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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Unsplash)
"스스로 원하신 수난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이라고 미사 경본에 나와 있듯이, 우리는 예수님께서 당신이 원하셔서 십자가를 지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뜻밖의 질문일까요? 이 질문을 해 오신 분은 예수님의 수난기를 읽다가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마태 26,39)라는 예수님의 기도에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듣고 보니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을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지만, 예수님이 끝까지 십자가 위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당하셔야 할 일을 피하지 않고 감내하셨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자발적으로 수난을 받아들이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겟세마니에서 경험했던 극악의 고통은 그분이 진정 인간이셨음을 설명합니다.
예수님께서 숨을 거두시기 직전에 외쳤던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46)라는 말씀도 그분의 고통과 더불어 꺼지지 않는 희망을 드러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이 말씀은 시편 22장 1절에서 인용된 것이고, 시편 22장의 내용 전체는 하느님께서 가련한 이와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시편 22장을 다 읊고 숨을 거두셨다면 너무나 비현실적이겠지요. 그래서 첫 절만 외치셨던 것 아닐까 어림해 봅니다.
예수님께서 "기꺼이" 십자가를 지셨는지 여부는 예수님께서 당시의 속마음을 알려주시기 전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사야서 53장에서는 훗날 오게 될 메시아가 어떤 모습으로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인지를 예언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예언서를 통해 당신이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받아들이셨습니다. 피하지 않으셨으므로 기꺼이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다는 것 외에는 다른 설명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베드로의 고백을 통해서도 우리는 이 사실을 확인합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죄를 당신의 몸에 친히 지시고 십자 나무에 달리시어, 죄에서는 죽은 우리가 의로움을 위하여 살게 해 주셨습니다"(1베드 2,24)라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수난을 누가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수난을 스스로 원하셨다기보다는 성부께 순종하는 것을 원하셨다고 하면, 예수님의 자발성을 좀 더 받아들이기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오로의 설명처럼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필리 2,8)하셨다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 청소년보육사목 지원
전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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