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아침, 필리핀의 엥겔레스시 선셋빌리지 홈스 티모티가(街)는 약 1천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대부분 궁색에 찌든 현지 주민들이었지만 그 중에는 필리핀 정·관계의 중요인사들도 간간이 섞여 있었다. 또 필리핀 주재 한국영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들과 한인회 간부들 그리고 필리핀 전역에서 온 선교사와 그 전날 한국에서 도착한 약간의 한국인들도 있었다. 이 모든 사람들은 앙겔레스 경신선교병원(원장 박진석선교사)의 봉헌식을 축하하기 위해서 한자리에 모여든 사람들이다. 앙겔레스지역은 우리나라 강원도와 넓이가 비슷하다. 앙겔레스지역 빈민들을 대상으로 의료선교를 펼치는 경신선교병원은 경신교회(김용주감독) 성도의 헌금으로 건축하여 봉헌하는 최신 의료설비를 갖춘 종합병원이다. 이 병원은 앙겔레스지역 인구 60만명 가운데 특별히 이 나라의 구제청과 구청에서 영세민증을 발급받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세워졌다. 지난 2001년 8월 경신교회가 박진석선교사를 파송하여 의료선교를 지원하기 이전까지 이 지역은 의료사각지대였다. 하루 일당 200페소(한국 돈 약4천5백원)이하 생활비를 벌고 있는 이들 빈민 가운데는 만성결핵과 출산후유증 등으로 고통을 겪는 환자들이 많다. 경신선교병원에서 관리하는 환자들은 약3천명이 되고 지금까지 2백 명의 결핵환자들이 이 병원을 통해서 건강을 회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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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헌식 외부 전경. | 경신선교병원은 앙겔레스지역에서는 앙겔레스 대학병원 다음으로 의료시설을 잘 갖춘, 이 지역 두 번째로 큰 병원이다. 병원이 설립되기까지 이 지역출신 국회의원은 땅을 기증했고, 경신교회는 건축비와 첨단 의료설비 일체를 부담했다. 또 앙겔레스 대학병원에서는 수련의를 지원하고 있다. 봉헌된 병원은 앞으로 음악치료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음악치료실은 공간만 확보해 놓은 상태이고 시스템을 아직 구축해놓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에 경신교회에서는 음악치료 시스템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날 봉헌식에 참여하여 병원을 둘러본 선교국 이요한총무는 “아직까지 감리교회 차원에서 외국선교 현지에 병원을 설립하여 봉헌하고 이를 운영하고 있는 사례는 없었다. 앙겔레스 경신선교병원이 최초의 사례가 된다”고 말했다. 경신교회의 필리핀 의료선교는 김용주감독이 박진석선교사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김감독은 4년 전 윤종웅총무(당시 서울남연회 총무)로부터 박진석선교사를 소개받았다. 그 이전까지 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었다. 박선교사는 92년도 필리핀으로 가 필리핀 라쌀대학 의예과에 입학하여 99년 졸업하면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홀로 어렵게 필리핀에서 의료선교를 하던 박선교사가 너무 힘에 버거워 포기하고 귀국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김감독을 만났다. 2001년 8월 경신교회의 의료선교사로 정식 파송을 받고 난 다음부터 앙겔레스지역 의료선교는 질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은퇴전별금이 선교보다 중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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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헌식 후 경신교회 교인들과 기념사진. | 이미 오래전부터 교회 재직들은, 68년도 상계동에서 13명의 교인들과 개척예배를 드린 이후 오늘의 경신교회로 성장시킨 김감독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교회는 2005년도 은퇴하는 김감독을 위해서 은퇴전별금 뿐만 아니라 주택문제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3년 전, 처음으로 박선교사의 선교지를 둘러 본 다음 김감독은 교회 장로들을 한자리로 불렀다. 그 자리에서 자신을 위해 모으고 있던 은퇴전별금을 내어 놓으라고 요구했다. 장로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김감독은 단호했다. “은퇴 전별금이 선교보다 더 중하지 않다”는 김용주감독의 말에 교회는 그동안 모아두었던 담임목사의 은퇴전별금을 모두 털어 필리핀선교에 쏟아 부었다. 