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될까를 생각하면 나는 실패한 인생이다. 그러나 어떻게 살까를 생각한다면 그래도 값진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곱씹어볼 말입니다. 대부분 우리는 무엇이 될까를 생각하면서 도전하고 노력하고 살아갑니다. 결과 중심의 가치관을 가진 때문입니다. 그런 환경에서 배우고 자랐습니다. 자라면서 어른들이 묻곤 했습니다. ‘넌 뭐가 되고 싶니?’ 대통령, 장군, 의사, 판사 등등 우리는 무엇에 중점을 두고 전진합니다. 그 부작용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치열한 경쟁입니다. 지금도 사회가 그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과정이야 어떠하든 일단 성공하면 됩니다. 치고 올라가든 밟고 올라가든 정상에 오르고 봐야 합니다.
부모가 자기 자식을 알아보는 것도 남다른 복입니다. 장점이 무엇인지, 재능이 무엇인지 알 수만 있다면 일찍부터 그 분야로 키워 가면 대단한 성공을 할 것입니다. 많은 부모들은 먹고살기 바빠서 그다지 신경을 쓰지 못합니다. 아니면 자신을 치다꺼리하기도 벅차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아이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밀고 나가는 것에 방해만 되지 않아도 다행입니다. 그런데 극구 부모가 원하는 분야로 고집하며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식의 재능이나 장점은 무시하고 자기 바라는 대로 자라주기를 바라고 자기가 꿈꾸는 직업을 가지기를 바라며 자식을 밀어붙이는 부모가 있는 것입니다. 자식이 고생하지만 사실 부모도 마음고생 많이 합니다. 둘 다 불행합니다.
섬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공부 잘하는 아들이 섬에만 갇히는 것을 가만 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목포로 나왔습니다. 과연 공부 잘하고 똑똑했습니다. 아주 젊은 나이에 사업가가 되었습니다. 그대로 성공가도를 달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큰 그림을 보았습니다. 나라가 왜 이래? 지도자가 왜 이래? 소위 이게 나라냐?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정치가 이래서는 안 되지, 하는 생각을 품습니다. 민주주의의 실현을 꿈꿉니다. 국민 모두가 편안하게 잘 사는 나라를 그립니다. 그래서 선거에 뛰어듭니다. 그러나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한 번 두 번 낙선되고 나니 벌어두었던 돈도 거덜 났습니다. 한 번도 힘든데 무려 네 번을 떨어집니다.
그는 공부하는 정치인입니다. 그냥 문학 공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과 대조하며 개선하고 대안을 찾고 토론하며 보다 나은 길을 찾아가는 사람입니다. 자기 의견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협의하고 협상하여 보다 나은 길을 찾아가려는 것입니다. 목적은 집권이 아니라 국민의 보다 나은 삶입니다. 여당에 있어도 야당에 있어도 누구 편에 서기보다는 국민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목적이고 꿈입니다. 같은 당에 있어도 기꺼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습니다.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면 바꿀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내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보다 좋은 방법을 찾으려 하고 그것을 위해 토론도 하고 누구와도 협상합니다.
한일협상 반대 시위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굴욕외교라고 무조건 반대하였습니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따질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반대입니다. 그러나 그는 달랐습니다. 그래 해도 좋다. 그러나 그만한 대가를 받으면 된다는 식이었습니다. 국민에게 이익이 되고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그 길을 못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반대만 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다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입니다. 자존심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서 나라가 발전해야 하고 국민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비록 원한이 있고 미운 나라이지만 우리가 그만큼 유리하게 요구할 것을 요구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어내어 나라 발전에 이바지한다면 반대만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전쟁 후 20년 가까이 군사독재를 경험했고 다시 민주사회 회복의 기회가 왔나 싶을 때 다시 군사독재가 이어집니다. 박정희 체제 안에서도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살았는데 다시 더 극심한 고난의 길을 걷습니다. 그 때 알면서도 다른 지역에서는 마음만 가지고 행동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유독 광주에서 행동이 나타났고 그 대가는 피로 물들었습니다. 나중에야 자신의 생명이 그 덕을 입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긴 시간을 지나 찾아온 자리에서 그는 눈물을 쏟습니다. 얼마나 많은 청년과 시민들의 피가 거리를 물들였습니까. 생각하면 피눈물이 나지요. 그 덕에 돌고 돌아 그 자리에 찾아온 것입니다. 열광적으로 맞이해주는 시민의 손짓에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동안 그렇게도 미워한 군사독재 정권이 어떻게든 묻어버리려 나중에는 지역감정으로 몰아붙였습니다. 사실 그는 한 지역에 매인 지도자가 아니었습니다. 서울에서도 그의 연설은 그 누구라 할 것 없이 뜨겁게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러니 가장 무서운 상대였습니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제거하고 싶은 정적이었습니다. 죽여서라도 없애야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국내외 가리지 않고 글로 말로 사람들을 움직였습니다. 그를 아끼고 존경하며 따르는 사람들이 줄을 지었습니다. 권력도 함부로 다루기 어려운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어느 한편에 기울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국민의 편이고 싶어 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 김대중’을 보았습니다.
첫댓글 잘보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