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고사성어에 일모도원(日暮途遠)이란 말이 있어요
이는 날 일(日) 저물 모(暮) 길 도(途) 멀 원(遠)자를 쓰는데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지요
이 말의 유래는
중국의 춘추시대때 초(楚)나라에 오자서(伍子胥)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의 아버지 오사(伍奢)와 형 오상(伍常)은 소부 비무기(費無忌)의 참언으로
평왕(平王)에게 죽임을 당하였지요
이에 오자서는 오(吳)나라로 도망가 복수할 것을 다짐하였어요
마침내 오나라의 행인(行人: 외교통상부 장관에 해당하는 관직)이 된 오자서는
오왕 합려를 설득해 초나라를 공격하였지요
아버지와 형의 복수를 위해 절치부심(切齒腐心)하던 오자서는
직접 군사를 이끌고 초나라를 공격해 수도를 함락시켰지만
원수인 평왕은 이미 죽고 없었어요
그 후계자 소왕(昭王)의 행방 또한 묘연해 잡을수가 없었지요
그러자 오자서는 평왕의 무덤을 파헤치고 그 시신을 꺼내
300번이나 채찍질을 가한 후에야 그만 두었어요
그런일이 있은후 산중으로 피신한 친구 신포서(申包胥)가
오자서의 만행(蠻行)을 지적하며
“일찍이 평왕의 신하로서 왕을 섬겼던 그대가 지금 그 시신을 욕되게 하였으니
이보다 더 천리(天理)에 어긋난 일이 또 있겠는가?” 하였지요
그러자 이 말을 들은 오자서가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오일모도원 고도행이역시지
(吾日暮途遠 故倒行而逆施之)
“해는 지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이란 여기서 나온 말이지요
오자서의 이 행위는 함무라비 법전(함무라비 왕이 반포한 고대 바빌로니아의 법전)과 같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논리를 따른 것인데
그러나 이것은 후대로 오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지요
오늘날까지 오자서가 변명한 도행역시(倒行逆施) 또한 그 당위성마저 인정되지 않았어요
여기서 도행역시(倒行逆施)를 풀어보면
넘어질 도(倒), 다닐 행(行), 거스를 역(逆), 베풀 시(施)자를 쓰는데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이지요
오늘날에 와서는 ‘일모도원(日暮途遠)’이
시간이 촉박하다는 말로 인용되기도 하지만
사실 진정한 의미는 그렇지 않아요
복수를 해야할 대상이 죽고없자
시신에 매질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수 없다는 의미 이지요
아버지와 형에 대한 원수를 갚으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뜻이 숨어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원한(怨恨)관계는 쉽게 풀어지는 것이 아닌것임을 알수 있어요
그래서 척지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하지요
우리말에 "무척(無隻) 잘산다"는 말이 있어요
이는 척(隻)이 없어야 잘산다는 이야기지요
척(隻)이란 조선시대때 말인데
조선시대에도 현대와 같은 3심제가 있었어요
군현(群縣)에서 1심을 하고 8도감영(監營)에서 2심을 하였으며
3심은 조정이나 국왕이 했지요
이때 소송에서 원고는 원(元) 피고는 척(隻)이라 했어요
그때는 요즘처럼 소송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꽹가리를 치거나 북을 두드리는 것으로 고소 고발이 이루어 졌지요
따라서 고소 고발이라기 보다는 '이르다' '고자질하다'는 정도의 뜻으로 쓰였어요
그래서 원고(元)는 피고(隻)의 죄를 자기 입으로 떠들어야만 했지요
현대에도 고소인은 피고소인의 죄를 낱낱이 드러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감정이 격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점을 경계하여 지나치게 척을 지면 원한(怨恨)을 사게 되므로
"척지지 말라"는 말이 생겨났다 하지요
성경에 보면 "세상 법정에 송사하지 말라"(고전6:1-11)고 했어요
송사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결국 척지지 말라는 뜻이지요
그러나 요즘에는 없는 죄도 만들어 뒤집어 쒸우는 세상이니
그 원한(怨恨)을 어찌 다 갚을수 있을런지 .....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