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레의 유래
라 래 순
김재시 장화동 후장
옛날 어느 마을에 고천석이라는 사람이 살었는디, 집안은 부유했으나 자식 하나 두지 못하고 일찍 죽었더라 그 말이여!
과부가 된 고씨의 부인은 하인들을 데리고 남편이 냉겨준 유산을 잘 지켜서 해마다 가산이 늘어났는디 자식이 없고 보니 장차 재산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재산이 느는 것이 그에게는 오히려 슬픔을 더해줄 뿐이어서 외로울 때면 늘 혼자서 치맛자락으로 눈물을 씻는 것이었지.
그러던 어느 날 한 땅을 잘 본다는 풍수쟁이가 찾아와서 허는 말이
“부인은 재산은 많으나 자손이 없으니 그 재산이 무슨 쓸모가 있으리. 그러니 장래 큰일을 생각하시어 쓰시는 것이 어떠한지요?” 이렇게 말하더란 말이여.
“장래의 큰 일이 무슨 일이라요.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보시오” 이렇게 고씨 부인이 말하자
“큰 명당을 한 자리를 잡아두었다가 돌아가신 뒤에 쓰시면 후대 만대 저그 있는 큰 산 같이 만대 후대 영화를 누릴 것이요.” 이렇게 말허는 것이 아닝가? “자식도 없이 사고무친헌 년이 명당을 잡어 쓰면 무엇 허것소. 잘 될려고 해도 잘 될 사람이 있어야 허지 않것소?” 이렇게 말허자
풍수쟁이 허는 말이 “모르시는 말씀이요. 명당 중에는 자손이 없어도 만대나 재사를 지내주는 사람이 저절로 생기는 곳도 있으니 이러한 명당을 ‘무자손 만대 봉사 명당’이라는 거여.”
풍수쟁이의 말에 희망을 품게 된 고씨 부인은 바짝 달라붙어 이것 저것 따져 물었고, 풍수쟁이는 옛날의 실례를 들어 이야기해주며 자기가 거짓말을 헌다면 하늘이 날벼락을 때려 죽을 것이라고 혔단 말이여.
이리하여 과부는 쌀 백섬을 주기로허고 그런 명당을 구해줄 것을 청혔고 그에 따라 풍수쟁이는 명당 하나를 골라 주었지.
그러고 몇 해가 지난 뒤에 과부가 죽게 되자 그의 유언에 따라 동리 사람들은 그의 시체를 풍수쟁이가 미리 정해둔 땅에 묻었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곳에 무덤을 쓴 뒤부터는 그 근방의 있는 논밭의 벼나 보리가 일체 자라지 않았거든, 농민들은 서로 모여 변고의 원인을 생각한 결과 마침내 고씨 부인의 무덤을 그곳에 썼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 그래서 묘를 파내버리자는 사람도 있었고, 그러다가는 도리어 큰 화를 당할 것이니 크게 제사를 지내자는 패도 있어 제사 지내자는 쪽으로 결정을 보았지.
마침내 그 근동의 수천 가호 사람들이 모여 매년 고씨 부인의 제사를 지내게 되었단 말이여. 그러고 제사뿐만이 아니라 농사철에 점심을 내다 먹을 때에도 먼저 한 숟가락을 떠서 ‘고시레 하고 던져 고씨의 영혼을 위로했다는 것이여.
‘고’자는‘고씨부인’의‘고’자고,‘시레’는‘씨네’ 라는 말이지. 그렁게 이말은 ‘고씨네’가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사람의 입을 옮겨오며 ‘고시레’로 변한 것이지.
그래서 지금도 논이나 밭이나 들에 나가서 음식을 먹을 때면 먼저 조금씩 버리면서 ‘고시레’한다거나 ‘고수레’하는 말이 다 고씨 부인의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라고들 전해 내려오고 있단 말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