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테는 ‘책에도 운명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전세계 150개국에서 ‘신드롬’을 낳은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운명은 어떤 것일까? 일상을 기적으로 만드는 그‘연금술’의 해답도 얻을 겸, 신작 <오 자히르> 출간에 맞춰 남프랑스의 산자락에 은거한 파울로 코엘료를 찾아갔다. |
도심의 히피와 사막의 구도자를 오가는 파울로 코엘료. 배우 숀 코넬리를 닮았다(아래). 태양은 피레네 산맥 정상에서 내 정수리 위로 직사광선을 내리 꽂고 있었다. 택시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의 택시 교환원은 “기다려 봐~”라는 말만 반복했다. 느리고 만사태평인 남프랑스식 어투였다. 시간이 그 운행을 느리게 하면 사람들의 행렬 또한 걸음을 천천히 하는 법인가. 사막에서 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바람이 세차게 불 때마다 모습을 바꾸는 모래 언덕뿐이듯이, 나는 태양이 떴다가 지는 것 외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이곳 남프랑스의 조그만 기차역 뽀(Pau)의 벤치에 앉아 있다. 몇 명의 금발머리 남자들이 산악 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느릿느릿 역으로 걸어 들어왔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여행자들의 얼굴이 개척자 특유의 환희에 찬 눈동자로 번들거렸다.
나는 서울에서 파리까지 12시간, 그리고 파리의 몽빠르나스 역에서 TGV를 타고 6시간을 달려왔다. 그리고 다시 작가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가 사는 피레네 산맥 아래, 가톨릭 성지 룰루드를 관통해서 생 마르탱 마을로 가려면 택시를 타고 1시간 이상 달려야 했다. 낙타와 말을 갈아타고 오아시스에 도착하듯 1박 2일 동안 모든 교통 수단을 동원한 이 순례는 내 생애에 가장 긴 여행이었다. 지금 내 손엔 파울로 코엘료가 직접 손으로 휘갈겨서 보내준 암호 같은 지도(동서남북 표시 끝에 교회가 한 채 그려진) 한 장이 놓여 있다. 나 자신, 양치기 소년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소설 <연금술사>에서 피라미드 아래 묻힌 보물을 찾아 순례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 양치기 소년 말이다. 그는 마침내 보물을 찾았던가? 물론. 하지만 보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행 그 자체였지(여행은 <연금술사> <11분>, 최근작 <오 자히르>까지 모든 작품을 관통한 코엘료식 ‘자아의 신화’의 시발점이었다). 소 떼와 양 떼와 말 떼와 한가로운 구름을 지나 마침내 생 마르탱을 알리는 표지가 보였다. 택시 기사는 화가인 코엘료의 아내 얘기를 떠벌리며 ‘그가 공처가일 것’이라고 했다. 마을 어귀에서 졸고 있던 청각장애인은 들리지 않는 귀로 우리의 보물 지도를 읽고 코엘료의 집을 정확히 손끝으로 가리킨 후 다시 잠이 들었다. 지붕 위로 매 한 마리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그것은 마치 하늘의 사신과 같았다.
코엘료는 온통 검은 옷에 레이밴 선글라스를 끼고 인디언들이 신을 것 같은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다. 몇 명의 사람들이 마당에서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를 찾아온 추종자들이었다. “나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숨어 있고 싶은데, 사람들은 우연치 않게 날 찾아냅니다. 그렇게 찾아지는 것이 또 내 몫이지요”라고 코엘료는 빙그레 웃었다.”
파리에서 들른 대형 서점에는 코엘료의 부스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이방인의 책이 세 권씩이나 베스트 셀러 10위 안에 들었던 것은 파리의 출판계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다. 하얀 에이프런을 두른 가정부 마리아가 내게 에스프레소와 각설탕을 가져다 주었다.
