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을 간다.
선생님께서 열심히 해 주어서 고맙다며 소풍을 간다 하셨다.
뭘 열심히 했는지 순간 생각....
열심히 하긴 한 것 같은데 막상 생각하니 아무 생각 안난다.
열심히 한 건지 안 한 건지 헷갈리지만
여튼, 소풍을 간다
야호! 신난다!
소풍가기 전날은 누구나 설레인다.
그래서 나도 설레인다.
설레는 가슴안고 냉커피도 만들고, 냉녹차도 타 놓았다.
그래도 명색이 여름 날 소풍인데 이정도는 있어야 분위기가 난다.
아침 일찍이 출발할 계획이었으나
조금 변경되어 요양보호사 교육에 함께 참여하고 가기로 했다.
교육생 어머님들과 우리 농활팀이 쭉 둘러앉아 선생님을 바라본다.
선생님은 일일이 눈을 맞추어 주시며 이야기를 전해 주신다.
사실 농활팀은 전에 한 번 들었었던 이야기들.
그래도 새롭다. 그래도 재미있다.
또 들어도 감동이고 감동이다.
경청을 배워서도 아니고,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냥 우리는 선생님과 눈 맞추고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야기를 듣는 것 만으로 나는 이미 그 시간으로 가고 있다.
선생님과 99세의 할머님이 이별했었던 그 시간으로...
어르신께 새배드리고 덕담듣는 그 시간으로...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다.
철학과 가치, 정체성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고.
마음에 새겨 넣는다.
내가 어떻게 사회사업 할 것인지,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사회사업 할 것인지,
어떤 사회사업가가 될 것인지 하나하나 물음표를 만들어 맘 속에 적어 본다.
모르는 것을 여쭙고, 아는 것도 또 한 번 여쭙고
그렇게 여쭈어봄으로 어르신을 섬기자. 그렇게 한번 더 다짐한다.
교육을 마치고 출발!
갈계숲 정자에서 목욕 가상시나리오 워크샵을 했다.
목욕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그 모습을 상상 해본다.
기관에서 정한 날짜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하고 가는 그런 목욕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끼리, 아는 사람이랑 모여서 목욕가야 될 때에 가는 그런 목욕.
목욕을 통해서 함께하거나 도와주는 이웃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하면 좋겠다.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래 우리는 이런 목욕서비스를 하고 싶다.
사회복지사가, 복지센터가 알아서 일사천리로 진행하여 데려갔다 데려다 주는 그런 목욕 말고
목욕을 구실로 항산적 바탕을 키우고 싶다.
그래서 사회복지사 없어도 잘 진행되는 목욕마실 하고 싶다.
목욕탕이 허물없는 사랑방되게 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있다는 것,
그런 동료를 만났다는 것.
새삼 느끼는 소중한 축복.
워크샵 끝날 때 쯤, 목사님께서 오신다.
이미 몇일 전 부터 소풍날 점심 백숙으로 채워주마 약속하셔서
우리는 아침부터 굶었다.
신나게 먹을 준비가 다 되었다.
함께 식당으로 간다.
우리를 위해 토종닭들이 준비되어있다.
닭들의 희생을 생각하면 우리는 더욱 신나게 먹어야 한다.
암, 그렇고 말고.
싹싹 긁어 배 든든히 채우고,
함께 식사한 신두호 선생님(북상면 담당공무원 선생님)께서
물놀이 후 먹으라시며 간식으로 옥수수도 챙겨주신다.
우리는 거창에 와서 복이 터졌다.
거창에서 복이되려 했으나 오히려 복이 터진다. 감사가 넘친다.
물놀이 장소로 이동했다.
세상에 이런 절경이 없다.
도로 옆에 있는 계곡이지만 숲에 가리워있어 잘 보이지 않는 곳.
선생님께서 언젠가 와보리라 생각하시다 오늘에서야 오게 된 곳.
보물을 발견했다.
신나게 논다.
우리도 아이같이, 선생님도 아이같이,
수영도 하고 다이빙도 하고 고디(고동)와 우렁이도 잡고
바위 위에 다 함께 누워 일광욕도 하고
신나게 신나게 논다.
어제 미리 준비해 두었던 냉커피와 녹차도 함께 나눠마신다.
역시나 분위기가 좋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쑥스럽지만 맛도 좋다.
수박도 먹는다.
칼을 두고 와서 혜정이가 주먹으로 한 번 때렸더니 금이 간다.
두번 때리니 갈라진다.
우리가 놀 동안 몇 번이나 구름이 해를 가리웠다 보여줬다 한다.
햇빛이 너무 뜨거우면 힘들까봐 그러는 것 같다.
하늘도 우리 편인 것 같아서 좋다. 신이 난다.
신나게 노는 선생님과 동료들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자연스런 사진을 찍기위해 초점을 맞추고 계속 한 사람 한 사람 쫓아가다보니
매일 보았던 동료가 새롭게 보인다.
아 이 사람은 웃을 때 이렇게 예쁘구나.
아 이 사람은 의외로 장난끼가 넘치는 구나.
아 이 사람은.... 이 사람은.....
하나씩 동료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새로운 기쁨을 은밀하게 만끽한다.
젖은 옷을 말릴 겸,
햇빛을 받고, 바람을 느끼고 , 흐르는 물 소리도 들을 겸 바위위에서 단체 낮잠을 잔다.
햇빛은 따뜻하고 바람은 시원하고 물소리는 상쾌하다.
자연을 느끼는 것. 농활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또 하나의 소중한 축복.
단잠을 마치고 장소를 이동하여 캠페인 워크샵과 가상시나리오를 진행한다.
선생님께서 우리를 데려 간 곳은 한 마을 어귀의 대청마루.
시원하고 좋다.
어떤 캠페인을 할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촌7복지관과 광활의 사례도 함께 듣고 나누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 지 토론 해 본다.
어르신의 인격을 높이는 방법을 위해 궁리한다.
어떻게 하면 어르신이 어르신으로써 높임받을 수 있을 지 궁리한다.
그렇게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를 다 끝내고 나니 이미 하늘이 어둑어둑하다.
하루가 참으로 짧다.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버린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즐겁고, 아쉽고. 아련하다.
그렇게 나의 하루가 지나가고,
농활팀의 하루가 지나가고,
거창의 하루가 지나간다.
첫댓글 거기서 물놀이하고 낮잠 자고... 그 대청마루(마을정자?)도 좋겠습니다.
정자는 아니었지만 마을 어귀 나무를 주위로 해서 넓은 마루를 나무로 만들어 둔 곳이었습니다. 농활팀 모두가 물놀이 하고 바람맞으며, 햇빛맞으며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자연에게서 큰 힘을 받아서 한 주를 잘 보낸 것 같습니다^^
아쉬움 없이 잘 놀고, 언제 놀았냐는 듯 뜨겁게 의논하고 궁리하고... 여름날 정오 햇살보다 뜨거운 우리의 하루.
아~ 꿈같다. 또 가고 싶다. 매일 이렇게 물놀이 하고 낮잠 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