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 끓여도 연기가 나지 않아 처음 접해 본 사람은 대부분 입천장을 데곤하여
천대받던 매생이가 요즈음은 바다의 용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끼도 아니고 김도, 파래도 아닌 것이, 국도 아니고 건더기도 아닌 것이
입안에서 살살 녹아 감칠맛을 냅니다.
요즈음 전라도의 웬만한 식당에 가면 웰빙식품이라는 매생이국 메뉴가 있는데
엊그제 광주 서구청 앞 광희네 식당에서 매생이국 식사를 하였습니다 .
시골냄새가 물씬나는 반찬에 매생이국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그렇게 속이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
남쪽 바닷가가 고향인 사람들은 명절날에 고향에 내려가서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과 어울려 밤을 새우고 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올라오는 것이 바로 매생이국입니다 .
매생이는 순수한 우리말로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 는 말이라고 하는데
고운 파래처럼 보이는데 향긋한 바다냄새를 품고 있습니다.
햇빛과 갯물만으로 자라며, 무기염류와 비타민이 많아서
성장발육에 좋고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을 예방해준답니다.
변비에 좋아 여성들이 먹으면 좋고 더구나 숙취해소에 좋아
해장국으로도 인기이며 물이 맑고 청정한 곳에서만 서식하는
대표적인 무공해 식품이나 가공과 보관이 어려워
아주 추운 겨울 영하 이하인 1월에만 맛봐야 했지만,
요즘은 냉동 보관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철 음식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습니까.
뭐니 뭐니해도 매생이는 겨울에 먹어야 제 맛입니다.
씹는 것보다는 그냥 후루룩 마신다는 표현이 적당한 결이 비단같이 고운
이 매생이국의 특이한 점은 아무리 뜨거워도 김이 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 매생이의 성질을 모르는 사람은
멋 모르고 덥석 한입 가득 넣었다가 입천장을 데기 십상입니다.
뜨겁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은 무척 뜨거워 먹을 때는
입 천장이 데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남쪽에서는 미운 사위에게 이걸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장흥 특산물로 임금님에게 진상되었다는 매생이~
매생이국은 펄펄 끓여도 김이 잘 나지 않는데
열기를 내뿜지 않고 속으로 담고 있어서입니다.
이 매생이의 성질을 알고 나면 마음속이 아무리 성질이 나서
펄펄 끓어도 겉으론 무심한 것처럼 덮어두며
이 세상을 살아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
사실은 성질이 나면 성질이 나는 대로
뜨거우면 뜨거운 척 티라도 내면서 살아야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열을 받으면 열을 받는 대로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자신의 속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사는 일이 그리 만만하거나 쉽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후루룩 매생이국 한 그릇 뜨겁게 먹고 나면 몸과 가슴까지 시원하게 뚫어주고
어머니 향기와 고향향기까지 더해져 몇 곱절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 각 부처에서 공고된 승진자 발표를 보면서
아쉽게 탈락 하신 분들 희망을 가지십시오.
건강과 자신을 잃으면서까지 이루어내어야 할 만큼
승진이 의미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승진에 묻혀 정작 중요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과연 내가 바른 길로 걸어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내 주위를 둘러보고,
처음 시작할 때를 생각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올해 아쉽게 탈락한 분들은 내년 승진의 영광을 기대해 봅니다.
이런 마음일 때 오늘 점심 매생이국으로 하시는 것 어때요
서구청 앞 광희네 식당(062- 375-8778)을 추천합니다
-광주에서 jip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