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밀실의 살인사건)
그 여자는 어느 부부의 딸이였고, 남매 중 장녀로 한 남자의 누나였으며
두 마리의 열대어 수마트라를 키우고 있었고 테일가의 방 하나를 가진 여주인이였다.
지극히 평범했고 학창시절 공부에 시달려도 성적이 저조했던 학생이였고
다툼이 심한 못말리는 남매 였던 그녀 제이너 윌슨.
그런 그녀가 정확히 몇 시간 전 살해 당했다.
그 이야기를 ... 들어보겠는가 ?
-------------------------------밀실의 살인사건 프롤로그-------------------------------
#. 이드 저 데일 탐정사무소
한 남자가 사무실에서 만화에서나 보아왔던 파이프 담배를 입에 머금고
전형적인 탐정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드 저 데일 , 이드 저 데일 탐정이였다.
조용히 파이프를 머금고 자신만의 시간에 사로잡힌 그에게
그 정적을 깨며 불청객이 찾아들었다.
아... 이드에겐 더 없이 반가운 손님일지도 -
"여보세요? 이드 저 데일 사립 탐정 사무실입니다만-"
그가 말을 마치자 반대편에서 다급하지만 그것마저 가장인듯한
40대 후반 남짓 되었을법한 남자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밀실에서 내 딸이 살해당했소, 살인사건이란 말이요"
이드, 그의 얼굴에 잠시 미소가 번졌지만 그는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간 뒤
상대방에게 침착히 말했다.
"거기가 어딥니까? 지금 곧 가겠습니다"
"테일가 23-5번지 데릴주택이라오"
그의 말을 재빨리 메모지에 받아 적은 이드는 가방에 줄자와 돋보기 .. 붓 등 등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만을 가방에 가득 넣고 서둘러 사무소를 빠져나왔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데릴가에 벨이 눈치 없이 울렸다.
# 데릴가
"딩동_딩동_딩동딩동_딩딩딩동_"
"누구시죠?"
"탐정 이드 입니다만"
"아, 안쪽으로 드시죠"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쪽이오_"
어느 한켠에 .. 다른 방에 비해 좁아보이는 방으로 안내한 중년의 남자는
끔직하다는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남자가 문을 연 곳에는 붉게 물든 침대 그리고 그 밑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침대위에는 이제 막 20대가 된 듯한 애띤 얼굴의 여자가 싸늘한 시체가 되어있었다.
그 시체를 꼼꼼히 살펴 본 이드는 줄자로 난도질 당한 흔적의 길이를 재기 시작했고
한참을 관찰하던 이드는 이제 됐다 싶은 표정으로 방을 나서 거실로 향했다.
거실 쇼파에는 그녀의 가족들이 먼저 앉아 있었다.
중년의 남자 옆에는 부인이 보이지 않았다.
"저 혹시 부인은 어딜 가신건지....."
싸늘한 표정으로 중년의 남자가 말했다
"이혼했소-"
"아, 그렇습니까, 유감입니다"
"일단 뭐 알아낸것 부터 말해보지 않겠소 ?"
상당히 비꼬는 듯한 말투로 중년의 남자가 이드에게 말했다.
이드는 예의를 차려서 자신이 알아낸 것에대해 설명했다.
"예, 제가 알아낸 것은 그녀는 칼날의 길이가 27cm이고
손잡이가 11cm이며, 칼날의 끝부분의 높이가 6cm로 추정되는 칼에 찔려 살해
당했다는 것입니다. 그녀를 찌른 듯한 칼로 추정되는 바닥에 던져진 칼에는
지문이 없었고 피가 흥건한 다른 칼에는 그녀의 지문만이 채취되었습니다.
그리고......유감이지만 그녀는 끔직하게도 죽기 직전까지 난도질 당했습니다..."
"범인은... 알것 같습니까?"
그녀의 동생인듯한 조금 어린 남자가 이드에게 물었다.
"범인은 아마도 집안 사람일겁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죠?"
"제게 전화하실 때 의뢰인께서는 밀실에서 따님이 살해되셨다고 했죠,
손님이 없었던 한 그것은 집안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명확한 힌트입니다."
이드가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러자 젊은 남자가 작은 실소를 터트렸다.
이제야 알았다는 듯
"아..."
헛기침을 두어번 한 뒤에 이드는 질문했다.
"흠..흐흠 그녀가 죽기 전 그녀를 제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누구죠?"
"내 아들녀석이요"
중년의 남자가 말했다.
그러자 젊은 남자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이드에게 말했다.
"난...난 아니에요"
"그녀와 무얼... 했습니까?"
