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선물이야기
- 과거 해외여행자는 선물 사오는 무거운 부담
- 수립자유화시대, 선물부담 없어져야 여행도 즐거워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에는 해외여행자에게는 외국의 진기한 물건을 값싸게 사오는 특권(?) 같은 것이 있었다 수입이 안 되므로 국내에서는 구 할 수가 없고 수입이 일부 되더라도 관세가 고율 이라서 국내에서는 비싼데 외국에서는 싼, 그런 물건을 여행객들은 사왔다
원래 해외여행자 선물통관규정은 까다로워 규정대로 한다면 이 역시 특권처럼 행사될 수는 없고 일정금액 한도의 가벼운 선물이나 신상용품, 직업용구 등에 한한 것 이외에는 면세가 되지도 않고 통관이 되지도 않지마는 실제는 이것이 꼭 규정대로 지켜지지 않았기에 여행객 스스로도 사왔지만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고 사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해외여행에서 돌아올 때쯤 되면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쇼핑할 일이 한걱정이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제일로 시간이 없기에 공항면세품점에서 쫓기다시피 고가품을 사오는 것이 다반사엿다
귀국할 때가 되면 세관검사대를 통과할 때까지는 귀국이라고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이런 사람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소위 남대문 근처에 있는 외제물건 암시장이었다 그곳에 가보면 전 세계의 모든 물건이 없는 것이 없었다
이것은 미군 PX의 유출품과 해외여행객이 사오는 물건들이 공급원인데 물론 고가이지만 어떤 품목은 해외의 원가보다 더 싼 것도 있었다 여행객들이 원체 많이 사오니 공급과잉이 되면 원가보다 싸지는 것이다
나도 종종 이곳에서 물건을 사서 귀국선물이라고 가까운 친지에게 해외에서 사 온 여행선물인양 선물하곤 했었다 따라서 해외여행에서 귀국하면 이곳에 오는 것이 관례처럼 되었다
이 시절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면세품점에서 사오는 양주, 넥타이, 고급만년필, 선글라스, 스카프, 화장품, 향수, 담배, 전자계산기 등이었다
미국의 LA나 뉴욕, 파리, 런던 같은 곳에는 교포상대 선물가게들이 번창하고 있는데 넥타이 하면 어떤 것, 양주하면 어떤 것 하는 식으로 여행객들에게 제공되는 것이 같은 상표이다 보니 받는 사람 쪽에서 보면 비슷한 것을 여러 사람에게서 받게 되므로 진기할 것도 없었기 때문인지 사온 수고에 비하면 별로 고마워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적은 돈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꼭 필요한 것이 없을까 궁리를 하게 되고 외국에서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으면 슈퍼마켓이나 드락스토어 같은 곳에서 물건을 찾아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을 그곳에서 처음 발견하고 구경하는 일이 어느새 하나의 재미가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 가위는 녹이 슬어 녹이 슬지 않는 외제가위는 여자들에게 큰 인기였다. 그 때는 식가위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이었으므로 식가위로 쓰라고 주면 특히 여자들에게 큰 인기였다,
바느질용 바늘도 매 한가지였다 어떤 것은 귀 부분이 금으로 되었고 특히 바늘귀가 위로 터져 있어 실 꿰기가 쉬운 바늘이나 요나 이불을 시칠 수 있는 큰바늘은 특히 인기가 좋았다
손톱손질도구세트, 만병통치약이라는 터이거밤연고 (속칭 호랑이표)나 백화유, 그림을 그리고 나서 물을 묻혀 문지르면 수채화처럼 되는 스위스제 크레용, 찍찍이가 붙은 기저귀카버(당시 우리나라에는 찍찍이가 없었다), 케이스를 만년필처럼 꽂는 돋보기안경, 성인용 사진을 요지경처럼 들여다 볼 수 있는 볼펜, 썬오일, 썬크림 등은 비싸지 않으면서도 매우 고마워하기 때문에 내가 많이 활용하던 것들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가 제품수준이 향상되어 외국의 백화점에서 가격 싸고 제품품질이 괜찮은 것은 Made in Korea 인 것이 늘어나자 해외에서 선물 사기도 쉽지 않아졌다
또한 수입자동화가 확대되면서 더 그래졌다
해외에서 고가의 선물을 그렇게 사올 이유가 없어졌는데도 이 폐습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고가품 쪽으로 옮겨져 가고 있는 경향도 아직 많은 것 같다 이로 인해 낭비되는 소중한 외화가 엄청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차피 WTO에 가입되어있기 때문에 공산품은 거의가 개방되어 있고 세율도 국제수준으로 낮아졌다 다만 농축수산물 일부만이 일부제한이 남아있을 뿐이다 무엇이나 수입이 되고 관세도 낮아졌으므로 구태여 외국에서 사올 이유가 없어졌다
이제 해외여행은 국민 누구나 하는데 선물을 사와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해방되어야 여행도 즐거울 것으로 생각된다
이호영
베네모어통상대표/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물류신문】 2003년 7월 28일자 『이호영의 千字칼럼』(99) 에 게재