한번 지원하기로 결심을 하면 최상의 조건으로 선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김용주감독과 경신교회의 선교 마인드이다. 교회가 선교헌금을 소액으로 나누어 여러 나라를 지원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경신교회의 해외선교는 선교현지에서 최상의 선교조건을 만들 수 있도록 전면적이고 충분하게 지원하는 것이 경신교회의 해외선교전략이다. 경신교회는 필리핀 앙겔레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그렇게 지원해왔다. 그래서 경신교회는 지난해 3월에 대지 392평에 2층 연건평 280평의 앙겔레스 경신선교센터를 지어 봉헌했고, 올해 2월 10일에는 현지 국회의원으로부터 기증받은 850평 대지에 단층 200평으로 앙겔레스경신선교병원을 건축하여 봉헌하였다. 이 두 건물을 지어 봉헌하는데 13억5천만원이 소요되었다. 봉헌식에 참석한 김형연장로(재정부)는 “전별금을 안받고 그 돈으로 선교를 하겠다는 감독님의 뜻이 워낙 완강하여 처음에는 사실 우리 장로들의 입장은 난처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이려니 생각하고 감독님의 생각대로 선교적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 이후 한번씩 교인들이 앙겔레스를 다녀가면서 우리 교회는 필리핀 현지선교에 대한 대단한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함께 동행한 이광용장로도 “경신교회의 필리핀선교에 대해서 필리핀 정부에서도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자랑스럽다. 경신선교센터와 선교병원을 통해서 좋은 선교열매 많이 맺을 수 있어 선교를 지원하는 교회의 장로로서 보람을 느낀다. 장로들과 교인들의 한마음으로 담임목사의 뜻에 동의하여 모범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에 대해서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함께’ 그리고 ‘바로’ 가는 선교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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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주민들을 치료하는 박선교사. | 3년 전 처음으로, 김감독은 산족(아이타스족)을 대상으로 의료선교를 하고 있던 박진석선교사의 선교활동현장을 홀로 방문하였다. 그때 화산을 피해 산 밑으로 피신해온 아이타스족을 위하여 임시진료소를 지어 주었다. 당시 매주 산족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반군들이 장악하고 있는 위험한 지역도 통과해야 했다. 그런데 무장 반군들도 박선교사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었다. 반군들에게 환자가 생길 경우 박선교사에게 데리고 왔다. 첫 방문에서 김감독은 박선교사의 선교적 열정과 헌신성을 보았다. 이런 까닭에 필리핀 현지는 무엇보다 병원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런데 김감독은 병원보다 선교센터를 먼저 지었다. 여기에는 김감독의 깊은 뜻이 있었다. “해외선교는 담임목사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교인들이 모두가 함께 하는 선교이다. 그래서 더디 가더라도 바로가야 한다. 이런 소신 때문에, 김감독은 먼저 경신선교센터를 세웠다. 이 선교센터는 경신교인들의 해외선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선교훈련의 장이 되었다. 경신교회 교인들은 경신선교센터를 매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현지의 선교활동을 체험하도록 했다. 김감독의 기대는 적중했고, 선교센터를 통해서 교인들이 얻은 학습효과 또한 대단했다. 그 결과 경신교인들은 필리핀 앙겔레스의 의료선교에 대해서 대단한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고 선교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인들을 위한 이러한 배려 외에도 김감독에게는 선교센터를 먼저 지어야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50여명의 필리핀 현지 선교사들의 복지와 화목을 위하여 먼저 선교센터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병원 보다는 선교센터를 먼저 지었다. 김감독의 이러한 의도대로 필리핀선교사들의 복지와 협력의 중심에 경신선교센터가 있어야 하겠다.