"싸..웠어요"
"왜...다투었죠?"
"친구와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누나가 장난식이였지만
조금은 세게 저를 때렸기 때문에 저는 누나와 격한 말다툼을 했습니다"
"다툼 후에 누나가 다른날과 특별히 다른 것은 없었습니까?"
"두 차례에 걸쳐 커다란 비명을 질렀고, 결국 울었었습니다"
"아-"
이드가 작은 실소를 터트렸다.
그러자 젊은 남자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는 다툼이 격해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젊은 남자가 말을 마치자 이드가 중년의 남자에게 물었다.
"윌슨경에게 질문하겠습니다, 평소 딸을 ..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최악의 여자라 생각했소"
"어째서 입니까?"
"더러운 그 여자의 피가 반씩이나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오"
"그것은 테이너 윌슨군도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이드가 의아해 하며 물었다
"이녀석은 남자고, 그녀석은 여자였으니까"
상당히 남아우호사상에 젖어있다고 이드는 생각했다.
'윌슨경, 그는 그다지 자신의 딸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자가 살해한 것인가?
아니, 그것은 아닐 것이다-
윌슨경은 자기우월감에 젖었기 때문에
살해따윈 저속한 짓이라고 생각할것이다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인가...' 여기 까지 생각이 미친 이드는
중년의 남자에게 다시 물었다.
"윌슨경, 혹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울 때 무어라 말했었습니까?"
"미친게 아니라면 좀 조용히 해, 시끄러워 죽겠군- 이라 했습니다"
이드의 질문에 젊은 남자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저는 그녀의 방을 좀 더 조사해 보겠습니다."
# 그녀의 방
그녀의 책상은 온갖 소설책들이 어질러져 있었고
그 소설책은 최고의 비극작가 리드위너의 것들이였다
그리고 쓰다만 원고로 보아 그녀는 평소에도 글 쓰기와 읽기를
좋아했으며 특히 새드부문에 관심이 있었을 것이라고 이드는 추측했다.
그렇게 소설책과 원고 사이에 어울리지 않게 아무렇게나 던져져있는 30cm의 자
이드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책꽂이의 위를 살펴보더니
이내 아래쪽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일기로 추측되는 수첩모양의 노트들이 몇권 꽂혀있었다.
이드는 새것으로 보이는 노트를 집어들었다.
이드가 일기를 펼치자 일기에 압에는 이렇게 씌어있었다.
"30cm 낮은 곳 네가 손을 뻗으면 그곳에는 항상 내가 있다."
이드는 천천히 일기장을 넘겼다.
일기장에는 오늘 날짜의 일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 필요없는 몸뚱이-
갈갈이 찢어버릴 수만 있다면야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없다면
제이너 윌슨이라는 여자의 가죽을 벗겨 버릴 수만 있다면
그래서 차라리 짐승이라도 된다면
아아, 만일 내가 죽는 다면 나의 두 눈동자는 썩기전까지
윌슨경 당신의 반지를 빛내는 보석이 될 수 있을까요
아아, 만일 내가 죽는 다면 나의 재산이
테이너 윌슨 너의 것이 될까-
이 쓸모없는 인간-
할 줄아는 것이 무엇이 있지-
나는 왜 살아있지-
내가 죽는 다면 몇번이고 나를 난도질 하리라.
내가 죽는다면 나를 잿더미로 만들리라.
아악-
내가 죽는다면...
그렇다면 이 방은
황홀한 피의 색으로 아름답게 물들겠지...
나 제이너 윌슨의 피로-]
썸뜻한 내용의 일기를 본 이드는 온 몸에 소름이 돌았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싸이코 였나 보군-'
이드는 생각을 마치고 다시 시체를 살펴봤다.
여러번 난도질 당한 시체-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날 것만 같은 그 시체를
이드는 열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던져진 칼 ...
그리고 그녀의 지문만이 묻어 있는 칼...
일기의 내용과 함께 모든 사건이 이드의 머리에서 정리되고 있었다.
일기의 내용을 찬찬히 떠올리던 이드는
아무렇게나 어지러진 그녀의 책상에서 리드위너의 '나비'라는 소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드의 예상대로
일기에서 보았던 내용과 비슷한 문체의 대사가 씌여 있었다.
[아리어스 당신을 괴롭게 하는
이 필요없는 몸뚱이를-
갈갈이 찢어버릴 수만 있다면야 나는 그렇게 하겠어요
아아, 만일 내가 죽는 다면 나의 두 눈동자는 썩기전까지
아리어스 당신의 반지를 빛내는 보석이 될 수 있을까요
아아, 만일 내가 죽는 다면 나의 재산이
아리어스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될까요-
이 쓸모없는 인간-
내가 할 줄아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나는 왜 살아있을까요-
내가 죽는 다면 몇번이고 나를 난도질 할거에요
아리어스 당신의 앞에서.
