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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새로읽는 고전:2)
◎자본주의 태동기 「월가」 베니스서 펼쳐지는 경제이데올로기 모순 그린 희극황당무계한 두 우화빚을 갚지 못한 사람의 살 한 덩이를 칼로 베려다가 실패한 채권자 이야기와 제비뽑기로 답이 적힌 궤짝을 골라 신부감을 구하는 구혼자 이야기를 극화한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자본주의 태동과 더불어 야기된 사업 금융의 문제를 다룬 최초의 경제진단서며,이 경제문제와 관련해 소외자 유태인의 문제를 부각시킨 최초의 사회분석서다.
이 극은 르네상스시대 최대 상업도시 베니스에서 활동하는 상인과 고리대금업자의 경제적 삶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기독교 사회와 유태인 샤일록의 관계를 조망한다.
대무역상 안토니오와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의 무대 베니스는 현대의 뉴욕 월스트리트를 상기시킬 만큼 현장감 넘친다.그러나 봉건 경제구조에서 자본주의체제로 진입하던 베니스는 아직 이윤추구의 극대화를 거래원칙으로 체계화하지 못했고 경제행위에 대해 이율배반적 태도를 견지했다.베니스의 기독교 상인들은 모험적 정신에 입각,상선에 자금을 투자해 우연히 부를 축적하는 일은 하늘이 준 행운으로 환영하면서도 계산에 입각해 재산을 증식하는 샤일록의 고리대금업은 기독 교리에 어긋나는 일로 단죄한다.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베니스에서 자본주의의 기본원칙에 가장 충실한 사람은 오히려 탐욕스럽고 복수심 가득차보이는 유태인 샤일록이다.
○투자와 고리대금업
사실상 안토니오의 투자행위와 샤일록의 고리대금업은 재산증식을 목표로 하는 똑같은 자본주의 경제행위다.이러한 시각에서 볼때,안토니오를 위시한 베니스 기독교 상인들은 지배계층으로서 위치를 정립하기 위해 경제행위를 합리화하는 한편 이방인의 경제행위를 억압하는 셈이며,샤일록이야말로 기독교인들이 그에게 부과하는 허위논리에 기만당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현실원칙에 충실한 자본주의자다.그런데 행운을 축복하고 소망을 성취하는 환상적 희극구조와 낭비벽을 관대함의 일부로 칭송하는 희극정신에 기초한 이 극은 모험정신으로 행운을 맞는 투자가이자 금전면에서 관대한 안토니오 편에 서서 샤일록의 자본주의정신을 비도덕적 해악으로 비방한다.
그러나 이 극의 희극구조와 정신을 위배하는 대가를 치르면서 셰익스피어는 샤일록을 악인이나 금전의 노예 수준에서 기독교 사회로부터 고립된 비극적 유태인으로 승격시킨다.특히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재산을 훔쳐 달아난 딸 제시카의 소식을 접하면서 눈물흘리는 샤일록에게 인간적 측은감을 느끼도록 유도한다.또한 샤일록이 비난당하는게 그가 고리대금업자여서라기보다 유태인이라는 사실에 놓여있다는 점도 샤일록에게 특별한 이유없이 폭언을 퍼붓고 침을 뱉곤 했다는 안토니오의 고백을 통해 암시한다.샤일록이 『유태인이라고 눈이 없는줄 압니까?』라고 법정에서 절규할 때,그리고 포샤가 그에게 복수심을 거두고 기독교의 자비정신을 발휘하라고 요청할 때,고리대금업을 사회악으로 치부하고 안토니오의 투자행위를 칭송하는 베니스 지배층들의 이율배반적 편견은 물론 자비라는 이름아래 교묘히 자행되는 기독교체제의 유태인 지배논리가 그 모습을 엄연히 드러낸다.자비정신이 이방인 샤일록을 포용하기는커녕 그의 경제적 힘을 무력화시킬 뿐만 아니라 그를 사회에서 고립시키는데 일조한다면,그것이 「이에는 이,눈에는 눈」을 외쳐대는 샤일록의 복수보다 더 나을게 없어보인다.
○비극적 희생양 샤일록
또 베니스와는 대조적인 환상의 도시 벨몬트는 포샤와 구혼자 밧사니오를 비롯한 3쌍의 청춘남녀가 맺는 사랑및 결혼의 무대가 되며,여기서 우리는 아름다운 천상의 음악을 듣는다.그러나 희극의 틀로 포장된 천상의 도시 벨몬트와 청춘남녀의 사랑도 경제적 용어로 설명되고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된다.신화적 상징이나 하늘의 선물처럼 미화된 벨몬트의 풍요로움은 사실 포샤가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막대한 토지와 재산에서 유래한 것이며,벨몬트 저택의 소유주 포샤는 상속녀로서 지주계층의 가치와 특권을 대변한다.
