산교구 박기흠 토마스 신부
2024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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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진 야고보 신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탈출기 24,3-8 히브리 9,11-15 마르코 14,12-16.22-26
거룩하신 분이 내 안에 오시어…
본당에서 아이들이 일정 기간 동안 첫영성체 교리를 마치고 첫 번째로 영성체할 때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참신하고 예쁜지 천사처럼 보입니다. 미사 중에 어르신들이 주름진 손으로 정성껏 성체를
모시는 모습을 보면 ‘주님께 향한 믿음이 이토록 크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봉성체 때에 한복을 단정하게 입으신 채 미사보를 쓰고 기다리시고,
성체를 영하시고 만족하신 듯 행복해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주님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중에 가장 거룩한 것이 천상 양식인 성체, 바로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라고 하셨습니다.
성녀 마더 데레사께서도 ‘성체는 바로 나를 지탱해 주는 음식이기에 성체 없이 나의 봉헌 생활은
하루 한 시간도 지탱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성체를 내 안에 모시면서
주님의 사랑과 위로를 받게 됩니다.
우리 모두 첫영성체 때에 얼마나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 기다리고 설렜는지, 영성체 후에는
얼마나 기쁘고 감사드렸는지, 그때의 마음을 되돌아보고 언제나 첫영성체 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
정성껏 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되새겨 보는 것이 오늘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에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마르 14,22)라고
하십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말씀이 당신 자신을 한없이 낮추시어 여리고 가장 작은 모습으로
우리 안으로 들어오시어 우리와 하나가 되고자 하십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인간 안으로 들어오시는
순간이며, 기적을 넘어서는 신비, 곧 신앙의 신비라 하겠습니다. 이보다 더 소중하고 값진 순간은
없을 것입니다.
거룩하신 분이 내 안에 오시어 그분의 거룩함으로 우리 자신도 거룩해지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성전”(2코린 6,16)이 됩니다.
살아계신 하느님의 성전인 우리는 하나의 빵을 나누어 모심으로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됩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것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성체성사의
전제이자 열매라는 것입니다. 주님은 개인의 영혼 구원만을 위해 이 땅에 오신 것이 아닙니다.
주님은 서로가 서로에게 형제자매가 되어 주고 사랑을 나누고 평화를 이루기를 바라십니다.
누가 우리의 형제요 자매입니까? 삶이 힘들고 지쳐있는 이들, 희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절망의
늪에 빠져있는 이들, 질병에 시달리며 아픔과 적막함 속에 있는 이들, 대화할 상대가 없어 고독과
외로움 속에 살아가는 이들, 생명의 가치를 잃어버린 채 어두움 속에 헤매고 있는 이들,
끼니를 걱정하며 굶주리고 있는 이들입니다.
이들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이고, 사랑을 나누며 누구나 인간다운 품위를 누리도록 함께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살아계신 하느님의 성전인 우리의 소명입니다.
인천교구 최상진 야고보 신부
2024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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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성 스테파노 신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탈출기 24,3-8 히브리 9,11-15 마르코 14,12-16.22-26
“너희는 멈추어 하느님 나를 알라”(시편 46,11)
살다보면 때때로 자신이 가엾게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필시 그러할 인생임을 모르지 않았음에도,
홀로 무언가를 조용히 바라보며 잠시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픈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꼭 어떤 큰 어려움과 고통스러운 삶이 아니라 할지라도 저마다의 영혼에 놓인 살아낸
삶의 무게는 비로소 모든 것에서 자신을 떼어 놓고 무언가를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자신에게 넘어져 본 사람만이, 간절히 하느님을 찾고 부르게 됩니다. 나아가,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면서 그 자신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 갑니다. 그러기에, 이 자기연민은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죄와 고통으로 말미암았다 하여도, 하느님께 못 드릴 게 없는 삶임을 깨닫게 하고,
종국에 하느님께 모든 것을 드릴 수 있게 되니 가히 복되다 할 것입니다.
하느님은 나의 모든 것을 아시기에, 하느님은 나의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 주시기에,
우리는 하느님께 나의 못남도, 못됨도 부끄럼 없이 드러낼 수 있고, 드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자기연민이 하느님을 향한 온전한 믿음에 그 뿌리를 두게 될 때, 우리는 신앙의 참된
삶의 자리로서 이 자기연민을 통해 자신을 멈추고 하느님을 바라볼 줄 알게 되며
나아가 영적인 위로와 위안을 얻게 됩니다. 무엇보다 삶의 모든 순간에서 하느님을 앙망하고,
모든 것으로부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침묵할 수 있게 됩니다.
구약의 믿음의 성조들, 예언자들, 그리고 왕들, 신약의 예수님의 제자들과 바오로, 성교회의
여러 성인성녀들, 그들 모두도 그 믿음의 시작은 우리와 같이 자기연민에 쌓인 가난한
영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고개 숙여 절망치 않고 하느님을 바라보고 희망할 줄 알았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인간적인 유약함에 빠져 스스로를 비관하지 않고,
하느님께 온전히 마음을 두고 그분의 자비를 청하였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진정 자신의 영혼을 슬퍼할 줄 알고, 무엇보다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내세울 것이라고는 하느님을 향한 순전한 믿음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이 그 영혼에 남을 때, 비로소 우리는 돌아온 탕자로서 다시 하느님을
뵈옵는 기쁨에, 기꺼이 모든 것을 내어놓을 수 있고, 내던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오늘 그리고 매일, 그리스도의 성체성혈은 모든 것을 내어놓는 사랑과 내던질 수 있는 용기를
우리로 하여금 바라보게 하고, 깨닫게 하며, 그렇게 살게 합니다.
이제 우리도 서로에게 그 몸이 되고, 그 피가 되어 함께 하느님을 바라보며 살아갑시다. 아멘.
광주대교구 최대성 스테파노 신부
2024년 6월 2일
오요안 신부의 가톨릭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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