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1일 성녀 클라라 동정 기념일
-조재형 신부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게는 묵주반지가 있습니다. 2016년 은경축에 선물로 받았던 십자가를 어머니에게 드렸는데 어머니께서 묵주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묵주는 손가락에 끼고 다니니 늘 곁에 있어서 좋았습니다. 묵주를 보면서 어머니께 다시금 감사를 드립니다. 묵주는 신앙인임을 드러내는 표지이지만 그 묵주가 나의 신앙을 지켜주는 것은 아닙니다. 묵주를 이용해서 매일 기도할 때에 나의 신앙은 성장하고, 나의 신앙은 악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직원 중에 매일 혼인성사의 징표인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다니는 분이 있습니다. 혼인한지 40년이 되었어도 여전히 반지를 끼고 다닙니다. 반지를 늘 끼는 그 정성이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혼인과 가정을 지켜주는 것은 혼인반지가 아닙니다. 혼인반지를 아끼는 그 정성으로 배우자와 가족들 돌보는 헌신과 사랑이 있기에 그 가정은 성가정이 되는 것입니다. 신앙인의 가정에는 대부분 벽에 ‘십자고상(十字苦像)’이 있습니다. 십자고상은 신자라는 표식은 되지만 그것이 그 가정을 지켜주는 것도 아닙니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주님의 삶을 따를 때 그 가정은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모세는 하느님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서는 크신 사랑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약속의 땅으로 이끌어 주셨다고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쫓아오는 파라오의 군대를 피해서 홍해를 건널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다고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광야에서 굶주리는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주셨다고 이야기합니다. 모세는 이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 응답할 차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모세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너희는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그분의 규정과 계명들을 지켜라. 그래야 너희와 너희 자손들이 잘되고,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영원토록 주시는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
신앙도 주고받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 주셨으니 이스라엘 백성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응답해야 합니다.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께 ‘십계명’을 받았습니다. 이 십계명을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지킬 때 이스라엘 백성은 참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약속의 땅은 꼭 젖과 꿀이 흐르는 장소가 아닙니다. 약속의 땅은 시련과 고난이 있어도 하느님의 뜻과 의로움이 드러나는 곳입니다. 하느님의 뜻과 의로움은 하느님께서 주신 계명을 지킬 때 드러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많은 표징을 보여 주셨습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이 배불리 먹고도 12광주리가 남았습니다.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해 주셨습니다. 소경이 눈을 뜨도록 해 주셨습니다. 중풍병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도록 해 주셨습니다. 죽었던 라자로를 다시 살려 주셨습니다.
표징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 표징 때문에 제자들도 예수님을 따랐고, 그 표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표징이 제자들을 구원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표징이 사람들을 구원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표징은 우리를 구원에로 안내하는 이정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구원에로 이끄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의 계명을 지켜야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그리스도인은 예수님께서 지고가신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가야만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천사들과 함께 올 터인데, 그때에 각자에게 그 행실대로 갚을 것이다.”
[미주가톨릭평화신문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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