“아내는 리우 데 자네이루로 가고 없습니다. 대신 저 그림들이 나를 지키고 있지요.” 1979년 만난 아내 크리스티나 위티시카(Christina Oiticica)는 코엘료보다 4살 연하이며, 화가이다. 아열대 지방의 식민지풍 양식을 지닌 2층 저택은 온통 추상화가인 코엘료의 아내가 그린 그림에 휩싸여 있다.
“생 마르탱에 정착한 이유는 룰루드 성지 때문입니까?”
“우연의 일치였습니다. 몰래 들어와 살기엔 적당한 곳이죠. 양 떼도 있고 바람과 별을 느낄 수도 있고… 풍경 속에 있고 싶었습니다. 리우 데 자네이루와 파리에 집이 있지만,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냅니다.”
세계적으로 2억 명의 독자를 거느린 거물 작가가 거주하기에 이 집은 좀 아담했다. 하지만 코엘료에겐 아내와 가정부 셋이 살기엔 거대한 성보다 이곳이 나으며, 무엇보다 그는 세계 어디서나 살 수 있다.
“당신의 모국 브라질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그리고 브라질 남자로서 당신은 어떤 특질을 갖고 있나요?” “브라질은 여러 가지 문화가 뒤섞여 있습니다. 아즈텍, 아프리카 등등. 다문화의 열정과 신비가 내게 잠재되어 있을 겁니다.” “브라질 남자로서의 당신은…?” “한국 여자로서의 당신에 대해 먼저 얘기해 주세요.” “한국 여자는… 수줍음이 많습니다. 하지만 내면에 열정이 가득하죠.” “그렇다면 난 한국 여자예요. 그게 바로 납니다. 그리고 내가 만난 한국 여자도 그랬어요.” 기습하듯 그가 말을 이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만났고 그녀와 계속 서신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그녀가 장관직을 그만두었으며 퇴임 인사로 “너무 즐거워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그는 큰 소리로 웃었다. 일을 그만둔 것도, 한국에서 인권을 위해 일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산책을 하고 활을 쏘고, 장작을 패고 일주일에 한번 산을 오른다. 아열대 지방의 식민지풍 양식을 한 저택은 온통 코엘료의 아내인 추상화가 크리스티나 위티시카의 그림으로 뒤덮여 있다. 그들은 일 년에 몇 개월은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보낸다. 흰 벽의 그림 아래는 인디언들이 쓸 것 같은 활과 화살통이 놓여 있다. 오후 내내 정적이 감도는 거실에서 그와 나는 피레네 산맥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정부 마리아가 몇 차례 더 에스프레소와 각설탕을 가져다 주었고, 그때마다 코엘료가 피우는 부드러운 담배 냄새가 커피 향과 뒤섞였다. 소파 옆의 페치카에서 난쟁이들이 장작을 때는 것처럼 더운 날씨였다.
그는 몇 번이고 말하기를 멈추고 고개를 들어 멍하니 지열이 피어 오르는 산맥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좋은 소설이란 머리로부터가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백입니다. 영화는 모든 것을 보여줘도 됩니다. 하지만 소설은 안 됩니다. 글은 가능하면 짧게 써야 합니다. 난 항상 1천 페이지 분량의 소설을 쓴 후 그것을 1/4로 계속 줄여갑니다. 4페이지 글을 쓰고 1페이지로 줄이고 4줄의 글을 쓰고 1줄로 줄여야 합니다. 작가들은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길고 상세하게 씁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작가들의 생각보다 훨씬 똑똑합니다. 독자들은 함축적인 문장에 담긴 여백을 읽을 줄 압니다. 최종적으로 한 문장으로 소설을 쓰는 것, 그게 나의 목표입니다.”
오에 겐자부로는 그에게 ‘문학의 연금술사’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할리우드 배우 러셀 크로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와 베이식하고 풍부하며 철학적인 알레고리를 담고 있는 코엘료의 책을 오후 휴식 시간에 단숨에 읽어보라고 했다. 서정적이고 사색적인 코엘료식 문체는 그의 소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다-<연금술사>에서’. 그의 문장은 전세계 1백50여개국에서 74개의 언어로 읽혀지고 있다.
