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박수 소리 / 황유원
어떤 박수 소리는
기름이 끓는 것 같다
그 기름에 튀겨지는 대상의 외침은
들리지도 않는 것 같고
또 어떤 박수 소리는 한없이 쏟아지는
폭우와도 같아
그 안에 들어가 한동안
나오고 싶지가 않다
멀리서 들려오는 어떤 박수 소리는 분명
기계적인 것인데
그 열렬한 온도가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만 같다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고 손이 재빨리 움직여
죽었던 문장을 다시 무덤 위로 일으켜
세우는 것 같다
무덤 위로 일어선 시체는 쏟아지는 폭우를 맞으며
오랜 흙먼지 모두 씻어내고
새사람이 되어 객석으로 가
언제라도 다시 박수를 쳐줄
준비가 되어 있고
어떤 박수 소리는 진심이어서
어제도 칠 수 없었고 내일도 칠 수 없는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만 칠 수 있는
진심이어서
박수를 받지 않는 사람도 박수를 받는 듯한 기분에
빠져들게 만들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눈시울을 붉히게 하기도 한다
무대에서 내려가는 동안에도 박수 소리는 끊이지 않아
서서히 낮아지는 볼륨의 박수 소리 들으며
어느 긴긴 계단을 혼자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만 있는
이제 인생에서 영영 퇴장하는 어느
영광스러운 저녁에
―계간 《시와 편견》 2024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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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 1982년 울산 출생. 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 『초자연적 3D 프린팅』 『하얀 사슴 연못』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