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이방인, 익숙한 나를 낯설게 읽는 방법
1. 매일의 통과의례, 그 낯선 균열
솔직히 말해, 나에게 거울이란 아침에 학교 갈 준비를 마쳤는지, 머리는 괜찮은지 확인하는 '점검 장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샤워 후 거울에 낀 김을 닦아내듯, 습관적으로 내 얼굴을 스캔하고 통과를 하고, 지나치는 하루의 시작 또는 일종의 통과의례였다. 나라는 존재에게서 나만큼 익숙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라는 과제를 받고 나서, 매일의 통과의례를 다르게 보기로 했다. "거울 속의 너, 넌 대체 누구니?" 나는 진지하게 거울 속의 나를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낯설게 관찰했다.
이를 의식하며 나를 보는 순간, 내 매일의 순간이 다르게 느껴졌다. 어떨 때는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내가 비쳐 보였고, 어떨 때는 불안감에 휩싸인 듯하였고 어떨 때는 지치고 피곤한 듯한 나를 보게 되었다. 이는 확실히 어제나 오늘 혹은 내일에서 보여지는 내가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이다.
"마치 내가 아는 거울 속의 나는 매일 무슨 변수를 통하여 바뀌는 것이 아닐까? 어떠한 조건일 때는 '자신감 넘치는 나'라는 또 다른 페르소나가 거울 속에 대신 비쳐 보이고, 어떠한 조건일 때는 '그 무엇보다 불안한 나'라는 또 다른 자아가 날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이 들며 어느 날은 거울 속의 나를 응시해 보고 싶었다. 어쩌면 내가 애써 감춰왔을지도 모를 '나의 다른 면'을 더욱 집중적으로 보고 싶었을 뿐이다.
2. 30cm 앞에서 만난 수많은 '나'들
30cm 거울 앞에서 몇 분간 거울 속의 비친 나를 응시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보통은 눈빛을 마주치지 않고 머리카락, 피부 상태 이런 것만 보았지만 이번엔 거울 속의 있는 나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마치 빨려들 듯한 기이한 감각이 밀려왔다.
내가 늘 '나'라고 인지해왔던 그 이미지는, 앞서 말한 것처럼 다양한 모습이 혼합되어 보이는 듯하였다. 미간의 찌푸린 듯한 주름과 불안하며 공허해 보이는 눈빛이 거울 속에 수많은 '나'의 모습들이 혼합된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거울 속의 그 사람은 더 이상 나만의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내가 길 가다 마주친 행인이었다. 그러나 너무나 익숙하지만,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표정을 짓고 있는 상이한 행인 이었다.
나는 그에게 묻고 싶었다.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나?", "왜 그렇게 불안해 보이지?" 나를 너무 잘 안다고 여겼지만 사실 깊은 곳은 모르는 느낌. 이런 낯선 나를 만나자 나에게 궁금한 점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를 보며 많은 고뇌와 감정, 걱정을 상담하듯 대화했다. 이는 참 낯선 경험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기꺼이 상담자이자 고해성사하는 이가 되었다. 불안하면 불안하다고, 지치면 지쳤다고 털어놓았다. 나에게 질문하고 나에게 답을 구하는 이 이중적인 행위는, 나라는 존재가 '하나의 통일된 자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철학적 의문을 던져주었다. 어쩌면 거울은 매 순간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나의 단면들을 가장 정직하게 비춰주는 '분석 도구'인지도 모른다.
3. 낯섦이 선사하는 내면과의 채팅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라는 것, 결국 익숙함이 만들어낸 자동화된 인식을 깨부수라는 것이었다. 거울 앞에서 멈춰 서서 '다른 나'를 만나는 이러한 낯선 경험은, 내가 그동안 회피하거나 외면했던 낯선 이(내면)와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어 볼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었다. 이는 정말이지 뜻깊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 거울 속의 낯선 이는 더 이상 미지의 존재가 아니다. 그는 내가 일상 속 익숙함과 바쁨 속에 감춰두었던 내 깊은 내면속에 있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토해낼 수 있는 '채팅 창구'가 되었다. 나를 낯설게 바라보는 순간, 나는 비로소 가장 나다운 모습들을 긍정하고 받아들일 용기를 얻는다. 거울 속의 이방인, 그는 이제 나의 가장 정직한 동반자이다.
첫댓글 심리학적으로 거울 속에 비친 나는 현실의 나를 바로잡게 하는 '초자아'로 이야기 됩니다. 실제로는 현실의 나를 비추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통해서 현재의 내 모습을 알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외모 뿐만 아니라 내면의 감정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거울 속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기 수용은 자아 존중감의 첫 걸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거울 앞에 선다는 행위는 자신의 행동, 가치관, 삶의 방향성을 윤리적으로 반성하는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철학에서는 이렇게 거울 속에 반영된 내가 실제 나인가 하는 것을 질문합니다. 이것을 실존적 질문이라고 하는데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과연 진짜 나인지, 감각기관으로 경험한 섹가 실재 세계인지를 묻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거울 뿐만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도 자기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객관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