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쓴 DMZ 투어
김은
촉촉한 봄날
시의 발화점에 성냥개비 같은
統 자 올려놓으니
화르르 一 자로 불붙는 언어들
한반도 허리쯤
길이 248㎞에 폭 4㎞
철조망 지퍼가 쩌억 열리고
통일공원 한복판 금강송엔
흰두루미와 검은목두루미가 붙어서서
제 새끼들의 부화를 지켜본다
그러나 이내
녹슨 경의선 철로가 가슴팍을 누르고
죽순처럼 자라던 서정의 문장엔
DMZ 2㎞ 밖, 군홧발 그림자가 덮인다
우린 언제쯤이나
해남에서 온성*까지
새들처럼 오갈 수 있으려나
투어를 마치는 내 마음,
북에 두고 온 딸 생각에 눈감지 못하던
한 어미의 임종에 가닿는다
*해남은 남쪽 땅끝이고 온성은 북쪽 땅끝이라 함
---애지 가을호에서
나는 일찍이 ‘애지愛知’라는 나무를 심었고, 이 ‘애지’라는 나무를 통해서 ‘남북통일’과 ‘대한민국’이라는 열매를 수확하고자 했었다. 남북분단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아니라 대한제국(단군 조선)의 멸망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자기 땅과 자기 역사와 전통을 지킬 수 없었던 국력의 상실이 이웃 국가의 지배를 받게 되었던 것이고, 그 결과, 일제의 패망 이후, 동서 양 진영의 식민지 쟁탈전의 산물로서의 오늘날의 남북분단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남북분단의 근본 원인은 국력의 상실이며, 일제가 패망한 이후에도 아직까지 온전한 국가를 복원할 수가 없었던 것은 우리 한국인들이 남북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힘(지혜)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유대인이나 일본인, 혹은 독일인이나 인도인이라면 벌써 미군을 철수시키고 남북통일의 과업을 이룩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이나 서양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던 국가이며, 오천 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우리 한국인들이 제대로 공부하고 그 앎을 실천한다면 남북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방법은 천 가지, 아니 만 가지도 넘는다. 이 세상에 어느 깡패가 남의 나라와 남의 고향 땅에 들어와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을 짓밟고 지난 80년 동안 자기 고향 땅과 부모형제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있단 말인가? 정의가 불의를 이기는 것도 아니고, 정의와 불의가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한국인들이 오늘날의 독일인들처럼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고 남북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힘을 기르지 않는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멸망마저도 막을 힘이 없는 것이다.
이미 수차례 다른 글에서 역설한 바가 있듯이, 우리가 미군을 철수시키고 남북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도 같다. 첫 번째는 삼천리 금수강산에 쓰레기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기초생활질서를 확립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일제식 암기교육을 폐기하고 독서중심의 글쓰기 교육을 통해 전인류의 스승들을 배출해내는 것이다. 세 번째는 우리 부자들의 족벌주의와 부의 대물림을 뿌리뽑고 사회적 신분이동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고, 네 번째는 미국을 철수시키고 미군 주둔비용의 절반을 유엔평화기금으로 납부하고 전인류를 감동시키는 것이다. 미군 철수와 남북통일의 방법은 만 가지도 넘고 그토록 쉬운 것이지만, 그러나 그 이전에 이 세계에서 가장 고귀하고 뛰어난 국민과 도덕국가임을 증명해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지난 80년 동안 남북통일에 관한 한 참으로 맛 없고 더럽고 추한 식사만을 해왔다. 김일성 괴뢰도당, 초전박살, 멸공통일, 미군 만세, 상호비방과 쓰레기 투하, 주 예수찬양으로 단군과 홍익인간, 광개토 대왕과 세종대왕 등을 다 때려죽여 왔던 것이다. 김은 시인의 [시로 쓴 DMZ의 투어]는 제정신을 차리고 남북통일의 염원을 그만큼 간절하게 노래한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촉촉한 봄날/ 시의 발화점에 성냥개비 같은/ 統자 올려놓으니/ 화르르 一자로” “언어들”이 불붙는다. 꿈을 꾸면 반드시 이루어지고, 따라서 ‘통 자’를 쓰면 ‘한일 자’는 저절로 씌어진다. “한반도 허리쯤/ 길이 248㎞에 폭 4㎞/ 철조망 지퍼가 쩌억 열리고” “통일공원 한복판 금강송엔/ 흰두루미와 검은목두루미가 붙어서서/ 제 새끼들의 부화를 지켜본다.” 남한과 북한은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우리 한국인들의 신분은 흰두루미와 검은목두루미와도 같고, 그 어느 누구도 이 자유로운 오고 감을 막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러나 이내/ 녹슨 경의선 철로가 가슴팍을 누르고/ 죽순처럼 자라던 서정의 문장엔/ DMZ 2㎞ 밖, 군홧발 그림자가 덮인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고, 싸우기도 전에 부정부패로 일관하고 주색잡기에 빠지면 우리 한국인들처럼 그 민족의 앞날의 희망이 없게 된다.
대한민국의 남북분단은 미국과 소련이 갈라놓은 것도 아니고, 조선을 식민지배했던 청나라와 일본이 원인을 제공했던 것도 아니다. 우리 한국인들이 국가와 국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 모든 인간들이 사색당쟁과 주색잡기에 빠져서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의 삶의 터전, 즉, 조국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지 않은 죄는 세계제일의 깡패집단인 미국의 죄보다도 더 크고, 이 천형의 형벌은 어느 누구도 면제해줄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린 언제쯤이나/해남에서 온성까지/ 새들처럼 오갈 수 있으려나”라는 한탄만으로도 안 되고, 안세영이 파리 올림픽에서 일본과 중국과 그 모든 강대국의 선수들을 큰대자로 뻗게 했듯이, 미국과 중국과 일본과 러시아보다도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그들을 우리 한국인들의 전략과 전술, 즉, 삶의 지혜 앞에서 모조리 무릎을 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은 시인은 호주 시민권자인 해외동포이고, 그의 [시로 쓴 DMZ의 투어]는 제정신을 갖고 쓴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시로 쓴 DMZ의 투어]를 마치고, “북에 두고 온 딸 생각에 눈감지 못하던/ 한 어미의 임종”에 화답하는 것은 첫째도 애국이고, 둘째도 애국이고, 셋째도 애국이며, 이 ‘나라사랑의 힘’으로 자기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송두리째 불살라 버리는 것이다.
시로 쓴 남북통일의 염원, 김은 시인은 그의 붉디붉은 피로 이 ‘남북통일의 염원’을 노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