내가 죽는다면 나를 잿더미로 만들거에요
아리어스 당신의 앞에서.
죽어가더라도 당신의 미소를 볼 수있다면요...
오ㅡ, 아리어스
내가 죽는다면...
그렇다면 이 밤은
황홀한 피의 색으로 아름답게 물들겠죠...
나 레이킨위드의 피로 말이에요-]
.
.
.
.
.
.
그 대사를 살펴본 이드는 소설의 맨 마지막 페이지를 폈다.
그곳에는 인쇄 된 제이너 윌슨의 서명이 있었다.
모든 것을 살펴보고 생각이 정리된 이드는 가여웁다는 듯한 표정으로
제이너 윌슨의 시체를 한번 바라보곤 방을 나섰다..
그리고 그는 거실로 가 다시 가족들을 불렀다.
"뭐요, 이드 탐정 범인을 알아내었소?"
중년의 남자가 짜증스런 목소리로 이드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드는 짧고 간단 명료히 대답했다.
"예."
이드의 대답뒤에 젊은 남자가 다시 이드에게 물었다.
"범인은 누구죠?"
"범인은..."
세 남자가 모두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이드가 입을 열었다.
"당신 부자 입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요 !"
"손 하나 대지 않고 시체를 저렇게 만들다니 대단하십니다 윌슨경 부자"
젊은 남자가 노한듯 소리쳤다.
"뜬금없이 무슨 말이요, 똑바로 말해 보십시오 !!"
"몇년동안- 정확히 윌슨경이 부인과 이혼한 뒤로 부터 그녀는
소외감과 함께 지독한 스트레스로 마음의 병을 앓았던 것 같습니다."
"그게 어쨋다는 거요 !!"
중년의 남자가 이드에게 소리쳤다.
가증스럽다는 눈빛을 잊지 않은채
"밀실의 살인사건이 아닙니다-
최고의 비극소설 작가인 리드 위너는 바로 당신의 딸 제이너 윌슨 이였고
그녀의 마지막 소설 '나비'의 내용 처럼 그녀는 자살 한 겁니다.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다면 내게 묻지 말고
그녀의 소설을 읽어 보십시오.
그녀의 일기에는 '나비'에 나온 주인공의 유언에 대한 내용이 더욱 애절하게
써있으니까요
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의 설명을 해드리죠.
철저히 짜여진 각본대로 그녀는 죽어갔습니다.
자신을 짓누르는 스트레스와 외로움에 그녀는 몇번이고 자신을 찔렀고
그런 고통에도 그녀는 죽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죽기위해 처절하게 자신의 살결을 찢어 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 윌슨경 당신부자를 응징하기위해
그녀는 끔찍한 고통속에서도 칼을 바닥에 하나 더 둔것이죠
.
.
.
그러니까 이건 살인사건이라고도 자살이라고도 단정지을 수가 없습니다..."
"..."
"..."
두 부자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두 부자는 말 없이 눈물 한 방울 씩 겨워 냈다.
그 후에 중년의 남자는 이드를 바라보았다.
중년 남자의 눈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고맙소..."
이드는 데릴가를 나섰다.
이드가 나간 후 중년의 남자는 작게 속삭였다.
"소중한 것은 그것을 잃은 후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 법이다..."
그녀의 방에 유일하게 펼쳐져 있던 소설 '나비'의 마지막 장에
써있던 대사였다.
아리어스의 대사...
그녀는 처음부터 레이킨위드라는 역으로 자신의 아버지 윌슨경을 아리어스로
잡고서 소설을 써내려간것일지도 모른다.
조금쯤은 덜 증오하고 싶어서
조금쯤은 더 사랑받고 싶어서
비극적인 여자 레이너 윌슨의 밀실의 살인사건 完
첫댓글 와.. 진짜 잘쓰셧네요 .. 재밌고 조금이였지만 흥미진진했었어요 ^ㅇ^
앗, 감사해요 (생글) 공주님도 건필 !
와, 의외네. 추리소설이라고 해야하나, 난 이쪽 분야는 머리가 복잡해져서 도전도 못했었는 데;;; 요즘 세계미스테리단편선이란 책 읽는 데, 왠지 비슷하다 ( _ 내 말은,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0^//) 어쨌든 나머지도 차차 감상해 줄게, 열심히 써 ^0^//
응 ㅋㅋ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