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 장 남은 달력이
사람 마음에 헛헛한 바람이 불게 하더니
순식간에 2022년의 마지막 날이 사흘 앞으로 다가 왔다.
연말이라 또 습관처럼
별 볼 일 없는 내 한 해와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내 인생 '전반전'에 그래도 기억할 만한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1992년, 1997년, 1998년, 2002년, 2008년
지금
'후반전'을 플레이 하고 있는 내 인생에
2022년이 내 인생 후반전의 첫번째 기억할 해로 남았다.
2022년에 내 인생 빅 이벤트가 몇 번 있었고
오랜 고민을 끝내고
어떤 결심을 한 해이기 때문이다.
덕질할 결심!
덕후가 된다는 것과
덕질을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내 인생의 후반전.
이게 45분 경기 중에 40분이 남았는지 10분이 남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나는 이제 '전반전'과는 좀 다르게 살아보기로 했다.
내일 당장 죽을 수 있는 가능성과
재수 없어서 백 살 까지 살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대비해야 하기에 상당히 난이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삶의 본질은 '여행'이다.
우리는 이 지구에 '여행자'로 온 것이다.
그런데 소풍 하는 와중에 보이는 이 지구에는 온갖 비극이 판치고 있어 늘 한쪽 눈은 감아야한다.
'화이트 헤드'는 말했다.
'인생이란 하늘과 땅 사이 '드라마 스테이지'에 펼쳐진 하나의 비극이다. '
다르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1.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중에서 '하고 싶은 것'을 우선한다.
2. '중요한 타인' 과 '나' 의 욕망이 충돌할 때 '나의 욕망'을 우선한다.
3. 물건을 모으지 않고 경험과 기억을 모은다.(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않고, 할까 말까 할 때는 한다.)
4. '말 해버린 잘못' 때문에 너무 조심하지 않는다. '말 하지 않은 잘못'이 더 많았을지 모른다.
5. 위험을 감수하자. (배가 항구에 정박 중일 때는 아무런 위험도 없다. 그러나 배는 그러라고 있는게 아니다. )
6.나 자신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그것은 내가 있고 싶은 곳에 있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
덕질할 결심
덕질이란 건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일기는 일기장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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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13.
오페라 '리골레토'를 보고 내 인스타에 쓴 후기 중 일부
바리톤양준모
1. 그는 나의 행운이다.
2. 그는 나의 행복이다.
둘 다 틀렸다.
바리톤양준모 그는 나의
그는
나의
ㆍ
ㆍ
ㆍ
불면이다.
ㆍ
그의 노래를 처음 들은 이후로 나는 하루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죠? 네!!! 이거 드라마 대사에요. ㅋㅋㅋ 아프냐? 나도 아프다. 대한민국을 뒤집어놓았던 드라마 '다모'에 나왔던 대사죠. '너를 마음에 품은 이후로 나는 한번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feat.이서진)
좋아한다는게 마냥 좋기만 하겠습니까?
모든 좋은 것에는 또 그만큼의 댓가가 필요하지요.
사실 이 덕질은 제가 원했던건 아니었습니다.
4년 전이네요.
2018년에 우연한 기회로 그 분의 노래를 처음 듣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만
저는 그냥 잊을 수 있으면 잊어보려고 했어요.
대략 3년이면 완전히는 못잊어도 대충은 잊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결국은 ......실패했습니다.
3년이 지나도
그 소리가 어제 들은 것 처럼 계속 생각이 나서
사람이 제 정신으로 살 수가 없었어요. ㅋㅋㅋ
그래서 저는 그냥 저항을 포기하고 냅두기로 합니다.
말하자면 나를 지키고자 했던 나의 자아가 외부의 자극에게 항복한 것이지요.
네. 저는 패배했습니다. 그 소리를 처음 들었던 날 느꼈던 그 불안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죠.
이 나이에 또 덕질이라니요?
난 이미 덕질 중인 테너들도 엄청 많은데 ㅠㅠ
전 사실 오페라를 고시공부 하듯이 미친듯이 몰아서 보고 내 나이 50이 되면 졸업하려고 했던 인생 계획이 있었거든요.
이 세상에 재밌는게 얼마나 많은데 ㅠㅠ
오페라 보느라 넷플릭스는 가입도 못하고ㅠㅠ
내가 한평생 오페라만 보다가 죽을 순 없잖아요.ㅠㅠ
근데 이 바리톤 때문에 오페라 졸업도 못할 것 같습니다.
그가 노래하는 한은 오페라를 계속 보게 되겠지요.
공사가 너무 커질까봐 지금껏 애써 외면해온 바그너 오페라도 봐야되고 환장하겠습니다. 그 분이 또 독일에서 '보탄'을 비롯 여러 바그너 오페라 롤을 하신 엄청난 바리톤이시랍니다.
슈베르트 노잼이라고 세뇌하면서 애써 외면해온 독일 가곡도 파야하고 진짜 미칩니다. 조만간 양준모바리톤의 '겨울나그네' 음반이 나온다고 하네요. 2만8천번 듣게 될거 같은데 ㅠㅠ
바리톤양준모 덕질 왜 합니까?
안 할수가 없어서 합니다.
추천드리진 않습니다. 심장에 해롭습니다.
모를 수 있음 그냥 모르고 사는 것이 좋을지도요.
그 음색에는 치사량의 뭔가가 들어 있는데 그게 뭔지를 아직도 모르겠네요. 아무리 들어봐도 세상에 이 비슷한 바리톤 소리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말하자면 실패하고 패배한 덕후의 슬픈 잠 못 드는 밤 이야기입니다. ㅎㅎ (근데 설마 이거 다 믿으시는 분 없으시죠? 대체로는 사실인데 못 잔다는게 뻥이네요. 너무 잘자서 탈이라는요. 그리고 양준모바리톤님 저의 행운 맞습니다. 인정!!! 믿기 힘들만큼 큰 행운이죠. 그의 노래는 모든 순간 '선물'이었습니다. )
첫댓글 입덕부정기가 길었군요 ^^😁
입덕부정기ㅋㅋㅋ 그런 용어가 있는지 몰랐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