벨몬트라는 동화의 세계를 무대로 지나치게 신비화된 베니스 기독교인들의 사랑과 결혼이 오늘날 젊은 남녀의 사랑과 결혼만큼이나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존하는 것이라면,그리고 제시카와 로렌조의 결혼이 아버지의 재산을 탈취함으로써만 가능한 것이었다면 샤일록의 고리대금업이 이 극에서 특별히 비난받아야 할 근거는 없다.어쩌면 샤일록의 생계수단인 고리대금업은 낭만과 사랑의 허울아래 감춰진 베니스 귀족들의 부의 축적욕구보다 더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을는지 모른다.
베니스에서 샤일록이 겪는 고립은 우리사회의 소외계층이 보이지 않게 받고 있는 억압을 상기시킨다.무력과 독재가 아닌 편견과 이데올로기,그리고 그럴싸한 교육적 이념을 가지고 다양한 소외계층을 지배하는 오늘날의 기득권층들은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희극의 테두리안에 교묘히 감춰진 기득권층들의 샤일록 소외전략을 모방한 것처럼 보인다.
○오늘의 고전
「베니스의 상인」을 그 희극구조와 정신에 역행해 오늘의 시각으로 읽어보면,자본주의가 새로 부상한 시대의 베니스 귀족및 상인들이 어떤식으로 당대의 이방인을 소외시키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해갔는지 쉽사리 파악해낼 수 있다.그러나 우리가 이 고전을 읽으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샤일록이 보여주는 바와 같은 복수의 전략으로 (자비의 전술에)대항하는 것도 결코 현명한 대책이 아니라는 점이다.<이희원 교수/서울산업대·영문학>
https://naver.me/F4t47bFD
등장인물
모로코 왕 : 포셔의 구혼자
애라곤 왕 : 포셔의 구혼자
앤토니오:베니스의 상인
바사니오: 앤토니오의 친구, 포셔의 구혼자
그래시아노, 솔라니오, 살레리오 : 앤토니오와 바
사니오의 친구
로렌소 : 제시커의 애인
샤일록 : 유대인 부자
튜벌 : 유대인, 샤일록의 친구
제시커 : 샤일록의 딸
포셔 : 벨몬트의 처녀, 부유한 집안의 여자 상속인
베니스에 살고 있는 안토니오의 친구 바사니오는
사치스러운 생활로 재산을 모두 탕진하게 되고,
이 상황을 포셔라는 부유한 여자 상속인과 결혼해
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바사니오는 포셔와 결혼할 수 있을 만큼의 재산이
없었기 때문에 친구인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려달
라고 합니다.안토니오의 배들이 물건을 싣고 해
외에 나가 있어서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유대인 부
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기로 합니다. 샤일록은 3
천 커트를 빌려주며 이자는 필요 없고 원금만 갚으
면 되지만 정해진 날에 돈을 갚지 않으면 안토니
오 몸의 어는 곳이든 살 1파운드 잘라서 가져가겠
다고 합니다. 안토니오는 급한 마음에 이를 허락
합니다.
안토니오는 샤일록이 고리대금업자라는 이유로
그를 몹시 싫어했는데, 공개된 자리에서 그를 망
신 주고 경멸하죠.
저 놈은 선택받은 백성인 우리를 증오하는가 하면 상인들이 운집한 곳에서도 나를, 내 장사를 비난하거든. 그리고 정당하게 모은 내 재산을 이자라고 비난한단 말이야.
- <베니스의 상인, 셰익스피어 지음, 김재남 옮김 > 중에서
그 자식은 나를 모욕했고, 내가 오십만 더커트나 이익 볼 걸 방해했어.
그리고 내가 손해를 보면 조소했고, 내가 이익을 보면 조롱했어. 우리 민족을 멸시했고, 나의 거래에 훼방을 놓았다. 나의 친구들을 떼어 놓았고, 나의 원수들은 부추겼지. 도대체 이유가 뭐야? 그건 내가 유대인이기 때문이지. 그래, 유태인은 눈이 없나? 유대인은 손이, 오장이,육체가, 감각이, 감정이, 정열이 없단 말이냐? 유대인도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연장에 다치며, 똑같은 병에 걸리고 똑같은 약에 나으며, 겨울에는 똑같이 춥고 여름에는 똑같이 덥지. 그런데 뭐가 예수쟁이들과 다르단 말이냐?
