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사태 14명 인권위 진정, “몸이 부르르 떨려” |
별이 보일 정도로 아파 순간 기절을 한 장애 여성 |
[위드뉴스]
입력시간 : 2007. 10.08. 15: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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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위드뉴스 | |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장애인 폭행 ․ 성추행 밀양시청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이 8일 오전 11시 20분부터 있었다.
지난 9월 14일 밀양시청 앞에서 있은 중증 장애인에 대한 밀양시청 공무원 80여명의 폭력 무력진압과 성 추행 및 전동 휠체어 파손 등에 대한 규탄 및 이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즉각적인 현장조사를 위한 것.
“얼마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지 몸이 부르르 떨려”
김선영 경남여성장애인연대 부대표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시작된 기자회견은 민주노동당 장애인차별철폐운동본부의 박영희 본부장이 여는 발언을 맡았다.
박 본부장은 ‘치욕감, 모욕감’이란 용어를 여러 번 사용하여 밀양 여성 장애인들이 겪은 성추행 및 폭력의 양상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대신 표현했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의 송정문 대표는 ‘밀양시 장애인 생존권 쟁취투쟁 경과와 폭력만행 보고’를 통해 “이런 일로 인권위에 온 게 가슴 메인다”면서 “밀양 장애인들은 합리적인 대화와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받고 싶었으나 메모지 한 장 달랑 주면서 이것이 밀양시의 공문이라고 우롱하는 공무원 작태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라고 입을 뗐다.
“밀양시청에 들어가려 했으나 공무원들이 나와 장애여성의 가슴과 엉덩이 밑에 손을 넣어 휠체어와 분리시켰다. 중증 장애인이니 휠체어와 떨어지면 무기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다음 장애여성 한 명당 남성 공무원 5명이나 8명이 달려들어 시청 밖으로 내쫓았다”라고 말한 송 대표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남자가 여자 몸 만지지 말고 여경을 불러서 불러달라고 부탁하니까 공무원이 뭐라고 했냐면 ‘입 닥쳐’라고 말했다.”
남성 공무원에게 손 잡히고, 발 잡히고, 휠체어와 분리된 채 성추행까지 당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저항할 수 있었던 건 입으로 무는 것밖에 없었다는데.
“5번 물었다. 그러자 5명의 공무원들이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장애인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면서. 얼마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는지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
별이 보일 정도로 아파 순간 기절을 한 장애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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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연 민들레장애인야간학교 교장 ⓒ위드뉴스 | | 폭력 사태에 대해 밀양시청에선 어떤 입장일까.
“밀양시측은 공무원들도 장애인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면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장애인들이 사회복지과를 점거했던 부분에 대해 ‘불법이기에 형사고발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피해자 증언에서 민들레 장애인야간학교의 박길연 대표는 밀양시청에 연대차원에서 갔다가 공무원에게 폭행을 당했던 어이없는 경험을 이런 말로 표현했다.
“보시다시피, 이 모양 이 꼴로 돌아왔다.” 박 대표는 류머티스 관절렴 장애 1급, 현재 팔 관절이 뒤틀려 기브스를 한 상태다.
“공무원들이 내 팔을 뒤로 꺾었다. 너무나 아파서 소리쳤다. ‘당신들 내 팔을 이렇게 잡으면 2차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그러나 들은 척 하지 않았다. 별이 보일 정도로 아팠다. 울었다. 그런데도 다시 확 뒤로 팔을 꺾었다. 순간 기절을 했다. 그러자 공무원들이 슬슬 도망을 가는 게 아닌가.”
“응급실에 갔다가 다음날 인천 인하병원에 갔다. 이 병원에서 처음 장애진단을 받았기에 정확한 진단 및 치료방법이 있을 줄 알았다. 의사가 ‘이 팔을 이 정도로 꺾었으면 죽을 정도’라고 말했다. 치료방법은 없다고 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일단 입원을 하라고 했다. 그러나 활동보조인이 없는 상태에서 입원을 하니 더 견딜 수 없어 하루만에 퇴원을 했다”
"힘 쓰지마. 임마, 집에 있지 뭐하려 왔냐"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윤상 집행위원장은 밀양시청이 독재의 잔재라고 지칭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언제부터 공무원이 시민의 몸을 구속하고, 폭행해도 되었는가. 이날 밀양시청에서 머리가 허연 공무원들도 나서서 장애인들을 핍박했다.”
정 집행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밀양시청에 그치지 않고, 행정자치부가 책임을 져야 할 차원이라고 못 박았다.
“휠체어 뒤에 손잡이가 있다. 손잡이가 있는 이유는 휠체어로 가기 힘들 때 뒤에서 밀어주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공격적으로 뒤에서 장애인을 덮쳐 손잡이를 질질 끌고 다녔다. 장애인 인식 교육은 받기라도 했을까. 이건 전국 공무원은 물론이고, 행정자치부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의 김정일 사무국장은 “제일 먼저 100m를 끌려나왔다. 이 와중 온갖 언어폭력을 당했다. ‘조용히 있어라. 임마, 힘 쓰지마. 임마, 집에 있지 뭐하려 왔냐’는 말을 끌려 나가면서 들었다”며 “공무원들이 뒤에서 목을 쥣누르고 있고, 양 팔을 잡고 있어 도저히 저항할 수 없어 더욱 비참한 마음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제일 먼저 끌려 나왔기 때문에 그 뒤에 끌려나오는 장애인들을 모두 지켜보게 되었다. 뭐랄까. 분노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비장애인 신체 크기의 1/3도 안 되는 여성 장애인의 팔과 다리, 가슴을 한 명씩 잡고 질질 끌려나오는데...”
“마음 같았으면 당장이라도 일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서지 못하기에 그렇게 붙잡으면‘팔 빠진다, 다리 빠진다’고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소리 질러도 공무원들은 내 말에 아랑곳 없었다. 오히려 소리를 질렀다고 30m 정도 더 밖으로 끌려 나가야 했다. 그날 나는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고, 이렇게 소리쳤다. ‘장애인의 인권을 탄압하는 밀양시청 자폭하라’”
14명 진정서 접수, 차별진정팀과 상의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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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측 대표단을 환영하는 최경숙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위드뉴스 | | 피해자 증언이 끝난 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송정문 대표를 포함한 14명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시켰으며, 같은 시간 국가인권위위원회의 최경숙 상임위원을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최 상임위원은 밀양 시청 장애인 폭행사건을 긴급 처리해야 하며, 최 상임위원이 직접 밀양에 내려가 현장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측의 요구에 대해 진정서를 접수받은 차별진정팀과 상의하여 이후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훈희 기자 bara@withnews.com 이훈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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