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하기 전에
-마작 이야기1
팔음김미숙
옥연지 ‘송해기념관’ 입구에 마작 꾸러미가 전시되어 있다. 생전에 송해 선생께서 마작을 좋아하신 걸까. 이유야 어찌되었건 마작을 보는 순간 무척 반가웠다. 나는 가족하고 평소에 마작게임을 즐긴다. '마작은 도박'이라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에게는 이미지가 나쁜 편이다. 그러나 마작은 바둑, 장기, 체스, 포커, 보드게임처럼 건전한 정신적 스포츠 게임으로 생각해도 된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가족이 모이면 화투나 윷놀이를 하는 집이 많지만 우리집은 주로 마작이나 포커, 보드게임을 즐긴다.
무슨 놀이든 생업에 지장을 주거나, 수면을 부족하게 하면 그것은 마약처럼 무서운 중독이 된다. 적당한 시간을 정해두고 가족이 즐겁게 놀면서 두뇌를 쓰는 것은 오히려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 경로당에서 할머니들이 화투를 치거나, 공원에서 할아버지들이 장기, 바둑을 두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고 본다. 하지만, 금전이 오고가면서 재산과 건강을 잃으면 그것은 큰 문제가 된다.
우리 가족이 마작을 치게 된지도 어느덧 칠 년이 흘렀다. 나는 아직 기본적인 것만 알고, 점수를 계산하는 법은 잘 몰라서 큰아들이 항상 계산해준다. 수동으로 하는 것은 점수계산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전동탁자에서 게임을 하면 구태여 계산법을 몰라도 알아서 계산해준다. 마작패도 자동으로 섞어서 올려준다.
마작에 한참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서울을 간 적이 있다. 서울 신림동에 마작카페가 있다는 것을 인터넷에서 알았다. 가보니 정말로 전동탁자가 있었다. 얼마나 신기하든지 한 시간 정도 놀고 나왔다. 또 2017년에는 두 아들하고 일본 '이케부쿠로'를 갔는데, 거기서도 전동탁자가 있어서 두 시간 정도 놀았다. 마작은 최소 세 명 이상이면 할 수 있는데, 네 명이 치면 가장 좋다.
우리 가족은 주로 일본 마작을 즐기는 편인데, ‘꽃패’를 쓰는 대만 마작도 있다. 아이들의 친구들도 마작을 배우러 우리 집에 자주 찾아왔다. 마작의 룰이 복잡하기는 해도, 알고 나면 재미있다. 화투, 윷놀이, 체스, 포커, 장기, 바둑, 마작, 보드게임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마작이다.
영화 속에서 마작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담배 연기 뽁뽁 내뿜으면서 어두운 방안에서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먼 나라 이야기다. 가족이 함께 즐기는 놀이로 이만한 것이 없다.
몇 해 전에 남편과 이혼할 위기가 왔을 때, 나는 이상하게도 마작 칠 구성원부터 생각하니 이혼을 할 수가 없었다. 마작을 칠 수 있는 남자를 다시 구하려면 그만큼의 시간을 또 기다려야 하지 않겠는가. 하루 이틀만에 배워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작을 좋아하는 사람이 주위에 별로 없는 까닭이다.
이번 추석 명절에도 우리 가족은 마작을 칠 예정이다. 마작은 게임의 꽃이다.
■사진__일본 여행 때 마작카페에서 찍은 전동탁자
첫댓글 쯔모, 론, 리치~~~! 승리의 소리!
마작 칠 구성원 때문에 이혼을 못하신다니 ㅋㅋ. 핑계도 귀엽습니다. 저는 화투도 바둑도 마작도 못하는 사람입니다.
배우고 싶으면 전화주세요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정말로 마작 때문에 남편이 사랑받고 삽니다 ㅎㅎ
가족과 재미있게 마작 게임을 하신다니
부럽습니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신자 시대에 마작게임은 우리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오락매체 입니다
인생 별거없어요, 즐겁고 건강하게 살아야지요
저는 마작에 관심이 없습니다만,
송해 선생이 마작을 좋아한 건 확실합니다.
예전에 제가 [송해 1927]이란 책을 읽다가,
선생이 마작삼매경에 빠진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참 재미나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능력에 관한 한
이제는 고인이 된 송해 선생이
거의 신의 경지에 도달했던 게 아닌가 싶은데,
저는 다른 게 궁금했습니다.
오랜 세월 대중들과 어울리다 보면
직면할 수밖에 없는 삶의 비루함들을
송해 선생은 도대체 어떻게 견뎠을까?
이게 제가 굳이 [송해 1927]이란 책을 구해 읽은 이유였습니다.
그렇군요 《송해 1927》을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어요
도서관에 있는지 알아보고,,,
김인기 선생님 편집장 맏으셔서 수고 많으십니다
건강 잘 챙겨가며 일하세요~~^^*
밥 한 번 살게요 !!
글을 쓰면서 이겨 냈겠지요. 사마천 처럼, 박경리 선생님도 사마천을 생각하며 삶의 비루함을 이겨 냈다고 합니다. 저 역시도 글을 쓰면서 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정임표 문정희 시인이 쓴 시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를 낭송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문인의 사명에 대하여 늘 고민합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신의 말씀을 잘 전달하는 충실한 작가로~~
@八音。金美淑。 베리 굿!
참고//
[송해 1927]은 대체로 대담집이라 하겠는데,
여기에서 송해 선생이 삶의 비루함과 대처법을 말하지는 않았으나,
그 행간을 가만히 읽어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리고 현대사의 질곡이라 할 부분도 있어요.
이분이 황해도 재령 출신이고
이북에 있을 당시 해주음악전문학교에 다녔는데
그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공부는 뒷전이고 체제의 선전선동에 동원이 되었지요.
이후 피난민으로 혈혈단신 이남으로 와
평생을 '딴따라'로 정치 상황과는 무관한 듯
그렇게 살았는데.
......
전후 맥락을 따져보면
이게 어느 한 사람의 이야기인 것만도 아니죠.
듣고보니 점점 흥미롭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밥 두 번 사야겠네요~^^
팔음 선생님 마작에 대한 글 읽으니 아주 재밌는데요?
저는 마작은 어찌 생겼는지도 모르고 화투도 치지 못하지요.
그래서 이혼 했는강요?
하하하하~~~
마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을 모으는 일입니다
정말로 사람이 귀합니다 ^^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사회 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