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가 유령인 양 희뿌였을 때
잡목 숲 향한 사립문에 기대면
겨울철 메마른 잎과 가지로
기우는 하루 해는 쓸쓸하였다.
헝클어진 덩굴은 하늘을 그어
부서진 거문고의 줄과도 같고
가까이 나다니던 사람은 모두
집안 난롯가를 찾아갔었다.
대지의 앙상한 모습은 마치
축 늘어진 세기(century)의 주검과 같아
구름 낀 하늘은 그것의 무덤
바람은 그것의 죽음의 탄식
싹트고 태어남의 옛 맥박은
잦아들어 굳게 메말랐으며
대지의 정기(spirit)란 정기는 모두
나처럼 열이 식어버린 듯 했다.
그 때 쓸쓸한 윗가지에서
난데없이 울려나온 소리가 있어
한량없는 기쁨의 저녁 노래를
마음껏 소리 높여 불렀으니
폭풍에 깃털이 헝클어진
늙고 가냘픈 작은 티티새 한 마리
짙어오는 어둠에 이렇게 짐짓
제 영혼을 내던지려 했던 것을.
그렇게도 황홀한 소리로
노래를 부르게 한 이유라곤
멀든 가깝든 땅 위의 것에서는
찾을 수 없었기에 생각이 났지.
그 새는 알건만 나는 모르는
어떤 복된 '희망'이 있어
그 즐거운 저녁 노래를 통해
떨리며 흘러나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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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어둠 속의 티티새/ 토마스 하디
시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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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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