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 관중이 운집한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
대문호 괴테가 말했던 '하피스의 나라'에서, 독일은 2:0의 안정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그동안 불안했던 파비앙 에른스트와 토마스 브르다리치는 득점을 하면서,
둘 다 A매치 마수걸이골을 넣었다.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매우 흡족해했다.
"우리가 이겨서 당연히 좋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공동의 경험이었다. 10만 관중이 뿜어내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의 승리였고, 그것은 우리에게 높은 효과를 거두게 했다."
매니저 올리버 비어호프에 의해 발표된, '전설' 제프 마이어의 대표팀 골키퍼 코치 해임 뒤
두 골키퍼 사이의 문제가 해결될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명료하게 답했다.
"우린 세계적인 골키퍼 사이에서 사치스런 문제를 안고 있다. 월드컵까지 올리버 칸과 옌스 레만은 경쟁할 것이다. 정확히 두 선수는 서로를 부득이하게 주의하며 존중해야 할 것이다."
클린스만은 칸을 옹호하고 레만을 비난했던 마이어에 대한 징계가 부득이했음을 시사했다.
사실 이 부분은 파워게임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독일 축구계의 여러 실세들이 관련된 이 문제는 비단 '사치스런 문제'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카이저' 프란쯔 베켄바워의 의중이다.
카이저는 한 번 더 대표팀 골키퍼에 대한 논쟁에 대하여 언급했다.
"마이어 재직 기간 말미에 불거진 칸과 레만에 대한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골문에 서있을 정당한 자에 대한 논의는 다시 새로 시작한다."
카이저는 이번 이란 원정 경기에서 보여준 레만의 무실점 승리에 대하여 묻는다.
"그는 경력을 통해 무엇을 이루었는가? 현재는 거의 동등하게 강한 골키퍼일 뿐이다."
아직 더 관망하자는 카이저의 의중은 아직 레만을 전폭적으로 믿지 못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 공정해야함을 알겠지만, 그는 의심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일단 카이저가 이 정도 선에서 매듭지었으므로, 그 이상의 말들은 없다.
카이저와 클린스만이 충분한 협의를 거쳤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카이저는 친구 마이어를 물러나게 하면서까지,
대표팀 안에서 불거지는 골키퍼 경쟁을 무마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칸에게 치우친 마이어의 발언이 해임의 핵심이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카이저는 클린스만에게 모든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일찌기 겪었던 일로 증명된다.
`86 멕시코 월드컵에 코치로 나갔던 카이저는, 당시 주전 골키퍼였던 토니 슈마허를 비난하는 골키퍼 울리 슈타인을 집으로 돌려 보낸 적이 있었다.
'입이 짧은 아이'들은 과감히 돌려보내는 것이 카이저의 힘이었고 명분이었다.
팀의 결속을 해친다면 오랜 친구도 버릴 수 있는 것이 카이저다.
아직 표면적으로 칸과 레만은 아무런 반응도 없다.
칸이야 원래 신중하지만, '떠벌이' 레만도 조용히 엎드린 모습이다.
모두 카이저에게 승인을 받은 클린스만이 휘두르는 전권 앞에 숨죽이고 있을 뿐이다.
'코치 경력으로는 애송이에 불과하다'는 독일 언론의 대표팀 코칭스탭에 대한 비난을, 카이저는 힘으로 정면돌파 하려는 계산인 것이다.
여기엔 한 명의 중립적인 인사가 필요하다.
바로 마이어의 후임인 또 하나의 마이스터 안드레아스 쾨프케다.
42세의 쾨프케는 과거 클린스만의 동료였다.
그는 취임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위르겐은 공정하게 관여해야 한다. 나는 새로운 골키퍼들과 전문적으로 일을 할 것이다. 사람들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만 한다."
그는 그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할 뿐이라는 말이다.
마치 모든 문제와 논쟁은 카이저와 상의하라는 식으로, 그는 한 발 빠지고 있다.
평소 중립적인 인사로 알려진 그를 영입하면서 카이저는 명분을 얻었다.
쾨프케는 말을 잇는다.
"칸, 레만 그리고 힐데브란트. 그들은 각각의 경우에 더 좋은 골키퍼가 서는 것 뿐이다."
그것은 곧 카이저가 세운 원칙이기도 하다.
카이저는 칸에게 얽매이지는 않는다.
둘 다 바이에른 뮌헨이어서라는 언론의 추측은 소설일 뿐이다.
그저 아직 레만이 칸을 능가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까닭이 전부다.
잉글랜드에서 아스날이 48경기 무패행진을 계속하고 있지만, 레만은 여러모로 칸에게 뒤진다.
그 가벼운 입부터 팀 장악력까지, 새 주장 미하엘 발락과의 충돌 가능성도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정치 게임에서 카이저는 아직 형평성을 잃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명분에 충실하며, 무엇보다 '대표팀'이라는 대전제 아래 사고한다.
독일이 요샌 잉글랜드와도 승패를 나누는 신세가 되었지만, 독일 대표팀엔 최고의 마이스터들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긍지가 짙게 깔린 느낌을 준다.