"나는 포르투갈어로 글을 씁니다. 영어와 프랑스어로 쓸 수도 쓰지만, 포르투갈어가 내 모국어이기 때문입니다. 나이 든 브라질 작가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그 가능성은 희박했습니다. 나는 책에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가 내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났어요.”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문학 작품은 번역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쳐 세계로 나간다. 한국어나 포르투갈어는 글로벌 문학 세계에서 마이너 중의 마이너.
“내 책이 처음 출간된 나라가 어딘 줄 아세요? 미국도 프랑스도 아닌 한국입니다. 그건 독자들이 간절히 원하고 스스로 움직여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코엘료의 책을 읽고 감동한 한국의 한 독자가 책을 들고 출판사를 찾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무명의 브라질 작가의 첫 번째 번역본이 한국에서 나왔다. 90년대 초 세계 최초로 번역돼서 나온 코엘료의 소설 제목은 <꿈을 찾아 떠나는 양치기 소년>이었다. 코엘료의 말과 글은 주술적인 힘을 갖고 있다. 수천 년 전 우리에게는 숭배할 신들이 있었고, 우리를 격앙된 행복감과 변화된 상태에 빠져들게 하는 사제들, 신화 속 영웅들, 메시아, 샤먼, 마술사, 연금술사들이 있었다. 옛날 얘기들을 보면 하나같이 한 인간이 선과 악, 영웅과 악당, 어둠과 빛 사이에서 갈등하고 모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엘료는 그것을 현대적인 우화로 풀어냈다. 그의 연금술은 현대사회의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정련해서 ‘나와 우주, 그 연결 고리를 찾는 자아의 신화’로 단순화시켰고, 그 작업을 통해 포르투갈어를 ‘만물의 언어’로 만들었다.
“나는 매일 활을 쏩니다. 활을 쏘는 게 내게는 도를 닦는 방법입니다.”
그가 하는 활쏘기는 일본 교토에서 유래된 것이다.
“아주 정적이지요. 활과 화살을 다루는 일은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침착하게 목표를 정하고 활을 쥔 손을 놓아야 합니다. 쥐었다 놓는 것, 그 시간 속에는 끝없는 강약이 있습니다. 그 행위는 내 삶에 대한 일종의 은유입니다. 나는 살아 있는 동안 죽고 싶습니다.”
마호가니빛 테이블 위에는 한 손은 주먹을 쥐고, 한 손은 편 코엘료의 손 동상(세계적인 작가 데스몬드 투트의 작품으로 제목은 ‘Shape of Humanity’을 향해 사진작가 조푸아가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요즘 세상은 너무 침묵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꿈을 믿고 매순간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평균적인 행복이란 일요일 오후 2시와 같습니다. 다가올 월요일의 시간을 기다리며 소파 위에서 지루한 TV 프로그램을 반복해서 보는 거지요. 하지만 나는 전쟁터에서 있고 싶습니다. 그것은 죽음의 목전에 있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도전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이지요. TV 리모콘 대신 화살을 쥐겠다는 뜻이지요.”
삶에서 가여운 피해자가 아니라 모험가가 되겠다는 것은 코엘료의 신념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짧은 침묵이 너무 깊어 갑자기 온 도시가 더위 속의 시에스터처럼 잠들어버린 것 같았다.
“그 수많은 도전 중에 가장 흥미롭고 아름다운 도전은 사랑입니다.”
“오! 코엘료 씨, 그러나 사랑을 향한 도전은 결혼과 함께 끝납니다!” 코엘료는 강하게 손을 저었다.
“아니요. 결혼은 사랑의 시작입니다. 결혼과 함께 바야흐로 사랑의 도전이 시작되는 거지요.”
“결국은 최근작인 <오 자히르>가 당신의 이야기란 건가요?”
