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한국어 제목 '지켜야 하는 아이'를 보고
도대체 뭘 지켜야한다는 것이지? 궁금했는데
영어제목 'Brother's Keeper'를 보고서는 아, 남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거구나...
책 속 내용을 짐작해 보았더랬죠.
중간까지는 계속 피난 가는 얘기를 하기에 조금 지루했어요.
하지만 최종 목적지인 부산에 도착하고 나서의 이야기부터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읽어내려갔지요.
이 책의 시간적 배경은 1950년이고 6.25전쟁의 참혹함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감동적인 것은 세상의 편견에 맞선 소녀의 용감함과 당참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책의 주인공인 소라는 열세 살의 여자아이 소라.(1950년대인데 이름이 소라인게 약간 어색한 느낌. 이것도 나의 편견일까?)
시대적 배경이 1950년인 만큼 소라의 주변은 수많은 편견으로 가득합니다.
오마니(어머니)는 장남이라는 이유로 시종일관 소라의 남동생인 영수만 챙기고 아끼지요.
심지어 영수를 업고 피란을 하면서도 “아들을 잘 지켜야 네가 산다.”, “여자애는 쓸모가 없다.”라는 말을 듣지요.
부모와 막내동생과 헤어져, 소라는 영수랑 단 둘이 남게 됩니다.
폐허가 된 집에서 밤을 보내고, 아픈 동생을 위해 음식을 훔치기도 하고 부산 가는 열차에 간신히 몸을 싣지요.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부산에 도착해 부모님을 어머니는 여전히 동생만 편애하는 모습을 보여요.
설상가상으로 피난할 때부터 골골대던 동생이 죽자, 엄마는 소라를 싸늘하게 대합니다.
마치 영수가 죽은 건 모두 네 탓이다. 네가 더 잘 돌보아야했어. 영수가 죽을 게 아니라 네가 죽었어야 했어. 하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소라는 전쟁을 겪으며 성장했고 더 이상 사회적 편견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엄마에게 기어이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부산에 오구 나서도 변한 게 하나도 없습네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마니는 여전히 저한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만을 강요하잖습네까?” - 본문 중에서
소라에게 감정이입을 한 탓인가.
나는 소라가 부산에 도착한 이후부터는 쭉 울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왜 여자라는 이유로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살림이나 하다가 시집을 가야 하는 건가요?
이 책의 저자 줄리 리의 부모님은 북한에 살다가 6.25전쟁이 벌어지자 피란해 미국에 정착했습니다.
작가는 어릴 적 어머니가 늘 피란 당시의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합니다. 그때는 귀담아듣지 않았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어머니가 여든 살 생일을 맞이한 이후 이 이야기를 적어두지 않으면 가족의 기억에서조차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실제로 6.25전쟁은 미국에서 ‘잊힌 전쟁’이라고 불린다고 하네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치열했던 전쟁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이 회자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미디어의 발달이 미흡해서든, 한국이 당시 너무나 약소국이었기 때문이든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작가들은 더욱더 6.25전쟁이 잊혀진 전쟁이 되지 않도록 많은 이야기를 발굴해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흔한 이야기, 뻔한 이야기가 아닌...새로운 시각으로 쓰는 6.25 이야기가 나오길 바랍니다.
첫댓글 저도 어머니 살아계실 때 그 시대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은게 아쉽습니다
부모님을 더 잘 기억할 수 있었을텐데요
사라지는 것들 희미해져가는 것들
예, 모든 건 기록...저는 기록의 힘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