그 안에 들어오기 위해, 마이스터로서의 고집스러움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숲을 돌아볼 줄 아는 시야도 포함한다.
아직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나 토마스 히쯜슈페어거, 그리고 페어 메어테자커에게 이런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청량제일 뿐이다.
카이저는 이런 신병들에게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선수만이 왼쪽 가슴에 달 수 있던 아들러(독수리) 문양의 긍지를 물려주고 싶어하는 것이다.
카이저는 물론 정치적이다.
이번 마이어 해임건에 대해 '우리 스스로를 때리는 일'이라 비난했던 로타르 마테우스는 그에 비하면 정치 신인일 뿐이다.
그러나 그에겐 대의가 있다.
비단 컨페더레이션즈컵과 월드컵이 다는 아니다.
팀에서 반목하는 선수들에 대한 다루는 것에서도, 그는 중립적 성향을 잃지 않으며 알력을 조정하고 있다.
카이저의 명분은 독일 축구계의 대부분을 아우르는 공감대에서 출발한다.
독일축구연맹은 물론 바이에른 뮌헨과 대부분의 클럽 지도층과의 두터운 교분은 그 바탕이다.
그리고 카이저는 그들과 상의한 자신의 의도들을 서서히 언론에 노출한다.
숨기는 부분은 없다.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 순서에 의해 햇빛에 노출될 뿐이다.
클린스만을 옹호한 것은 아니다.
그가 '힘에의 의지'가 넘치는 인사이긴 하다.
그러나 그것은 철저하게 카이저에 의해, 제어되고 공론화되고 있다.
이 '불세출의 천재'가 그려가는 독일 월드컵에의 우승 개념도가 서서히 완성되어가는 모습은 실로 경이롭다.
문제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어떻게 움직여주느냐는 것이지만 말이다.
출처 : 예스 스포츠
김영주 예스스포츠 리포터 ulich2@hanmail.net
첫댓글 연합뉴스 내요오가는 완전히 반대네요.. 멀 믿어야 하는지...
이 글의 소스는 독일 sid쪽에서 나온 기사가 바탕이 된 것 같군요. 일부 언급한 부분들은 맞지만 클린스만과 베켄바우어의 합의부분은 지금으로서는 완전 동의하기가 힘듭니다. 베켄바우어의 발언은 분명 칸으로 무게가 실려있지요. 사실 베켄바우어역시 완전 클린스만을 제어하기는 힘들겁니다. 아무리 베켄바우어가
2006의 책임을 맡고 있다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클린스만역시 얼마 안남은 2006대회의 감독이라는 거죠. 지금으로서는 큰 문제가 없는한 클린스만이 뭘 시도하든 쉽게 제동걸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클린스만-베켄바우어의 대립각이 생기면 그건 바이에른-국대, 레만-칸의 구도보다 더 피곤할 일이거든요.
죽이되든 밥이되든 그냥 2006까지 클린스만의 의도대로 갈것 같습니다. 물론 2006년이후 클린스만에게 무엇이 닥칠지는 대회결과에 따라 달라질 듯 합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기사의 형식이 좀 이상하군요. 칼럼도 아니고 보도/분석기사도 아니고. 꼭 네티즌 한명이 게시판에다 써놓은거 같은 전개내요. 예스스포츠라는 곳은 첨보는 곳이군요. 기사 개인의 지나친 주관적인 판단은 좀 거슬리지만
그래도 스포츠현상을 미시적인 정치적 권력관계의 배경안에서 다루어보려는 시도 자체는 그래도 신선한 편입니다. 사실 한국의 축구기사 너무 경기결과 분석과 축구선수개인 프로필등에만 쏠려있습니다. 사회문화, 정치경제등의 배경하에 쓰여진 기사라던가 수준높은 에세이가 너무 부족합니다.
특이한 관점의 기사네요..재미있게 읽었어요. 제생각에도 클린스만과 베켄바우어와의 합의는 안된거같지만요.. 클린스만은 3명의 키퍼에게 골고루 기회를줘 실력자를 찾겠다는 순수한 뜻일까요 아님 칸의 경쟁자 레만에게 기회를주면서 강력한 개혁의 발판을 삼는걸까요
토끼/사람마음을 100퍼센트 알아낼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지금 드러난 상황에서 판단해 보자면 우선은 세명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자는 의도인것 같습니다. 물론 그게 순수하냐 안순수하냐는 알 길이 없겠지요^^; 누구나 무슨 일을 할때는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하겠지요. 문제는 그 의도가
공익에 부합하느냐(이번일의 경우엔 대표팀의 전력강화에 도움이 되느냐?로 보면 되겠군요)의 문제지요. 클린스만과 비어호프의 말에 의하면 다음번 카메룬과의 경기에선 레만이, 11월의 아시아투어에서는 칸이, 그리고 태국에서의 경기는 힐데브란트가 골문을 지킨다는 군요.
이를 미루어 보면 2005년전까지 골키퍼는 로테이션시스템으로 갈듯 하군요. 어느정도 공평하게 기회를 주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