<베니스의 상인, 셰익스피어 지음, 김재남 옮김 > 중에서
안토니오가 샤일록을 얼마나 싫어했는지는 책 여
러 곳에 나옵니다.
안토니오가 준 돈으로 바사 니오는 포셔에게 갑니
다.
유언에 의해 포셔는 세번 째 궤짝을 고른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데, 바사 니오는 '나를 고르는 사람은 전 재산을 내어 놓고 운명을 무릅쓸 것이다'라고 적혀 있는 세번 째 궤짝을 골라 포셔와 약혼하게 됩니다.
하지만 안토니오는 돌아오던 배 3대가 모두 침몰
하게 되면서 샤일록에게 빌린 3천 커트를 못 갚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샤일록에게 살을 내어줘야
할 형편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 중에도 안토니
오는 바사니오를 위로합니다.
서두르지는 마라. 이봐, 바사니오, 나 때문에 일을 소홀히 하지는 말고 시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그리고 내가 유대인에게 써준 차용 증서는 염두에 두지 마. 연애감정으로 가득 찬 네가 아닌가? 유쾌하게 마음을 먹고 전심전력으로 구혼에 힘쓰란 말이야. 그곳에서 너에게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랑의 표현을 하게 되도록 마음을 쓰란 말이
야." 이렇게 말하면서 두 눈에 눈물이 꽉 차게 되니까, 얼굴을 돌리고는 손을 뒤로 내밀어서 무한한 우정에 넘치는 듯 바사니오의 손을 꽉 쥐어 잡았어. 그러고 나서는 작별하더군
- <베니스의 상인, 셰익스피어 지음, 김재남 옮김 > 중에서
그리고 마침내 재판 날 포셔가 남장을 하고 재판관
으로 재판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포셔는 그 유명
한 자비론을 이야기합니다.
자비라는 건 강요될 성질의 것이 아니며, 하늘에서 이 지상에 내리는 자비로운 비 와도 같은 것이지요. 자비는 이중의 혜택을 가지고 있어요. 우선은 자비
를 베푸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고,자비를 받는 사람에게도 또한 혜택이 있는 거요. 자비야말로 최고 권력자가 지니는 가장 위대한 미덕이라고 할 것이며, 군주를 더욱 군주답게 만드는 것은
왕관보다도 이 자비심이다 이거요. 군주가 가진 홀(笏)은 지상의 권력의 상징이자 위엄의 표식으로서, 군주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의미할 뿐이지요. 그러나 자비는 이 홀의 지배를 초월하여 군주의 가슴속의 옥좌에 앉아 있지요. 말하자면 자비는 하느님의 속성인 거요.
따라서 자비를 가지고 정의를 부드럽게 할 때 지상의 권력은 신의 권력에 가장 가까워지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이봐요, 유태인, 당신의 주장이 비록 정의에 의거한 것이기는 하지만, 생각해 보세
요. 누구나 정의만 추구한다면 인간은 한 사람도 구원받지 못할 거요. 우리는 하느님께 자비를 기원하지만, 이 기원은 곧 우리들 상호 간에 자비를 베풀라고 가르치고 있는 거요. 내가 이렇게까지 말을 한 것은 정의에 대한 당신의 주장을 완화시켜 보자는 것이지만, 당신이 굳이 정의를 추구하겠다고 한다면 베니스의 엄격한 법정은 여기 이 상인에
게 불리한 판결을 내릴 수밖에 도리가 없지요. -<베니스의 상인, 셰익스피어지음, 김재남 옮김 > 중에서
이 말이 통하지 않자, 포셔는 안토니오의 살을 가져가되 피가 나와서는 안 되고, 목숨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합니다. 여기에 살인 혐의를 씌워서 재산의 절반은 안토니오에게 주고, 절반은
국고에 회수하도록 판결합니다.
안토니오는 국고에 회수되는 재산을 샤일록의 딸
(안토니오의 친구와 결혼)에게 물려주도록 선처를 베푸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책 곳곳에 샤일록이 안토니오를 증오할 수밖에 없
는 이유들이 나옵니다. 재산을 탕진한 바사니오에
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유대인인 샤일록을 멸시
하는 안토니오가 이중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요.
실제로 이 시대의 유대인들은 낡은 벽으로 둘러싸
인 공장이나 '게토'지역에서 살면서 해가 지면 문을 닫고 기독교인들이 감시했다고 합니다. 낮 동안 '게토'를 떠나려면 빨간 모자를 써서 자신이 유대인임을 나타내야 했다고 합니다.
셰익스피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베니스의 상인
을 집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
며 이 시대 기독교인들의 이중성을 보고, 그 부분
이 더 와닿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