마지막 숙원은 앙겔레스 경신교회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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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 부터 필리핀 한인회장, 김기대영사, 김용주 감독, 앙겔레스 총재, 김계월사모 네포무세노 국회의원, 박진석 선교사 부부 | 경신교회는 연이어 경신선교센터와 경신선교병원을 건축하여 봉헌하였다. 또 박진석선교사가 어려움 없이 선교를 할 수 있도록 영주권 문제도 해결을 해주었다. 대부분 필리핀선교사들이 영주권이 없는 상태에서 선교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문제는 선교사들에게는 현실적인 큰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내년 연회에서 김감독은 은퇴를 한다. 그는 은퇴 이전에 마지막 숙원 사업으로 앙겔레스 경신교회 건축을 꼽는다. 현재 예배당을 허물고 약 1천 평의 교회를 지어 봉헌한 다음 은퇴할 생각이다.
남재영 부장 veritas@gamly.com
김용주감독과 앙겔라스선교
자신을 비워 전부를 채운 감동목회
김용주감독은 평소 성경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목회를 해왔었다고 고백한다. 사실 목회에 대한 이런 소신이야 어디 김감독만의 생각이겠는가. 우리는 너무도 많은 목회자들에게서 김감독과 똑같은 고백을 들어왔다. 그런데 그에게서는 ‘말씀중심’이란 원칙이 치열한 ‘자기 비움’으로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다. 기자가 만나본 경신교인들은 그의 설교가 아닌 삶에서 ‘말씀중심’의 철칙을 확인하고 있었다. 김감독에게는 다른 목회자들과는 다른 그만의 고유한 목회적 빛깔이 있고, 이 빛깔은 사람들에게 다가가 가슴을 콱 움켜잡는 감동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김용주목사의 목회컨셉은 감동목회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비워서 전부를 채우는 목회를 하고 있다. 필리핀선교를 위해서 그동안 준비해온 자신을 위한 전별금을 내 놓으라고 했을 때, 처음에는 교인들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었다 한다. 어쩌자고 감독님이 스스로 가져가야할 전별금을 내어놓으라고 하시는지. 선교도 좋지만 어쩌자고 저러시는지. 그러나 교인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담임목사의 말을 거스르지 못했다. 김감독은 은퇴전별금을 의료선교에 탁탁 털어 보내고 난 다음 교인들에게 앙겔레스의 의료선교를 위해서 함께 기도하고 함께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교회의 존재이유는 선교에 있다. 교회의 존재하는 근본 까닭과 직결된 이 과제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과감하게 자신을 쏟아온 것이 경신교회의 역사이기도 했다. 한번 지원하기로 마음을 정하면 전면적으로 지원해온 것이 지금까지 경신교회와 김감독의 스타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교인들의 감당해야할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교인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해왔다. 앙겔레스선교를 위해서 지난 3년 동안 13억5천만원의 선교비를 보냈다. 결코 적지 않은 선교비였다. 선교센터와 선교병원을 지어 봉헌하던 날 기자와 마주한 자리에서 김감독은 말했다. “지금까지 필리핀선교를 위해서 경신교회가 부담한 돈은 내가 낸 것 아니다. 모두 교인들의 피와 땀이지.” 이런 김감독의 고백이 교인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고 있다. 선교를 위해서 은퇴전별금을 쏟아 부은 앙겔라스 선교현장에서 주저하며 돈을 내어준 장로들이 너무 감동적이라고 고백한다. “감독님의 자기희생이 오늘 선교의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고백한다. “선교는 선교대로 열심히 하고 김감독의 은퇴 이후 생활을 위한 준비는 따로 또 해드리려고 한다.”는 장로들의 고백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비워서 전부를 채워버린 김용주감독식 목회의 힘과 가치를 엿보게 된다. 교인들이 감동을 받아 스스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그의 목회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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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나 감동적인 일입니다... 주여! 나로 하여금 땅끝까지 선교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