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집 태우기
무탈을 기원하는 소원지 매달아
우리 엄마 소지 올리듯 달집을 태운다
달은 보이지 않는데
별만 쏟아져 내리네
ㅡ서영우
〚쪽수필/오정순〛
통영에서는 정월 대보름날 바다 위 바지선에 달집을 짓고 해상 달집 태우기와 불꽃놀이를 함께 한다는 소식이다.
연중 절기에 맞추어 특정한 날 특별한 행사를 하는 건 그 날 의미를 되새기고 일상에 힘을 실어 잘 살아보자는 뜻이기도 하다. 달집을 태우는 건 불필요한 옛 부스러기를 모아 태우는 의식이고 화재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다 가운데 바지선에서 치른다는 건 경험에서 건진 행사의 지혜이리라.
나 어릴 적 어머니는 종종 소지를 올렸다. 창호지를 접어서 태워 불이 사그라 들기 전에 공중으로 올린다. 잘 올라가면 어머니가 기분 좋아 하였다. 기원의 말을 하고 하늘에 곱게 오르기를 바랐다. 좀 더 구체적으로 느끼고 싶은 퍼포먼스인 셈이다. 성향에 따라 감각적이어야 느끼는 사람을 위해 치르는 기원 방식의 행사이리라.
보이지 않는 소망을 담아 태우는 달집, 올라오는 불꽃과 뽀얀연기를 소지로 읽는 건 시인의 역사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별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하늘을 바라보는건 행사를 통해 이미지 테라피를 받는 효과를 누린다.
해묵은 감정 다 쓸어 태우는데 동참하고 가슴에 시인이 찍어준 이미지 한 장 안고 일 년을 살아보리라. 촛불을 켜고 기도한 후에는 별이 쏟아지듯 은혜가 쏟아진다고 연상하리라. 믿는대로 이루어진다는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첫댓글 쪽 수필로 디카시의 의미를 확장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지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덕분에 04시까지 잠 들지 않을 때 그냥 글 쓰며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달을 보지 못했던 대보름날 이 디카시를 보며 이런 행사라도 보러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어요. 밤하늘에 쏟아져 내리는 소원별들이 너무 예쁘기도 하고요. 선생님 수필을 더하니 이야기 한 편이 상상되어 그려집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부지런도 하시지요
무엇인가가 연상되고 즐길 수 있는 감각기관이 있다는 게 감사했습니다
소지는 굿에서도 보았고 어머님이 많이 아프실 때
소지를 올리라고 해서 올린 적도 있는데요. 그때
가족들 소지를 다 잘 올라가는데
어머니 소지는 바람에 날려가 버렸습니다.
그때 왜 하필 바람이 불었을까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이라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울어머니도 그 결과에 신경을 엄청 쓰시더라고요
하늘이 비는 마음을 안 들어준 것처럼요
이제 잊으세요
공기의 흐름은 수시로 바뀌므로
변화무쌍한 것에 매달리지 맙시다.
디카시와 쪽 수필 감상 잘했습니다. 경주에서도 달집 태우기가 있었습니다^^
조상들이 지켜온 세시풍습을 보존하고 유지하려고는 하지만
그 행사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새로운 세시풍습을 써야 할 듯 하기에
쪽수필을 쓰니 신 버전 보름맞이가 되었습니다
이미 봄맞이 부엌 대청소하신 분도 계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