“나와 아내, 우리 커플을 모델로 쓴 이야기입니다.”
<오 자히르>의 ‘자히르’는 아랍어로 어떤 대상에 대한 집념, 집착, 탐닉, 미치도록 빠져드는 상태, 열정이다. 아내의 격려 덕분에 어린 시절 꿈이었던 작가로서 성공을 거두고 평화로운 결혼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아내는 종군기자가 되어 아프가니스탄 내전에 관한 르포를 쓰겠다고 선언하고 종적을 감춰버린다.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 중앙아시아의 초원 카자흐스탄으로 떠나면서 주인공은 일상의 기적을 찬미해야 한다는 사막 유목 문화에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마침내 만난 아내는 전쟁에서 죽은 어느 병사의 아이를 임신한 채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그 여정에서 두 사람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또 상대방을 발견했으며,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오 자히르>는 2005년 4월 초에 이란에서 세계 최초로 출간됐다. 출간 후에 책은 금서가 되었고, 출판사 사장은 구속됐다. 성행위의 시간을 상징하는 <11분>에 이어 <오 자히르> 또한 논쟁적인 작품이 된 것이다.
|
“나는 내가 여자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연금술사가 고요한 눈동자로 말했다. 여자라… 나는 스무 살 때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서른 살 때는 종군 기자가 되고 싶었다. 코엘료는 한때 히피였고, 감옥과 정신병원을 드나들었고, 젊은 시절엔 연금술에 심취했으며, 1979년에 아내를 만났고, 마침내 1987년 산티아고를 걷는 순례의 여행길을 다녀온 후 작가가 되었다. 그는 세계를 떠돌다 마흔에 작가가 되었다. <오 자히르>는 코엘료 커플의 바이오그래피였고 또한 나의 판타지였다.
“내 안엔 또 한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창작은 분만 과정처럼 가장 여성적인 순간입니다. 아니, 나는 여자입니다. 처음에 나는 <오 자히르>의 아내에게 두 가지 선택을 하도록 했습니다. 첫 번째는 사막에서 혼자 남편을 기다리는 것, 두 번째는 임신한 채로 자기 길을 걸어가는 것. 그러나 내 안의 여자는 그 두 가지를 함께하기를 원했습니다.”
코엘료는 거실 벽에 있는 아내의 그림들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그는 갑자기 도취된 듯 내 손을 이끌고 컴퓨터가 놓여진 책상 위로 갔다.
“내 아내를 보여줄게요. 아내는 그림을 그린 다음에 삽을 들고 마당을 팝니다. 그런 다음 깊숙한 흙구덩이 속에 작품을 묻어둡니다. 흙의 시간 동안 자연이 나머지 일을 하도록 놓아둡니다.”
그의 아내는 인디언의 피가 흐르고 있다. 코엘 료는 그 자리에서 삽을 들고 마당을 파는 아내의 사진을 서울의 내 이메일로 보냈다.
<다빈치 코드>를 비롯한 현대 사회의 많은 소설들이 정보와 지식과 사고 체계를 최대한 미로처럼 복잡하게 편집하는 것과는 반대로, 코엘료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웃길 정도의 단순한 동사와 형용사만을 구사한다.
“무엇이 당신을 울고 웃게 합니까?”
“모든 것이 나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합니다. 울고 웃는 순간이 있어 행복하고 또한 행복해서 울고 웃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너무 가엾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운명의 책임자가 자신이 아니라고 가정하기 때문에, 엄마와 아빠와 남편과 아이들 핑계를 대죠. 두려움을 버리고 용기를 가지세요. 그게 삶에서 추구해야 할 가장 단순한 명제입니다.”
“당신은 …정말로 두려움이 없습니까?”
