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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짝꿍의 노젓기
오종락
인생이란 무대는 일렁일렁 파도치는 바다와 같다.
부부란 그 바다 위에 떠있는 돛단배에 단둘이 몸을 실은 짝꿍 사공이다. 둘은 힘을 합쳐 인생의 긴 여정을 향하여 망망대해를 끊임없이 노 저어 나가야 한다. 돛단배는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과 맞서 싸워야 하고 일렁거리는 파도에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순탄한 항해를 위하여 짝꿍 사공은 손발을 맞추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갓 결혼한 부부는 노 젓는 솜씨가 미숙한 상태에서 항해에 나선다. 서툰 항해 솜씨로 인해 둘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이처럼 부부 둘만의 항해는 결혼 전에는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다. 둘은 부단히 손발을 맞추어 가며 항해 기술을 익혀 나가야 한다.
부부의 돛단배는 두 사람의 차이점으로 인해 항해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서로 다른 성격에다 생활습관, 사고방식 등의 차이는 항해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짝꿍의 노 젓는 수준을 가늠하게 되고 서로를 수용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때서야 부부의 항해도 점점 순조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부부의 결혼 생활에 있어서는 노(櫓)의 종류와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노(櫓)는 사랑, 신뢰, 존중, 배려, 협조 등의 노(櫓)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이란 노(櫓)를 아낌없이 잘 저어 주는 일이다.
또 일상에서 짝꿍이 필요로 하는 노(櫓)를 제때 알아차리고 살짝 저어 주는 일이 중요하다. 이는 순풍에 돛을 달아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부부는 화가 나더라도 인내의 노(櫓)를 가까이하여 잘 참는 습관이 필요하다. 화가 난다고 해서 함부로 부아질 노(櫓)를 젖는 것은 금물이다. 긴 항해에 어려움이 다가오더라도 서로를 격려하며 인내해야 한다. ‘인내’라는 노(櫓)는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다. 서로가 인내의 노(櫓)를 늘 가까이하면서 잘 활용하는 것은 지혜로운 항해술의 하나다. 서툰 항해 솜씨에다 서로가 역방향으로 노 젓기를 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둘은 고통스러운 항해만 계속하게 될 것이다.
인생살이가 노 젓는 행위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공감하는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연예인 L씨는 결혼식 주례를 자주 선다고 한다. 그는 주례사를 하면서 신랑 신부를 위해 축가로 주례 송(主禮 頌) ‘천생연분’이란 노래를 불러 준다고 했다. 이 노래를 불러주면 반응은 무척 뜨겁다고 했다. 그 까닭은 아마 노래가 주는 흥겨움과 전달의 힘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노랫말에서 부부의 진정한 의미와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부부란 모름지기 두 마음을 하나로 모우는 일이 중요하다. 손발을 맞추어가면서 노를 잘 저어 가는 과정이 진정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일 것이다. 노래 가사 말이 부부애의 중요성을 각인시켜주어 큰 울림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노래가 끝날 때면 신랑 신부는 물론, 하객 모두가 감동하며 찬사를 보낸다고 했다. 그 ‘천생연분’이란 노랫말을 몇 소절 소개하면,
인연이라는 강물 위에다
부부라는 배 띄어놓고
당신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배를 탄 사람
두 마음 하나로 꽁꽁 묶어서
세월을 저어갑니다.
우리네 인생은 누구나 세월의 노를 저어 가고 있다. 부부는 결혼이란 관문을 통과하면 인생살이 공동 운명체가 된다. 둘은 서로 사랑하며 세월의 노를 함께 저어 가야만 한다. 부부는 서로 장단 맞추어 아내는 돛을 달고, 남편은 노를 저어야 한다. 사랑의 돛단배가 되도록 애쓸 때 거센 풍랑도 보다 쉽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부부가 서로 정성을 다하여 노를 저어 나간다면 인생의 돛단배는 ‘행복’ 이란 항구에 한결 수월하게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흔히들, 인생사를 파도치는 바다 위에 떠있는 배에 비유하기도 한다. 부부도 때론 고달프고 힘겨운 항해는 불가피하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불가(佛家)에서도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해의 바다에 새로이 한 조(組)가 된 부부는 손발을 잘 맞추어 노 저어 나가야 할 운명적 짝꿍이다. 이게 바로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부부라는 존재 아닐까 싶다.
