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선수들이 있다. 개막전 예상과 달리 막상 뚜껑이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 전반기 프로야구를 주름잡은 선수들. 2001시즌 국내프로야구는 전반기 동안 어느 해보다 '깜짝 스타'를 많이 배출했다.
LG 신윤호(26)는 '신데렐라'의 대표격. 지난 95년 LG에 입단한 뒤 지난해까지 고작 2승2패에 그칠 만큼 '만년 기대주'였던 신윤호는 올시즌 LG 마운드의 기둥으로 훌쩍 성장했다. 신윤호는 롱릴리프로 등판하면서도 전반기 결산서 다승 단독 1위(10승2패)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받아쥐었다. 벌써부터 삼성 김현욱에 이어 역대 두번째 '구원투수 다승왕'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아울러 신윤호는 생애 처음으로 17일 열리는 2001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영광도 덤으로 얻었다.
한화에는 김종석(30)이 있다. 지난해 두산서 한화로 이적한 김종석은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전반기 타율 3할3푼6리로 타격부문 5위. 호세(롯데) 에레라(SK) 데이비스(한화) 산토스(해태) 등 쟁쟁한 외국인 타자들과 '타격 전쟁'을 벌이고 있는 김종석은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이 2할6푼3리에 불과했다. 올시즌엔 홈런만 12개. 김종석의 한시즌 최다홈런은 지난해 기록한 8개가 고작이었다. 당초 최하위 후보로 꼽히던 한화가 전반기를 5위로 마칠 수 있었던 데에는 '늦깎이 우등생' 김종석의 힘이 컸다.
조웅천도 없고, 정민태도 떠났지만 현대에는 우완투수 전준호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지난해까지 데뷔후 3시즌서 통산 7승밖에 올리지 못했던 전준호는 올 전반기에만 8승(3패)을 거두며 선배들의 공백을 메웠다. 다승 공동 5위에 올라 '투수 왕국'의 전통을 대물림.
두산 심재학(29). 시즌 초반에만 반짝하다 끝나길 수차례. 한때 투수 전업까지 했던 심재학은 올초 두산으로 이적한 뒤 타자로서의 본래 자질을 100% 발휘하고 있다. 타격 3위(3할4푼9리), 출루율 2위(4할9푼), 장타율 4위(5할7푼8리) 등 타격 전 부문서 고른 활약을 보였다.
전반기 막판에 다소 힘이 달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삼성 배영수(20)는 '젊은 에이스'로서의 기틀을 잡았다. 지난 4월12일 인천 SK전서 프로 첫 승의 기쁨을 맛보더니 파죽지세로 7승(6패) 고지에 올랐다. 나이와 구위를 감안하면 국내프로야구의 차세대 리더로 우뚝 설 전망.
해태 이동수(28)는 '이적생 성공시대'의 주인공. 삼성 출신으로 98년부터 롯데, 쌍방울, SK를 떠돌다 지난 5월31일 해태로 옮긴 이동수는 이후 고비 때마다 홈런포를 가동하며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 95년 홈런 22개를 쏘아올리며 신인왕에 등극했던 때의 모습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전반기 성적은 타율 2할9푼7리에 9홈런.
이밖에도 윤재국(SK), 최기문(롯데) 등이 전반기 '깜짝 스타'의 반열에 명함을 내밀며 고른 활약을 펼쳤다. 이들의 활약이 후반기에도 계속된다면 올시즌 프로야구는 더욱 풍성해질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