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진 ‘이 기세 이대로’ 박영훈 ‘후반에서 끝내줄게’
우승상금 1억원, 최고의 무대에 황소 두 마리가 올라왔다. 전통과 권위의 기전 제38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5번승부에서 만난 건 원성진 9단과 박영훈 9단. 우정과 경쟁의 대명사 ‘황소삼총사’의 기세가 절정에 달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때문에 결승전은 더욱 흥미로운 관전을 기대케 한다.
사이버오로 해설을 맡은 '천하장사' 송태곤 9단은 승부 예측을 두고 몹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 중에 누가 결국 승리할 것이냐를 예상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동갑내기 라이벌 승부라는 데 초점을 맞춰 분석해 봐야겠죠.” 고 말한다.
얼마 전 삼성화재배에서 8강전에서 탈락하기 전까지 파죽의 11연승을 거두며 주요 기전에서 굵직굵직한 성적을 낸 원성진 9단은 요즘 두려운 상대가 없다. “원 9단이 전과 많이 달라졌어요. 내용이 좋아졌습니다. 예전엔 좋게 이끈 판도 허무하게 그르치는 때가 잦았는데, 이젠 안정감을 찾았다고 할까요.” 송태곤 9단은 보다 안정적으로 변화한 원 9단의 바둑에 높은 점수를 준다.
한편 박영훈 9단은 강한 후반 운영 능력이 신비로울 정도로 더 강해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창호 9단과 벌였던 준결승 3번기 마지막 판은 구신산과 신신산이 누가 더 끝내기가 세냐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듯 명장면이 거듭 연출되었다. 여기서 신신산 박영훈 9단은 후반 가공할 끝내기 솜씨를 과시하며 이창호 9단을 따돌렸다.
송태곤 9단은 “집바둑으로 흐른다면 박영훈 9단이 조금이라도 유리할 것 같습니다. 원성진 9단이 그렇다고 해서 후반이 약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스타일도 좀 다르고, 아무래도 후반에 관해서라면 박 9단의 명성이 더 높죠.”
▶ 사이버오로에서 명인전 결승1국 해설을 맡는 송태곤 9단.
박영훈 9단과 원성진 9단의 상대전적만 놓고 보면 박 9단이 16전 10승 6패로 크게 앞선다. 게다가 2007년 7월부터 2010년 7월까지 3년에 이르는 기간 박 9단이 원9단에게 연전연승을 하고 있었다는 점 등 객관적 수치들이 박 9단의 전력의 우위를 웅변한다.
그러나 눈여겨볼 점은 올7월부터 원 9단이 박 9단을 상대로 한 연패의 사슬을 끊고 2승을 달리면서 승부 곡선의 기울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 GS칼텍스배 도전자를 가리는 대국도 있었음을 감안하면 큰 승부에서 원 9단의 대담성ㆍ자신감이 확실히 전과 다르다는 것이 감지된다. “이들 라이벌의 연승이나 연패는 쉽게 깨어지고 마는 속성이 있습니다. 보통 기사들에게는 좀처럼 안 깨어지는 기록들이라도 맞수라는 묘한 특성에 의해 보란 듯이 변한다는 것이죠.”
이는 더욱 승부의 예측을 어렵게 한다. 송 9단은 한 가지 힌트를 내놨다. “초반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중요할 걸로 보입니다. 중반 미묘한 힘겨루기로 간다면 원 9단이 힘을 발휘할 겁니다. 반면 후반까지 비슷하게 흘러간다면 박 9단에게 부가 있겠죠. 초반을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사이버오로ㆍ야후 바둑에서는 2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5번기 1국을 송태곤 9단의 자세한 해설과 함께 생중계할 예정이다.
제38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은 하이원리조트와 한국일보가 후원하고 바둑TV가 주최하며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덤6집반, 제한시간 각 2시간, 초읽기 1분 3회가 주어진다.
본선은 6명씩 2개조로 나뉘어 진행되었고 각조 1ㆍ2위가 결선토너먼트에 진출했다. 결선 4강토너먼트는 각각 3번기로 치러지며, 4명 모두에게 차기대회 본선시드가 주어진다. 우승상금은 1억원, 준우승상금은 3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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