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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정호승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인생에서의 시련과 역경을 대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
-소극적, 수동적, 체념적, 순종적인 태도
스스로 폭풍이 되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저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나는
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인생에서의 시련과 역경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
-적극적, 능동적, 의지적, 도전적인 태도
은사시나뭇잎 사이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깊어 갈지라도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 폭풍: 인생에서의 시련, 역경
* 한 그루 나무, 한 마리 새 : 시련과 역경에 부딪혀 그것을 극복해 내는 인간 또는 그 의지
*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 시련과 역경이 심화된 부정적 현실
* 꽃 : 수동적, 소극적 삶의 태도를 지닌 인간 ≒온실 속의 화초
◆ 해제 : 이 시는 자연 현상의 일부인 폭풍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자연현상으로서의 폭풍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존재이다. 인간이 가진 것을 일순간에 앗아가 버릴 수도 있는 그런 존재이다. 이 때문에 인간은 폭풍을 두려워하고 피하려 한다. 어딘가에 숨어서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려 한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그러한 행위가 옳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정작, 나무와 새로 대표되는 자연은 오히려 스스로 폭풍이 되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들거나 폭풍 속을 유유히 날고 있기 때문이다. 폭풍이란 그들에게 있어 삶의 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시에서 폭풍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시련이나 역경을 비유한 것이라고 한다면, ‘폭풍 속에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나무’나,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나는 한 마리 새’는 역경을 이겨 내는 인간 또는 그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은, 시련과 역경은 두려워하거나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그 속에 들어가 견뎌 내야 할 삶의 한 부분이라는 삶의 진실을 우리에게 깨우쳐 주고 있는 것이다.
◆주제 : 시련과 역경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