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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없다. 입맛이 없는 날은 특별히 맛있는 단일품목의 메뉴가 있는 한국의 식당이 그리워진다. 맘만 먹으면 내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아 나설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자카르타에 한국 식당이 100개가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한국인만을 상대로 해서는 식당이 잘 될 수가 없으니 거의 모든 식당의 메뉴가 거기서 거기다. 교민들이 하도 냉면집 타령을 해대니 냉면을 주 메뉴로 내세워 개업을 한 집도 있었지만 얼마가지 못했다. 물론 맛을 형편없게 만들어서 교민들에게 외면을 당한 것이 주원인이었겠지만..
요즘 자카르타는 우기다. 지난 건기동안 자카르타의 날씨는 우기인지 건기인지 모르게 비가 많이 왔는데 막상 우기인 요즈음에는 지난 건기보다도 비가 덜 내리는 것 같다. 오늘은 하루 종일 초가을 같은 날씨였다. 바람은 설렁설렁 불고 창밖의 야자잎들은 서걱거리고 이런 날 냉면이나 청국장 같은 음식을 맛나게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냉장고를 뒤져 둥지냉면을 하나 끓여 먹고 퇴촌의 청국장집 쇠뫼기를 그리워 하다. 한국에 가면 어떻게 해서든지 한두 번은 꼭 다녀오는 집이다. 사진을 보면서 입안에 침이 꿀꺽..
청국장정식 2인분을 시키면(일인분은 안 준다. 혼자 가는 사람은 어쩌나?) 식전에 계절에 맞는 따끈한 부침개와 막걸리가 일인당 한 사발씩 나온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구경만 해야 하는 막걸리.. 한 사람이 못 먹는다고 생각을 하고 마시면 더 달고 맛나는데 심술보가 원래 내 안에 자리하고 있을까? 사진을 찍은 날은 아들애가 교외로 차를 처음 가지고 간 날.. 녀석의 몫까지 엄마혼자 맛있게 마시는 모습을 보며 녀석은 목젖이 움직이게 꿀꺽 침을 삼키며 먹고 싶어 했다.
기본 찬.. 모두 주인께서 직접 말린나물과 저장한 밑반찬이란다. 열무김치와 무우말랭이는 언제나 맛있다. 퇴촌의 특산품인 토마토로 만든 토마토 장아찌는 처음 먹어 보았는데 예상을 깨고 아삭한 맛이 나서 깜짝 놀랐다.
정식에서 황태구이 하나와 더덕구이 하나를 택해서 시켰다. 황태구이 맛은 보통... 밑반찬 류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간이 짭짤했었는데 웰빙 유행이 번지면서 점점 간이 약해지더니 요즈음엔 거의 짜지 않은 맛있는 밑반찬과 장아찌들이 올라온다.
더덕구이 맛도 보통.. 근처에 더덕을 재배하는 야산이 많은데 향이 좋은 더덕구이의 맛을 낼 수도 있겠건만 좀 아쉽다.
청국장.. 이것만은 아무도 못 따라올 절대 고수의 맛! 맛돌이 아들녀석.. "엄마가 왜 쇠뫼기 타령을 하는지 알았네..."
부모님께서 모두 이북분인 나는 청국장을 먹어보지 못하고 자랐다. 자카르타에서 처음 청국장을 먹어보고는 그 질리는 냄새에 질겁을 했었는데 늦게 배운 도둑질 날새는 줄 모른다고 어느새 청국장 맛을 알게 되어 자카르타에서 청국장을 만드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짝지가 청국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만 시들해졌었다.
한데 어느날 막내여동생이 청국장을 아주 맛있게 하는 식당을 알았다며 함께 가잔다. 냄새도 별로 안 나는 청국장인데 콩 맛이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집이라나.. 첫날 먹을 때부터 나는 그 구수한 콩 씹는 맛에 홀라당 반해버렸다.
몇 해를 다니다가 주방 아주머니께 어떻게 끓이면 이렇게 맛있게 되냐고 물으니 내가 아는 상식과는 정반대로 조리법을 알려주었는데 아직도 믿지는 못하겠다. 쇠뫼기에서 파는 청국장을 사가지고 집에 와서 몇 번을 배운대로 시도해도 같은 맛이 안 났으니.. 아주머니의 손맛이 일품이었을까? 내 손맛도 제법 괜찮은 편인데..ㅎ
창가에서 본 정원.. 정원인지 산기슭인지.. 밖에 나가면 쥔장 살림채가 작은 개울 건너편 산기슭에 있다.
늘 단아하고 아름다운 쇠뫼기의 멋장이 사장님.. 손을 보면 열심히 일을 하신 표시가 난다.
가족 중에 누군가가 도예를 하시는듯.. 누런 종이에 싼 것은 파는 청국장 1Kg짜리.. 일인분에 100g씩 사용하면 정확하단다. 맹물에 김치를 넣고 처음부터 청국장을 넣고 오래 끓이라고.. 손님들 상에 내어 놓을 돌솥밥을 만드는 시간 내내 그 상에 나갈 청국장을 끓인단다. 내가 아는 상식과는 반대. 청국장은 맨 마지막에 넣어야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고 맛있다 배웠는데..
장은 늘 직접 담아서 사용하고 판매를 한다고.. 된장정식 보다는 청국장 정식이 월등히 맛있다.
주차장에서 식당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나물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정자. 겨울에 가면 천장이 꽉 차게 시래기가 더 매달려있다.
여름철에는 넓은 뜰에 바비큐 시설이 있어서 작은 개울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도 있다. 단,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사진보며 침을 흘리다가 결국은 포스팅까지... 오늘 밤 꿈속에서 청국장을 먹으려나?
쇠뫼기
http://www.soimoigi.co.kr/index.html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도수리 93번지
For The Good Times / Al Green /왕소금님댁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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