“고통을 상상하기 때문에 두려운 겁니다. 나는 살면서 감옥도 갔다 왔고 고문도 당했고 정신병원도 들락거렸어요. 우리는 고통이 곧 지나갈 거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경험으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썼습니다. 물론 나도 두려움에 빠집니다. 오늘 아침엔 숲에 갔는데, 험준한 바위 계곡에서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문득 여기서 죽으면 아무도 날 찾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아주 단순한 사실이 떠올랐어요. 매일 내가 산책을 하는 이유는 모르는 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는. 그리고 공포심은 미로놀이를 앞에 둔 설렘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엄정한 법학을 전공했다. 그 지루한 도덕과 문장의 반복을 견딜 수 없어서 정신병원을 드나들었다.
“법학 사전을 보는 것보다 정신병원에 가는 게 훨씬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정신병원을 자주 드나들지는 마세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드니까요.”
그는 요즘 나약하고 예민한 젊은 엄마들이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학교 대신 병원에 보내고 있다고 불평했다. 집안 공기가 한증막처럼 더웠기 때문에 우리는 잠시 마당으로 산책을 나왔다. 민둥머리의 뒤통수에 붙은 한 줌의 깃털 같은 은색 머리카락이 걸을 때마다 흔들렸다. 히피의 상징이었다. 그에게 ‘혹시 배우 숀 코넬리 닮은 것을 아느냐’고 물었다. 코넬리를 만나보았고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웃었다. 코엘료는 나를 가장 먼저 아내의 작업실로 안내했다. 서너 평 남짓한 화실에는 막 흙구덩이에서 건져낸 유화들이 화구들과 함께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우리는 다시 장작 더미가 있는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그가 숲속에서 베어와 쌓아 올린 나무 둥치들이 켜켜이 층을 이루고 있었다. 그는 오늘 아침에도 장작을 팼다. 그리고 손잡이가 긴 도끼의 무게 중심이 흔들려 손을 다쳤다. 오른손 엄지 아래 균열된 피부를 보여주었다. 함께 화살을 당기지 못하게 된 것을 미안해 했다.
“나는 육체 노동과 여행을 좋아합니다. 노동과 여행은 인간을 늘 모험과 선택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물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자아의 신화’를 발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걱정하는 데 보내야 합니다. 자기 안의 타인을 위해 노심초사하다가 자기 삶을 방치해버리는 거지요.”
그의 말은 내 가슴에 파문을 남겼다.
“나를 보세요. 나는 내 삶을 살았고 소설은 저절로 쓰여졌습니다. 헤밍웨이와 보들레르를 보세요. 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글은 책상 위가 아닌 삶의 여정에서 나왔습니다. 요즘 작가들은 ‘잘 썼다’는 칭찬을 받기 위해 너무 복잡하게 포장을 합니다. 그런 겉치레들이 현재와 멀어지게 합니다. 자기 삶을 살 것, 단순해질 것…그렇게 할 때 자기 안에서 살고 있는 거룩한 스승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연금술사입니다.”
나는 그에게 실제 연금술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시절이 어땠냐고 물어보았다. 코엘료는 내게 눈을 찡긋하며 팔뚝 위의 문신을 보여주었다. 팔뚝 위에 새겨진 나비는 연금술의 상징이었다. 그는 내 발등에 그려진 꽃과 나비 문신에 눈을 떼지 않고 속삭였다.
“아주 흥미로운 타투예요.” 그러고는 그의 팔뚝과 내 발의 문신이 입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커다란 나무 둥치 위에 팔뚝과 발을 얹어 놓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갑자기 뺨 위로 바람의 기운이 느껴졌다. 피레네 산맥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었다.
“왜 아이를 낳지 않았나요?” 내가 물었다.
“내게는 많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리우 데 자네이루에 있는 코엘료 재단에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들이 넘쳐나지요. 그런 당신은 왜 아이를 낳지 않았나요?”
“당신이 말하는 그 자아의 신화를 찾기 위해서죠.”
