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세대는 2차세계대전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늘어난 특정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합니다. 한국의 경우는 한국전쟁이후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740만명이 해당하며 1차 베이비부머세대라고 부릅니다. 올해 69살에서 61살에 해당됩니다. 아마도 이미 이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의사나 변호사 그리고 기업을 직접 운영하거나 자영업자가 아닌 경우 거의 모두 은퇴했다고 판단됩니다. 이들이 은퇴하면서 지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 경제 성장률의 경우 0.33%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인구비중가운데 대단히 큰 세대가 은퇴를 하면서 생산 여력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세계적 초저출산 국가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더욱 더 노동인구가 급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제 2차 베이비 부머세대라는 1964년생에서 1974년 생까지 이제 은퇴행렬에 끼기 시작하면서 그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2차 베이비부머는 1차보다 훨씬 많은 954만명이 이릅니다. 전체 인구에 18.6%에 해당합니다. 2차 베이비부머세대가 은퇴하면 한국의 성장률이 0.38%p 하락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는 경제면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 사회 문화측면에서 매우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미 그런 경향이 사회전반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1차 베이비부머세대는 한국에 있어 대단히 복받은 세대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유아시절 배불리 먹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압축성장의 시작으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점차 나은 환경에 놓입니다. 그리고 중고교를 거치면서 나라는 상당한 수준으로 도약합니다. 압축성장 영향으로 일자리는 늘어납니다. 대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급속도로 늘어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직장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어느정도 능력있는 젊은이들은 여기저기 골라서 직장을 구하던 호시절이었습니다. 그들 1차베이비부머들의 머리속에는 하면 된다라는 강한 의식이 자리잡습니다. 성장일변도 사회에서 살다보니 그야말로 열심히 하면 길이 훤하게 열렸던 것입니다. 그런 베이비부머들이 어느듯 정년이 되고 퇴직을 하게 됩니다.
평생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속에 살아온 세대가 은퇴를 하면서 그들은 대단히 단절된 분위기에 휩싸입니다. 해도 안되는 것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심적 위축속에 놓입니다. 한때 이나라를 부강하게 했던 그 중심에 있었던 세대였는데 은퇴후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휭한 가족적 사회적 냉대입니다. 가족은 이리저리 해체되고 자식들은 결혼할 생각도 자녀를 낳을 의식도 없는 듯합니다. 자식들 교육시키느라 제대로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부류들의 고통은 더욱 심합니다. 자녀들을 결혼시켜 손주를 얻은 사람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들의 자식들 돌봄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평생 뼈 빠지게 자식들을 키워놓았더니 이제는 애프터 서비스를 해야한다며 손주들을 맡겨 버립니다. 평생 힘들게 일하다 이제는 쉬고 싶다는 생각은 이제 너무도 사치스런 욕심이 되어버렸습니다.
배운 것 많고 뚜렷한 사고 방식을 지녔다는 이 세대는 갈등이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나게 됩니다. 직장에서 30년이상 근무하면서 정치적 색깔을 그다지 갖지 않았던 세대였지만 별로 할 것이 없어지자 정치적 풍랑속에 휩쓸립니다. 직장생활속에서는 별로 하지 않았던 인터넷 서핑에 돌입합니다. 그것이 유일한 취미가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은퇴후 쌓였던 불만을 인터넷에 쏟아놓는 부류가 급증합니다. 보수적 사고방식과 진보적 사고방식으로 나눠져 서로 싸움질 하는 상황에 진입합니다. 인터넷 매체에 댓글 부대의 상당수가 65세이상이라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은퇴후 동네 주민센터 등에서 무료로 교육하는 인터넷 수업의 영향이기도 합니다. 돈을 들이지 않아도 마음속에 있는 불만을 터뜨리니 자연히 중독처럼 몰두하게 됩니다.
갈등과 소외는 사회적 편가름으로 연결됩니다. 젊은층들은 노인층을 향해 꼰대 또는 틀딱족이라며 흉보고 깔봅니다. 이제 사회적으로 무능한 계층으로 떨어진 노인들을 위해 왜 젊은이들이 희생을 해야 하느냐며 분노를 쏟아 놓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65세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지하철 공짜표입니다. 이 공짜표를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습니다. 지공거사 지하철 공짜로 타는 늙은이들이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노인층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과 지하철 역에는 젊은이들이 이용을 꺼린다는 말도 나옵니다.
최근에는 운전과 관련돼 노인층들이 동네북 신세가 됐습니다. 노인층이 일으키는 교통사고건수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매년 늘어난다는 통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노인들의 운전면허 재발급을 대폭 강화하든가 아예 일정한 시기가 되면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노인층들은 그래도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운전인데 이 운전마저 맘대로 하지 못하게 하느냐며 언성을 높히지만 반향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상대적으로 집중력과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선거철이 되면 나오는 단골이슈가 있습니다. 고령층에 대한 선거권 제한이라는 이슈입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노인들에까지 선거권을 주어야 하느냐 입니다. 논리적으로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치매나 그에 준하는 정신을 가진 노인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 대항할 논리는 많지 않습니다. 이제 얼마후에 베이비 부머세대가 이런 지적속에 놓일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국을 부흥하게 하고 세계 10대 경제국 그리고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은 것은 베이비부머들의 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베이비부머들은 거센 고난속에 위치해 있습니다. 노동력은 사라지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사회의 약자대열에 놓여 있습니다. 한때 경제 사회의 핵심적 존재였지만 이제는 최약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만드는 대변혁속에 과연 베이비부머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그들 개개인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2024년 7월 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