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는 교사들에게 참 잔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입니다.
의무적 급식이 아닌 선택적인 상품이고, 좀 거칠게 표현하면 우유업체 또는 대리점과 소비자의 연결망을 학교와 교사가 대신하고 있는 느낌이기도 하구요.
교사의 학생 지도 범위와는 상관없는 일이어서 이미 전주지역을 제외하면 바우처로 제공해서 필요한 사람은 직접 싼 값에 구매해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었고, 아마 내년이면 전주도 그렇게 바뀐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당번을 정해서 우유를 교실로 가져오면 아이들이 가져다 먹는데 늘 남습니다.
‘자 얘들아 우유 마셔라~’라고 말은 해주지만 갑자기 오늘은 우유가 먹기 싫다고 하면 억지로 먹으라고 할 수 없으니 먹지 말라고 하기도 하고,
우유 마시는 걸 까먹고 안먹는 경우도 있고
우유를 좋아하지 않지만 보호자가 신청했기에 배정되어 있을 뿐 그냥 모른척하고 안 먹기도 하구요.
우유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지만 싫어하는 아이도 있어서 먹으라고 말하는 것도 먹지 말라고 하는 것도 늘 일입니다.
현재 교육부도 교육청도 우유가 학교가 처리해야 하는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관행이기에 전국적으로 교육 현장의 반발과 낙농업자들의 요구 사이에서 명확히 선을 긋지 못하고 학교자율이 어떻네 등의 논리로 줄타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튼 남는 우유는 더 골칫거리입니다.
결국 ‘더 마시거나 가져갈 사람?’ 하고 물은 뒤 희망자가 있을 경우 나눠주지만 그래도 남으면 다시 반납(폐기)처리 합니다.
이런 일이 매일 똑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매주 금요일에는 우유 대신에 요거트가 나오는 데 이건 남지 않습니다.
새콤달콤한 맛이 흰 우유보다 먹기 좋아서이겠지요.
아이들의 입맛은 참 정직합니다.
오늘은 금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