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피트니스] 성공회 원로 주교가 하는 ‘모닝 루틴’ (下)
캐나다 수녀원 명상실에서 '신비체험'
윤종모 주교가 심리치유영성학을 공부하러 유학갔던 캐나다 에드몬톤 소재 앨버타대. 한겨울 영하 20~30° 넘는 강추위 속에서 그는 자주 인근 수녀원 명상방을 찾았다. /앨버타대 웹사이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깊은 고요, 평화, 관대함…. 그때 비로소 저를 평생 괴롭힌 우울, 시름, 분노 등에서 벗어났고,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를 연민의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종의 신비체험이랄까. 비록 형상이나 목소리가 들린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이 그에게 왔다 간 것이다.
이후 그는 마음의 평안과 신념을 갖고 살아갈 수 있었다. 늦깎이 신부였지만 학자와 목회자의 두 길을 잘 걸어가 2007년 대한성공회 수장(首長)인 관구장에 오를 수 있었다.
윤종모 주교는 2009년 관구장 시절, 대한성공회를 대표해 바티칸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1927~2022)을 만났다. /윤종모
이제 은퇴한 지도 10년이 지났고 항상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로 여기고 살아가는 노(老) 성직자에게는 수십년간 계속된 ‘아침 일상(morning routine)’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아, 다시 눈을 떴네…감사합니다”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누운 채로 기지개와 스트레칭을 5~10회 반복한다.
천장을 보고 바로 누운 다음 심호흡을 2~5분 정도한다. 마음이 편해지고 정신이 집중된다. 자신이 작성해둔 명상 카드 중 생각나는 말씀 하나를 마음 속에 되뇌인다.
“모든 지식에 능통하고 산을 옮길만한 능력이 있어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고린도전서 13장2절”
이윽고 거실로 나간다. 아내가 먼저 나와 있다면 ‘좋은 아침!’이라고 약간 높은 톤으로 명랑하게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베란다 창문 앞에 가서 자신이 이름 붙여준 ‘갑순이’, ‘헬렌’, ‘미카엘’, ‘철수’ 등 나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잠깐 정서적 교류를 한다.
그리고 아내와 가족, 지인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자비명상’ 혹은 ‘사랑의 친절명상(loving-kindness meditation)’을 한뒤 보통 다음과 같은 말로 아침명상을 끝낸다.
“나는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최선을 다 해 할 것이다. 그러나 집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신(神)이 부르시면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고 오늘을 살 것이다.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해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내가 떠나기에 좋은 날이다.”
글 |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