“내가 보기에 당신은 자아의 신화를 이미 찾은 것 같습니다. 당신만 그걸 모를 뿐이죠.” 그러고는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
보그 에디터 / 김지수 |
첫댓글 나 당신책 두개있어~
오자히르는 안봤구 연금술사는 그냥그랬구 11분은 재밌었는데..오자히르재밌나욜~?(.. )글부탁드려요
괜찮아요 추천에 한표.ㅋ
전 베로니카가 개인적으로 최고였삼!!! 연금술사 그냥 그랬구요
저도 베로니카가 최고였삼.!!
저도 베로니카! 보고또보고 막 그래요
저도 베로니카랑 11분 정말 정말 최고였어요~!!
베로니카죽기로결심한거요?보고싶었는데 볼께요~!!감사 ㅋㅋㅋㅋ
저도 연금술사는 그냥그랬구 11분은 재미있었는데 베로니카는 진짜 몇장 읽다가 때려쳤어요; 저랑 너무 안맞는스타일인가;
오자히르 나오자마자 샀는데.. 전 초큼 별로였삼 !!! 11분은 정말 좋았음 ~~
전 연금이랑 베로니카만 봤는데 둘 다 별로;
한번에 확 읽히지는 않지만 모 나름 읽을만 해요,, 코엘료 책 다 좋던데~
저두요 근데 윗분들 말씀대로 베로니카가 제대로예요 ! 가장 재밌고 좋은듯
강금실 장관이랑 만났었구나....
멋지네요. 마침 11분 빌려 뒀는데 얼른 봐야겠다규~
코엘료아저씨와 난 코드가 안맞는거같다규..............아저씨 소설 좋다고 해서 샀다가 열장읽고 친구줬어요ㅠㅠ
저두요 사실--;;; 매 책이 좀 비슷비슷하고 뭐랄까 읽고나는 허해지는 느낌인 거 같아서;;^^; 그치만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니 대단한 분 같다규
저두요. 나만이런줄알고 다 베스트셀러던데 나만이상한가싶던데; 특히 연금술사. 이야기 잘 이끌어가더니 왜 마지막이;
11분 보고 이 분 책 다시는 안읽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별로던데 난
222222222222222 완전 별루...
333333333333333333
4444
보그에 이런 기사가? 외국 보그꺼 번역인가요?
아니에요. 밑에 특파원이라고 했는데 특파원아니고 보그코리아 현직 피쳐에디터 김지수가 쓴 글 입니다.
지금 베로니카 읽고 있는데...
예전에 보그 이기사 재밌게 읽었던 기억나요~ 외국꺼 아니고 한국보그 에요! 특파원같은 사람이 가서 인터뷰한거에요
연금술사는 괜찮았는데 베로니카는 정말 저랑 안맞았어요 그러나 천주교신자이신 저희 어머님은 코엘료 소설을 상당히 좋아시더라구요. 어허허.........
저는 연금술사 마지막이 좀 그래서 그렇지 마냥 나쁘진않았는데 베로니카는 진짜 몇장읽다 때려쳤어요; 너무 안맞더라구요;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이 책 정말 내 완소 넘버원...!
이분 다큐 예전에 외국에서 보고 아무책도 읽을수가 없었음 ..... 어떤 특정한 행동이 너무 .... 더러워서.... 연금술사는 그래도 봐야지 싶어서 한 3년후에 봄 ㅜㅜ 그 다큐 안봤음 나도 이분 팬이었을텐데...
모가 더러워요???
말씀드리면 달타냥님도 코엘료 책 못읽으실테니 말씀 안드리겠음
해주세요...
전 이사람 책 별로던데; 나를 끌어당기는 그런 흡입력이 없다고해야하나..
이분 책은 그냥 읽으면 굉장히 지루한데 어떤 특정한 계기나 상황에 있을 때 읽으면 막 끌리게 되는 힘이 있는듯 해요. 저도 첫번째 읽을때 실망 많이 했거든요. 근데 저에게도 어떠한 계기가 찾아왔고, 심경의 변화가 있을 때 다시 접하니 좀 알겠더라구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2
난진짜 이분책이 최고던데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