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식 포럼에 참석중인 불란서의 석학이자 기업가인 자크 아탈리 회장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창조물 중 하나가 시장(市場) 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 한국과학기술원 배순훈 부총장과 대담에서 창조는 돈과 재미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요즘과 같은 지식경제사회에서 창조적 계급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돈과 재미의 두 가지 인센티브가 확실히 주어져야 하다고 했다.
창조계급이 지배하는 지식사회는 경쟁을 유발하는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 기득권 자들이 가진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무너뜨리게 된다. 자연히 경쟁이 격화되고 어제의 창조계급이 이미 기득권자가 되여 오늘 새로운 창조계급에 의해 밀려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경쟁에 탈락하거나 승자 독식의 지식기반 경쟁 대열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는 연로한 사람들은 세상의 불공평함을 원망하기 앞서 다른 사람들과 시장에서 더불어 살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자연스럽게 맞이하게 된다.
우리동네 아파트 촌에는 일주일에 한번 매주 화요일에 알뜰 시장이 선다. 이 알뜰시장에 8순에 가까운 떡장수 할머니가 한 분 계시는데 시장이 서는 날에는 비가 오나 눈이오나 빠짐없이 늘 그 자리에서 쪼그리고 앉아 떡을 파신다. 화요일 아침이면 나는 할머니로부터 두 판의 떡을 사서 옛 직장 동료들과 등산 약속이 있는 청계산으로 달려간다. 등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늦은 오후가 된다. 그때에도 할머니는 그 자리에 여전히 꼬부리고 앉아서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을 살피며 떡을 팔고 있다. 바구니에 놓인 떡을 다 팔아도 몇 만원이 채 되지 않겠지만 할머니는 하루 종일 그곳에서 떡을 팔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그 떡장수 할머니를 뵈올 때 마다 나는 인디언 의 복음이라는 책에 나오는 늙은 양파 장수를 연상해본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에게 감히 떡을 한꺼번에 많이 살 터이니 좀 깍아 달라고 해본 일이 없다. 본인도 젊은 시절 혈기왕성하여 경쟁 대열에서 부와 명예를 위하여 물불을 가리지 않고 앞만 보고 뛰었던 때가 있었다. 이제 나이를 먹고 철이 들면서 멕시코에 사는 늙은 양파장수나 서울에서 떡을 파는 할머니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게 되였다. 양파장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멕시코 시티의 큰 시장 한 그늘진 구석에 포타 라모 라는 나이든 인디언이 있었다. 그는 그 앞에 20줄의 양파를 메달아 놓고 있었다.
시카고에서 온 어떤 미국 사람이 다가와서 물었다.
“양파 한 줄에 얼마요?” “10센트 입니다.”
“2줄은 얼마요?” “20센트 입니다.”
“3줄에는 얼마요?” “30센트.”
“그래도 깍아 주지 않는 군요.” 그 미국인이 말했다. “25센트에 주실래요?”
“아뇨.”
“20줄 전부는 얼마에 파시겠습니까?”
“나는 당신에게 20줄 전부를 팔지 않겠습니다.”
“안 판다고요? 당신은 여기에 양파를 팔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나는 내 삶을 살려고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이 시장을 사랑 합니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붉은 서라피(멕시코나 중남미에서 어깨걸이나 무릎덮개 등에 쓰는 색갈이 화려한 모포)를 좋아합니다. 나는 햇볕과 바람에 흔들리는 종려나무를 사랑합니다. 나는 페드로와 루이스가 와서 ‘부에노스 디아스’(안녕 하세요) 라고 인사하고 담배를 태우며 아이들과 곡물에 관해 애기 하기를 좋아합니다. 나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것들이 내 삶입니다. 그것을 위해 나는 종일 여기 앉아서 20줄의 양파를 팝니다. 그러나 내가 내 모든 양파를 한 손님에게 다 팔아 버린다면, 내 하루는 끝이 납니다. 그럼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다 잃게 되지요. 그러니 그런 일은 안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일상생활에서 시장에 내다 파는 인생의 양파는 무엇입니까? 남은 시간이 짧다고 한탄하시지 말고 올바른 일을 선택하십시오. 가급적 자신의 인격을 심화시키고, 다른 사람에게 귀감이 되며 자신이 태여 난 고장에서 인정을 나누면서 더불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십시오. 막연히 최선을 다하여 생의 의미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하기 앞서 자신의 역량으로 감당 할 수 있는 필요한 일을 실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고 자기 고장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라도 아끼는 늙은 인디언의 삶의 지혜를 통하여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였으면 합니다. 깊어가는 가을과 더불어 삶의 의미와 보람을 되새겨보는 조용한 한 주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Robert Bly의 When We Are In Love를 보내드립니다.
When We Are In Love,
Robert Bly
When we are in love, we love the grass,
And the barns, and the lightpoles.
And the small mainstreets abandoned all night.
우리가 사랑에 빠질 때
로버트 부라이
우리가 사랑에 빠질 때는 우리는 잔디를 사랑하고
그리고 헛간을 사랑하고 그리고 전주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