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 5:8]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 본절에 이르러 바울은 요점에 봉착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죽으심은 '죄인들' 하마르톨론을 위한 것이었다. 여기서 '죄인'은 도덕적으로 의롭거나 선하지 않은 사람일 뿐만 아니라 아담과 하와의 범죄로 시작된 인간의 전적 타락성과 부패성으로 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는 9절에 '그 피를 인하여 의롭다 하심을 얻었은즉'이라는 대조적 표현이 나옴을 볼 때 분명하다. 사도 바울의 이러한 대조적 표현은 희생된 생명의 무한한 가치와 그분으로 말미암아 은혜를 입은 사람의 무가치성의 대조를 극명하게 해준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 이에 대한 바울의 표현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
우리 죄를 위하여 자기 몸을 드렸으니, '부요하신 자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 '우리를 위하여 자신을 버리사', 그리고 '우리를 대신하여 자신을 주심은'등으로 바울은 그리스도의 대속적인 죽으심에 대하여 풍부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을 위하여라는 표현이 6-8절에서 모두 네 번 나온다. 그는 본절에서 이 전치사 대신 그리스도의 죽으심에 있어 대속적 측면을 강조하는 전치사 '안티를 사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바울이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까닭은 하나님의 사랑을 강조함과 더불어 그밖의 다른 것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즉 그리스도의 희생이 주는 대속적 특징 이외에 그리스도 안에 내재하신 하나님의 사랑에 따라 남을 위하여 행동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휘페르'라는 단어의 사용은 매우 적절하다.
하나님께서...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 바울은 하나님과 그의 아들 그리스도와의 밀접한 관계, 그리스도 안에 계신 하나님과 세상과의 화목(고후 5:19) 그리고 영적으로 죽은자를 사랑으로 이끄시는 그리스도 등에 관하여 많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 중에서 바울이 두드러지게 나타낸 것은 특히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서이다. 그는 이것을 강조하여 '하나님 자신의 사랑'이라고 지적하였다.
여기서 '자기 자신의 사랑'이라고 말함은 하나님의 사랑은 절대적이고 영원하며 참됨을 의미한다. 인간의 사랑은 자기 자신의 사랑이 아니라 모범을 따르는 사랑이요 배운 사랑이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사랑은 그 근원이 인간에게 있지 않고 그 사랑을 주신 하나님께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사랑을 확고하고 구체적으로 인간에게 드러내셨으니 당신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시고 죄인들을 위하여 십자게에서 죽게 하셨다.
한편 본절의 '확증하셨느니라'에 해당하는 헬라어 '슈니스테신'은 '추천하다', '드러내다'란 의미이다. 그래서 영역 성경을 '나타내 보여 주다' 로 번역하거나, 혹은 단순히 '보여 주다'로 번역하기도 했다(RSV). 무엇보다 본절에서 주목되는 것은 바울이 동사의 시제로 현재성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헬라어의 현재 시제는 현재에 발생하는 단순한 사건을 기술하는 것 뿐 아니라 현재 진행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슈니스테신'을 보다 정확히 번역하자면 '나타내 보여주고 계시느니라'로 된다. 이 말은 그리스도의 대속적 사역은 과거의 단 일회적 사건으로 끝이 났으나 하나님의 사랑은 바울이 본 서신을 쓰는 당시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도 끊임없이 부어지고 있음을 나타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