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5061]왕건(王建)-십오야망월(十五夜望月)
십오야망월(十五夜望月)
당(唐) 왕건(王建)
中庭地白樹棲鴉 (중정지백수서아)
冷露無聲濕桂花 (냉로무성습계화)
今夜月明人盡望 (금야월명인진망)
不知秋思在誰家 (부지추사재수가)
달빛 들어 흰뜰인데 까마귀 깃들이고
찬 이슬 소리 없이 꽃을 적신다 .
이 밤 밝은 달을 세상사람 모두가 바라볼 텐데
시름겨워하는 이 그 누구일까.
팔월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
고향 생각이 절로 난다.
향수의 애잔함을 잘 그린 시.
십오야망월十五夜望月
중당中唐 왕건王建 (767? ~ 830?)
중정지백수서아中庭地白樹棲鴉한데
냉로무성습계화冷露無聲濕桂花라.
금야월명인진망今夜月明人盡望한데
부지추사재수가不知秋思在誰家랴?
추석날밤 달을 바라보며
뜨락 마당에 밝은 달빛 어리고 나무엔 까마귀가 깃들었는데
찬이슬 소리 없이 계수나무 꽃을 적시네.
오늘밤 밝은 달을 사람들이 모두 바라볼 텐데
알지 못하겠네. 가을 시름에 누가 젖어 있는지?
이 시詩의 시인 지명도는 낮지만 이 칠언절구七言絶句는
추석秋夕을 노래한 당시唐詩 중 중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십오야망월十五夜望月’은 <전당시全唐詩>에
‘추석날밤 달을 바라보며 두랑중에게 준다
[십오야망월기두랑중十五夜望月寄杜郞中]’로 돼있으나
‘두랑중杜郞中’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추석에는 일 년 중 가장 크고 탐스런 보름달이 뜬다.
그래서 제1구句의 ‘뜨락 마당이 하얀’ 것은 달빛이 밝아서이다.
이백李白은 이런 광경을 그의 시詩 ‘정야사靜夜思’에서
‘흡사 땅위에 서리가 내린 것 같네[의시지상상疑是地上霜]’라 읊었다.
그리고 여기서 까마귀의 흉조 이미지는 지나치게 통속적이다.
까마귀에는 복잡한 문학적 은유가 있고, 그 불길한 분위기의 울음은
‘경고성 예언’이므로 오히려 ‘지혜의 새’라는 증거이다.
또 까마귀가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에서 유래되어
자식이 부모가 길러준 은혜에 보답한다는 고사故事인
‘반포보은反哺報恩’이 말해주듯 효심孝心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시의 결정적 묘미妙味는 마지막 구절에 있다.
추석날 보름달을 바라보며 솟아오르는 사념思念에
‘누군가 젖는다(재추가在誰家)’는 발상에 감칠맛이 있다.
특정 화자話者가 특정 대상對象을 그리워하는 듯한 어조語調 대신
’세상 모두로 하여금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일깨우는 달‘임을
부각浮刻하면서 추석날밤의 운치韻致를 멋있게 살렸다.
十五夜: 뜻은 음력 보름날 밤이지만 일반적으로 추석날밤을 가리킨다.
中庭: 가옥 구조상 가운데 뜰을 가리킨다.
桂花: 계수나무 꽃을 가리킨다. 계수나무가 달을 연상시키는 매개로
차용되기에 월계수月桂樹로 불리지만
서양의 월계수(Laurus nobilis)와는 다른 식물이다.
예로부터 양자강 일대에서는 추석전후 계수나무 꽃향기 속에
살찐 게를 안주 삼아 황주黃酒를 마시는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月明: 중국의 특유의 높낮이 성조聲調로 인해
명월明月을 음악적으로 배열한 것이다.
秋思: ‘가을날의 각별한 느낌[思念]’이다. 즉 그리움, 애상哀想,
고독孤獨, 심미적審美的 감동感動 등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시어詩語이다.
在誰家: ‘누군가에게 젖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집 가家’자는 음악을 하는 사람을 음악가音樂家라고 하듯
‘사람 인人’자와 같은 뜻으로 쓰였다.
왕건은 허난성河南省 쉬창許昌 태생 문인으로
자는 중초仲初, 영천潁川이다.
신분이 낮고 한직閒職에 그쳤기에 민초民草의 곤궁한 삶을 이해했으며,
쉬운 표현의 민가民歌 형식의 악부시樂府詩를 이용하여
현실을 예리하게 비판하였다. 중당中唐의 신악부운동新樂府運動의
일한을 담당했으며, 한유韓愈의 같은 문하門下로 문학경향을 같이
한 장적張籍과 함께 ‘장왕張王’이라 불렸다.
저서의 하나인 <군재독서지君齋讀書誌>가 뛰어난 목록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 외에 별 특별한 정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