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5월 제주바다 '협재해수욕장'
협재해수욕장은 CNN도 극찬한 한국의 아름다운 절경 중 한곳이다. 순백의 맑은 모래와 에메랄드빛 바다색과 조그마한 섬 비양도를 그려넣은 그림은 어느 누구도 흠잡을 수 없다. 제주여행자에게 협재해수욕장은 옵션이 아닌 필수코스이다. 어떤 여행자는 이곳에 텐트를 치고 며칠이고 그저 가만히 머물다가 돌아가기도 한다. 하루 종일 혹은 며칠을 함께해도 협재해수욕장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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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을 끼고 있는 협재해수욕장은 비양도를 향해 완만하게 흘러간 지형 덕분에 그리 깊지는 않다. 뒤로는 사방림으로 조성된 소나무 숲이, 앞으로는 하얀 백사장이 멀리까지 뻗어 나간다. 해수욕장 수질은 상상 이상이다. 물은 맑고 투명할 뿐 아니라, 색 또한 보석처럼 영롱하다. 흔히 말하는 에메랄드 보석 빛과 견주어도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여름철 일몰 또한 아름다운 곳이다.
협재바다 앞에선 태양도 얼굴을 붉힌다. 하늘뿐만 아니라 태양도 협재바다의 아름다움에 부끄러워 붉은 얼굴을 한다. 마치 좋아하는 여자 앞에 선 남자아이 같다. 한낮에 어느 누구와도 눈 마주치지 않을 만큼 오만 했던 태양도 협재바다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수줍어한다. 협재바다 품속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황금빛 물든 얼굴로 다가간다.
아름다움은 전염된다고 하던데 이렇게 아름다움을 벗하고 있는 주민들 마음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지금은 협재해수욕장을 찾아오는 여행자들로 인해 주민들 삶이 나아졌지만,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 협재는 그리 부유하지 못한 마을이었다. 이웃마을 사람들이 협재사람들을 '집 읏신 거드락지(‘소라게’를 말하는 제주어)'라고 놀렸다. '집도 없이 남의 집을 전전하는 소라게'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지금의 풍요를 가져온 모래가 예전에는 협재주민들을 힘들게 했다. 특히 겨울철 북서풍이 부는 날이면 더 하다. 제주 특유의 강한 바닷바람에 모래까지 실려 얼굴을 때리면 예리한 칼날에 베인 듯 얼굴이 쓰라렸다. '협재에서 1년을 살면 모래 한말을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농지 또한 모래밭이라 농사도 시원치 않았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늘 고단했고 해변의 아름다움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1960~70년대에 마을주민들은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모래밭에 소나무를 심었다. 다행이도 주민들의 땀은 푸른 숲으로 거듭 태어났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모래벌판은 숲으로 바뀌었고, 그 숲에 있는 협재굴, 쌍용굴 등은 관광지가 되었다. 이런 변화는 주민들의 삶에 조금의 숨통을 터줬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한림공원도 사방공사 덕분에 지금 같은 명성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협재해수욕장의 아름다움 또한 주민의 땀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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