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朝鮮칼럼 The Column
[朝鮮칼럼] 정치를 '끊는' 사람들
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입력 2024.10.07. 00:16업데이트 2024.10.07. 00:27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4/10/07/XCHWS5NFPBCE3HVAO7R7XPOSFY/
정권 바뀔 때마다
'이게 나라냐' '이건 나라냐'
선언·신념·열정·투쟁만으론
민주주의 실현되지 않아
'집토끼' '산토끼' 표현
정말 모욕적이지 않나
무당층 아닌 反정치 늘어
'무관심 회초리'가 약이 될 수도
요즘 내 주변에 정치를 ‘끊었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정치와 일부러 멀어지기 위해 신문도 안 보고 방송도 틀지 않는다는 이들의 기백은 ‘백해무익’한 담배 끊기에 필적할 정도다. 노년층만이 아니라 청년층에서도 정치적 무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9월 중순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18-29세 청년 세대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무당층(無黨層)이었는데, 이들은 중도를 택한 것이 아니라 정치 자체를 기피하고 외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치적 무관심은 정치에 대해 마음이 끌리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여기에도 유형이 있다. 통상적인 것은 ‘정치적 소외’다. 이는 자신의 정치적 선택이 정치적 변화를 끌어낼 수 없다는 무력감의 소산이다. 지지 정당을 찾지 못해 정치 참여를 포기하는 무당층이 대개 이 경우다. 이에 비해 ‘반(反)정치’는 보다 적극적인 차원의 무관심이다. 곧, 기존의 정당 구조나 선거제도 전반을 불신하고 거부하는 정치적 의사 표시다. 이는 무정부주의와는 결이 다른 것으로 민주주의 정치제도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는 데 따른 21세기적 현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적 무관심도 이런 반정치를 닮아가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 무관심층의 증대는 무엇보다 저조한 가성비 탓이다. 1995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진단했던 나라의 ‘정치 1번지’ 국회의 신뢰도는 2024년 현재 OECD 30국 중 28위까지 내려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게 나라냐?’와 ‘이건 나라냐?’가 반복되면서 국민은 선거 피로감과 정치적 자괴감에 깊이 빠져있다. 국정의 생산성과 효율성만 따진다면 일류 기업이나 국제기구 같은 데 외주(外注)라도 주고 싶은 것이 한국 정치다. 민생 부문이라도 말이다.
한국 정치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민주주의를 유난히 교조적으로 받드는 분위기다. 민주주의라는 용어부터 문제라면 문제다. 고대 그리스에서 발원한 민주주의(demokratia)는 어떤 사상이나 이념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특정 형태의 정치체제를 지칭하는 것으로, ‘민주정’(民主政)이 본래 의미에 가깝다. 그런데 일본이 한자어로 의역하는 과정에서 ‘민주’ 뒤에 ‘굳게 지키는 주장’을 의미하는 ‘주의’(主義)를 붙였고 우리는 이를 따랐다. ‘굳게 지키는 주장’이란 입장마다 다르기에 ‘너의 민주주의’와 ‘나의 민주주의’가 충돌할 개연성이 열린 것이다. 최근만 해도 민주주의를 서로 자칭하면서 상대방은 반민주, 곧 ‘검찰 독재’나 ‘입법 독재’라 손가락질하지 않는가. 하긴 북한도 민주주의를 ‘주장’한다.
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정은 선험적 섭리가 아니라 역사적 발명품이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는 황제나 파라오, 왕과 같은 절대자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대 다른 고대사회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종류의 정치 공동체였다. 바로 그런 곳에서 등장한 것이 민주정이다. 그것은 납세자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정권을 행사하던 정치제도였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참뜻은 ‘인간은 폴리스(polis)적 존재’라는 것이다. 군주정이나 귀족정의 대안으로서 ‘동료 시민들’(fellow citizens)끼리 정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방식과 제도로 고안된 것이 바로 민주정이었다.
민주정을 위한 몇 가지 전제 조건도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연과 세상에 대한 객관적·합리적 이해가 필요했기에 고대 그리스 시대는 과학이 크게 융성했다. 의견 조율을 위해 지적 사고 능력과 논리적 토론이 중요했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철학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광장을 필수로 하는 도시계획도 빠뜨리지 않았다. ‘인간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인간을 만든다’고 믿은 결과다. 이들 모두는 민주주의가 선언이나 신념, 열정이나 투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민주공화국을 수립한 지 76년, 민주화를 쟁취한 지 37년이 된 이 시점까지도 우리에게는 이러한 민주정의 사회 문화적 인프라가 너무나 부실하다. 그런 만큼 한국 정치는 민주주의 타령 속에 맨날 싸우는 게 일이다. 팩트가 가짜나 거짓에 밀려나고 특권 의식과 권위주의, 선동과 궤변이 이성적 소통을 가로막는 정치 문화는 오늘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그 결과가 바로 정치적 무당층과 구분되는 정치적 순수 무관심층의 증가다. 물론 이는 단기적으로 민주주의의 적신호다. 하지만 그것이 정치권 전체를 향한 무서운 회초리가 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명색이 유권자인데 언제까지 구제 불능 한국 정치의 ‘인질’처럼 살 것인가. ‘집토끼’나 ‘산토끼’라는 말이 모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Sarracenia
2024.10.07 01:19:59
관리자가 비속어/비하 사유로 삭제한 100자평입니다.