불교경전《인과초경》에는 “남녀가 어울려 부부의 연을 맺는 것은 오백생의 좋은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니라.”라는 말씀이 나온다. 길에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다. 더욱이 부부는 오백생의 인연으로 같은 배를 타게 된 소중한 존재이다. 서로를 위한 노 젓기를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인 것 같다. 하나, 살다보면 그게 어찌 쉬운 일인가! 그래도 해야만 하지 않을까 한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인생 짝꿍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집에서 쉬는 날, 가사에 도움이 되는 작은 일이라도 찾아서 노 젓기 하려고 애쓴다. 아내와의 순조로운 항해를 위해서다. 이제, 인생 짝꿍에 대한 소중함을 진하게 느끼기 때문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철이 좀 더 들어서 인지! 모르지만, 스스로 청소기를 부지런히 돌리기도 하고, 때론 주방에서 작은 힘이라도 보탠다. 이런 날은 하루의 항해가 한결 순조로워진다. 밖에서 돌아온 아내의 표정이 밝아지니 내 마음도 가볍다. 이런 노 젓기는 특별한 일은 아니다. 아내는 평상시 늘 하고 있는 일이다. 가정의 노 젓기는 가족이면 모두가 동참해야 할 일이다.
부부가 탄 돛단배의 항해는 서로의 노력과 정성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복잡한 자동 항법 장치는 갖추지 않아도 된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나 태평양을 횡단한 마젤란처럼 고도의 항해 기술도 요구하지 않는다. 서로가 배려하는 마음으로 사랑, 인내 등의 노(櫓)를 적절히 저어 준다면 부부의 항해는 순항할 것이다.
인간 세상에서 천생연분 짝꿍으로 맺어진 관계가 부부이다. 서로를 위한 노 젓기는 사랑의 몸짓이며, 고해(苦海)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수단이 아닐까 싶다. (17.5.25)
첫댓글 가장 가까이 있어도 잘 모르는 사람, 그래서 싸우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 글과 같이만 산다면 이 세상에 헤어짐이라는 말은 없어지겠지요. 가슴에 와닿는 글입니다.
삶 이란 망망대해 고해의 바다위에 가정이라는 조각배를 띄우고 좌우에서 노를 저으며 균형을 맞추며 함께 항해하는 것이 부부의 삶이란 글에 공감이 갔니다. 지금도 순항하고 계시는 두분의 앞날에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항구의 배는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를 만든 이유는 아니다' 라는 글귀가 떠오릅니다. 두려움을 이기고 거친 바다를 함께 노 저어 오신 인생 짝꿍... 천생연분이신 듯 싶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부부의 소중함을 얼깨워주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부부연을 돛단배에 앉아 노를 젓는 모습으로, 인생역시 세월의 노를 저어가는 철학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힘들때는 서로 교대로 노를 저으면 한결 수월할 테지요. 그게 천생연분이 아닐까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 이었습니다.
부부생활을 노젓기로 잘 묘사하셨읍니다. 인생 선배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겠습니다.
인연이란 강물 위에 부부라는 배를 띄워 여러졸류의의 노를 동원하여 노저어 가는 것이 인생이다. 매우 신선한 글입니다. 사랑의 노, 인내의 노, 신뢰의 노, 배려으이 노. 노의 종류가 무던히도 많겠습니다. 정말 결혼 주례사로서 적합한 글인 것 같습니다. 교훈적이지만 싫지 않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주례사를 할 때 부부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보고 두사람이 손잡고 걸어가야할 인생길이기에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한다고 했습니다만 배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부부의 노젓기가 바로 부부의 인생길인가 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불가에서는 생사 윤회의 사바세계에서 고해를 건너, 피안의 불국세계에 부부가 함꼐 노져어 가는 찰라의 삶이라 합니다.참신한 발상으로 가정의달에 어울리는 부부사랑을 잘 그렸습니다. 잘읽었습니다.
힘들게 노저어 왔습니다. 둘다 서투른 솜씨에 똑딱선배가 파도를 만나 뒤짚을뻔한 경험도 했습니다. 그덕분에 요즈음은 왕비마마입니다. 예상치 않게 찾아온 암은 나를 왕비로 대접해 주었습니다. 시숙어른, 동서,시누이 형제분들이 병원에 찾아와서 며느리를 보고 시어머니께 잘하라는 당부를 받았다면서 어머니는 좋으시겠다는 예상외에 부러움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