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손탁』은 가상의 사건을 다루지만 공간과 장소, 그리고 등장인물의 상당수는 실제입니다"(239, 작가의 말 中)
작가 정명섭은 『남산골 두 기자』에서도 역사적 소재를 가지고 실종 사건을 다루는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역사인식을 환기시키는 글을 쓴 바 있다. 『미스 손탁 』은 고종 황제의 네덜란드 헤이그 밀서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손탁 호텔의 경영자인 러시아 사람 '손탁' 실종 사건을 다룬다. 소설의 이면에는 대한제국을 손아귀에 넣고자 하는 일본의 야심을 폭로한다. 이토 히로부미, 이완용, 이준, 이상설, 이위종, 베델, 양기탁, 박은식과 같은 우리가 잘 아는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소설이기보다는 한 편의 역사 신문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사실에 입각하여 글을 전개하고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손탁에 대해 알아보자. 그녀는 러시아 공사 베베르와 먼 친척 관계로 소개한다. 일본의 집요한 간섭으로 고종황제가 1년 간 러시아 공사관으로 '아관파천'한 적이 있었다. 그때 고종을 정성껏 돌봐준 것을 계기로 황궁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직위를 얻게 된다. 호텔 부지도 무상으로 얻게 되어 외국인들이 머물 수 있는 영빈관 형식의 호텔을 세워 경영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그녀의 존재감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작가 정명섭은 손탁이 독립운동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밝혀 낸다. 일본 첩자들이 득실거리는 궁궐에서 고종의 손과 발이 되어 준 사람이 손탁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미국 선교사로 와 있던 헐버트가 일전에 황제의 밀서를 미국 의회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본에게 발각하게 된다. 그 후로 일본 첩자들의 감시가 더 촘촘해 진 가운데 만국평화회의에 일본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밀서'를 전달하고자 한다. 전달책으로 손탁이 등장한다. 숨 막히는 사건 속에 손탁이 전면으로 등장하며 상동교회 전덕기 목사, 대한매일신보 베델과 양기탁, 헐버트 선교사가 기지를 발휘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나온다.
이화학당을 세운 스크랜턴 여사, 이완용의 조카로 나온 이복림 학생, 대한제국 시위대 군인 배유근과 그의 동생 배정근, 손탁호텔에 취직하여 일본 첩자들을 밝혀내는 급사 이태환, 오일규라는 이름으로 가장하여 고종의 밀서를 전달받는 평리원(지금의 대법원) 검사였던 이준 등 대한제국 당시 국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들의 면면을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