先進韓國
2024.10.07 01:15:40
한국은 압축 성장했다. 그러면서 우왕좌왕 시행착오도 많았다. 우파와 좌파로 갈려서 수십 년 간 싸웠는데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됐다. 사실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으로 만든 나라이므로 공산주의나 종북 좌파는 용인될 수 없다. 그래서 "국가보안법"도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지금 민주당은 그 공산주의 정당이고 종북 좌파 정당이라는 거다. 그건 문재인이 한 짓을 보면 명확하다. 그래서 김문수가 "문재인은 지금 당장 총살해야 한다"고 주장한 거다. 김문수가 옳다. 그런데 우파로 정권이 교체되었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만 하고 실제로는 민주당과 문재인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다. 대한민국은 휴전중인 국가인데 "공산주의"를 지지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배격하는 민주당을 그대로 놔두는 윤 대통령은 그 또한 이적행위를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즉각 정당 해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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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4.10.07 04:30:19
한국은 정치가 국민 스트레스 주범이다. 국민이 정치를 전혀 모르고 살아야 진정한 복지요 행복이다. 정치인에게 국리민복이나 국태민안을 바라는 것은 그림의 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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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4.10.07 06:19:15
나도 정치를 끊고 있는 중이다. <권력의 속성>에 넌더리가 난다. 누가 집권을 해도 왜 도루묵인가! 대한민국 정치는 산 넘어 산이다. 희망이 없다. 바오로 성인은 "보이지 않는것을 바라는 것이 희망'이라했는데, 희망하는 일 조차 피로하다. 난 이제 지쳤어요. 대한민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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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rose
2024.10.07 06:49:01
내 얘기다. 나도 정치 끊었다. 정치 뉴스보면 답딥하고 울화치밀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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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좌공파
2024.10.07 06:26:02
한국인은 정치에 관심을 가질 자격조차 없는 국민이다. 선출된 국회의원 꼬라지를 보면 안다. 방송대담프로에서 비아냥과 깐족대는 슈레기를 뽑아 주질 않나, 전과 4~5범자를 정당교주로 받들지 않나, 온가족 허위 문서로 사기입학한 조같은 가장을 우상으로 받들고 승용차를 물티슈로 울며 닦아주질 않나 참으로 해괴한 국민성이 뭔 옳은 정치선택을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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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데스키트럭스밴드
2024.10.07 06:35:17
정치무용론으론 나라가 좋아질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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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르피아
2024.10.07 06:27:10
한국은 분단 국가이며 중공 일본 러시아 가 주변에 있는 위험한 지역 이므로 박정희나 싱가포르 식 한국적 민주정 이 필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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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水
2024.10.07 06:23:34
民主注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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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옥토끼
2024.10.07 07:58:08
국회의원만 되면 장관이 부럽지 않은 나라다. 특혜가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국회의원 뺏지를 달기위해 소신도 버리고 권력자에게 줄을선다. 결국 정치를 바꾸려면 국회의원의 특권을 대폭 줄여야 된다. 그런데 수십년간 얘기됐지만 실현되지 못한것이 이것도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해야되는데 이들이 하겠는가? 이제는 국민이 강제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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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자유
2024.10.07 07:54:13
소위, 지식인들...정치를 4류로 조롱하며 구경만 하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나. 이종찬이 건국절과 국적문제로 시비를 걸었을 때 대부분의 학자들은 정론을 얘기하지 못하고 비겁하게 침묵했나. 정치적 무관심을 내세우며 곡학아세 하는 교수들은 5류로 불려야 맞겠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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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7 07:31:52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증오만 생기는데, 무관심한 편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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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맨123
2024.10.07 07:29:31
정치가 더럽다고 침묵하고 외면하는 순간! 광주와 공산주의 망령이 피바다가 되어 우리를 익사 시켜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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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
2024.10.07 07:29:25
안타깝다. 서구의 민주주의는 2세기의 발현 정착 과정을 거쳤다. 민주주의는 정치인들의 것이 아니라 시민의 것이다. 그것이 계몽되고 생활화되는데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서구의 200년을 70여년만에 압축 성장했다. 그건 지도자의 방향성과 시민의 몸으로 때워 이루었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몸으로 때우는게 아니었다. 경제 성장만큼이나 빠른 민주정의 정착을 고대했는데 여전히 시민의 정신은 몸을 따라가지 못하는가보다. 정치무관심층? 놀구있네. 그들 상당수가 지금의 몰 민주적 전제 사회주의적 민주당을 만들지 않았나? 그냥 적절하게 비율을 맞춰 토론의 쟁투가 되는 장을 만들었어야지. 이건 민주를 모르는 개OOO에게 다수의 칼을 쥐어주니 그게 제대로 요리하리라 믿겠나? 사람 죽이는데 쓰는거지.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하다. 이 나라 정치꾼이나, 유권자인지 아닌지? 그러나 최소한 민주당은 안된다. 그들은 반역 매국의 무리요 나라를 흠낸다. 국힘은 모잘라도 저만 흠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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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뭘
2024.10.07 08:36:31
내 주위에도 건강에 해롭다며 정치끊은 사람들 많다.남편이 만성 고혈압인데 문이조만 나오면 쌍욕과 함께 침분수가 자동 발사(??)된다.화를 내면서 힘을 빡주고 얼굴이 달아 오르는데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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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k
2024.10.07 07:56:02
무관심이 회초리? 1% 동의 안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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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2024.10.07 07:23:54
선게엔 수단 방법을가리지않고 당선이 되면 선량이 된다. 나는 항상 착하고 바른 사람이고 상대는 온갖 부정으로 물든 나쁜 사람으로 보고 없는 사실로 허위로 맹공하여 민의를 속여 다수 득표롤 승리가 최선이 민주주의로 탈바꿈 했다. 게다가 당선인을 임기내 bad man이라 선전선동하여 끌어내려야 안간힘을 쓰는 게 자유민주의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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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케이
2024.10.07 06:26:52
관리자가 비속어/비하 사유로 삭제한 100자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