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포럼에서 논의된 기후 문제 대안은?”
가톨릭 언론인들이 만난 Laudato Si'
△ 제23회 가톨릭포럼 참석자 단체사진
지난 21일 오후 3시, 시그니스 코리아가 주최한 제23회 가톨릭포럼이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기후변화와 가톨릭의 역할’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과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기후 환경 문제를 위한 그간의 노력을 점검하고 실효성이 높은 대안을 확인하고자하는 이번 포럼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는 물론, 언론사 과학 전문 기자와 성직자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즉각 시행이 가능한 현실적 대안의 종류를 검토하는 것부터 기존 언론의 역할과 한계를 돌아보는 등 광범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논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5월 발표한 환경과 생태 문제에 관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의 연장선 상에 있다.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는 것에 관한 회칙으로 총 246항으로 구성됐다.
포럼은 2명의 발제자와 3명의 토론자가 발제 이후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현장에서 함께하는 참여자들의 의견 개진 시간도 허락됐다. 각각 20분에 걸친 발제는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와 정내권 전 외교부 초대 기후변화 대사가 맡았다. 이어지는 토론에는 서울대교구 소속의 박동호 신부와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 이주영 연합뉴스 선임 과학 전문기자가 참석했다. 사회는 류지현 전 SBS 아나운서가 맡았다.
포럼 시작에 앞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참된 생태론적 접근은 언제나 사회적 접근이 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인용하며, “사회적 논의의 물꼬를 열어가기 위해 가톨릭 언론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소식이 참으로 반갑다”고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회 위원장 옥현진 대주교도 “이번 가톨릭포럼이 기후 변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제고에 기여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게 하는 계기 되면 좋겠다”며 포럼 개최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본격적으로 첫 번째 발제로 나선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모델로 ‘공동체 모델’을 제시했다. 오 상임이사는 “한등 끄기 운동을 하고, 일회용품을 줄이는 방식”으로는 기후 위기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진단 하에 논의를 시작했다. 그는 이 같은 운동이 기후 위기 해법을 ‘개인’과 ‘개인의 책임’에 맡기는 모델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다며, 문제 해결의 주체를 ‘개인’에서 ‘공동체’로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서울 석관동 두산 아파트 사례’를 보여주며, 각 개인으로는 무력했던 아파트 입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뤄 아파트 전체 단위로 정책을 집행하자, 공공 전기요금이 연간 2억 5천만 원씩 줄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전체 가구가 해당 공동체의 모범을 따라가면, 500메가와트급 석탄발전소 10개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오 상임이사의 결론이었다.
이어서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정내권 전 외교부 초대 기후변화 대사는 앞서 발표한 오 상임이사와는 반대로 ‘개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전 대사는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추궁’하는 방법으로는 실질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정부의 공공 재원에만 기대는 현행 방식은 정치적 부담과 기업의 수익성 모델만 악화시킬 뿐,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정 전 대사는 각 개인이 자발적으로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결단을 내릴 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만드는 것이 기후 해결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론조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구성원 중 거의 절반은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재생 에너지를 선택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 같은 의지를 담을 시스템만 갖추면 된다고 제안했다. 전기요금이나 교통 요금 등을 이원화해 친환경을 위해 추가 요금을 지불할 의지가 있는 소비자들이 비용을 더 낼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은 해당 추가 수익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구입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운동>을 통해 친환경 추가 요금을 지불하는 개인이 늘어나는 것이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본질적 방법이라는 것이 정 전 대사가 내린 결론이었다.
한편, 기후 위기를 다루는 언론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정내권 전 대사는 ‘기후 위기에 대한 위기감’만 조성하고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언론이 기후 문제를 방관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이주영 연합뉴스 기자는 “언론이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 보도만 많고 해결책에 대한 보도가 부족했다면, 기후 위기에 대한 논의가 해결책에 집중되어 있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언론에 채택될 만한 수준으로 무르익지 않더라도 언론이 한발 앞서 사회적 의제로 설정하는 선도적 역할을 앞으로 더 해야한다”는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마지막으로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가톨릭교회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의견도 표명됐다. 오기출 이사는 발제를 통해 제안한 ‘공동체 모델’을 만드는데, <찬미받으소서> 14항이 제시하는 ‘모든 이가 참여하는 대화’가 대담하고 다양한 길을 열어 줄 수 있다며 교회의 관심에 기대를 걸었다. 이에 정 전 대사도 “운동>은 창조주에 대한 믿음이 있는 가톨릭교회의 신앙인들이 믿음 안에서의 결단을 통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가톨릭교회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희망을 내비쳤다. 토론자로 나선 박동호 신부는 각 지역 교회가 기후 문제에 무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보이며, 기후 문제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보편 교회의 다양한 가르침을 제시했다.
이번 제23회 가톨릭포럼은 2001년부터 이어온 행사로 당시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가 시작해 매년 한 차례씩 진행되었다. 2022년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CJCK),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CJPA), 시그니스 서울 세 단체가 통합하여 결성된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시그니스 코리아)가 업무를 이어받아 지난해부터 포럼을 주최하고 있다. 올해 포럼은 가톨릭신문사의 지원으로 유튜브 생중계를 진행했고, 녹화 파일을 업로드하여 포럼 전 과정을 유튜브로 시청할 수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언론홍보팀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