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갤러거가 도덕의 시대(The Age of Morality)라고
이름 붙인 시기(1962~1966)의 첫 해에 68세의 존 포드는
후대의 평자들이 서부극의 만사(輓詞)라고 부르게 될 걸작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를 내놓는다.

포드는 이후에 <도노반의 산호초>(1963) <샤이엔의 가을>(1964)
<일곱 여인>(1966) 등 세 장편을 더 만들었고
<서부개척사>(1962)의 한 에피소드와 TV 시리즈 한편을 연출했다.


이 영화는 두 가지 점에서 특별하다.
하나는 풍경이 없는 서부극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모뉴먼트 밸리라는 유례없는 영화적 풍경을 발명한 존 포드는
긴 이력의 마지막 단계에서 포드 서부극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고유한 풍경을 지우고 실내 서부극,
혹은 연극적 서부극으로 부를만한 이례적인 영화를 만들었다.

다른 하나는 플래시백의 구성이다.
100여 편에 이르는 포드의 필모그래피에서 플래시백이
영화의 본론을 구성한 것은 이 영화를 포함해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1941) <롱 그레이 라인>(1955) 등 극소수다.
풍경 없는 플래시백, 내성(內省)과 회한, 사라진 것들의 침묵과 기억....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는 고요하고 섬세하고 아름답고 슬픈 영화다.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는 고전적 서사의 기술이라는 면에서
거의 완벽한 영화다. 존 포드 특유의 리듬감과 유머가 빚어내는 활력은
여전하지만, 사건들은 빈틈없이 맞물려 있고 매끈한 기승전결의 구성이
전개되며 인물들은 분명한 정체성으로 성격화되어 있다.

서부극은 기원적이다.
서부극의 매혹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다루는 기원이
사료를 통해 재구성된 태고의 것이거나 이야기꾼에 의한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기원이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
아주 가까운 과거의 역사적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유력한 상원위원인 랜스 스토다드는 친구인
톰 도니폰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부의 신본시로 돌아온다.




그가 신본시에 무엇을 하러 왔는지 의아해하는 신문기자에게
그는 자신의 경력이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람”으로 시작했다고 말한다.

예전 젊은 변호사로서 신본시에 처음 온 그는
아내인 할리와 친구 톰 도니폰을 만나며,
그곳에서 개척민들에게 읽기와 쓰기를 가르쳤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지역에서 제일가는 무법자인 리버티 밸런스와 맞부딪힌다.
전설이 어떻게 역사로 변모하는가를 설득력 있게 묘사한 포드 후기의 걸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